10년의 세월, 변하지 않는 가치 - 볼보 S80 D4 인스크립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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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세월, 변하지 않는 가치 - 볼보 S80 D4 인스크립션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6.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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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로 데뷔 10년차인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 S80은 그 동안 한국 시장에서 볼보를 대표하는 볼륨 모델이었다. 물론 근래에는 준중형~중형급의 신세대 모델들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만큼, 상대적으로 그 존재감이 다소 희석된 점도 있다. 그러나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볼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대변하는 모델을 꼽는다면 단연 S80을 들 수 있다. 따라서 S80은 어떤 측면에서는 볼보의 `과거`를 상징하는 차라고 볼 수 있다.



그러한 S80도 올 해를 끝으로, 기나긴 활동을 마무리하고 마침내 퇴역에 들어가게 된다. 지난 2016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S80의 임무를 이어 받게 될 새로운 후임자, `S90`이 등장한 덕분이다. 이 S90은 대한민국에서도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 기자는 다시금 S80의 운전대를 잡아보기로 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볼보의 부침을 함께 헤쳐 나온 역전의 고참인 볼보 S80, 그 중에서도 최고급 사양에 해당하는 인스크립션 모델을 시승했다. VAT 포함 가격은 6,430만원.




볼보 S80의 외모는 2013년도의 페이스리프트를 전후하여,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V40의 것에서 착안한 방패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함께 섬세한 크롬 장식을 사용했다. 동급에서 상당히 수수한 편에 속했던 S80에 약간의 화려함을 더함으로써 보다 고급스러움을 어필한다.




외관에서 볼보 S80 인스크립션 모델이 Momentum이나 Summum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직경 19인치에 달하는 Bor 알로이 휠이다. 타이어는 235/40 R19 규격을 사용한다.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운 휠은 보다 당당한 감각으로 S80의 외관을 완성한다.



인스크립션 모델과 일반 모델과의 주요한 차이는 외관보다 실내 쪽에 있다.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 서면, 보통의 S80과는 분위기가 제법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대시보드 상단을 두 조각의 가죽으로 덮는 한 편, 좌석과 도어 트림의 가죽 마감 역시 전용 소재를 적용했다. 실내의 악센트를 이루는 목재 패널 등에도 전용 소재가 적용되어 인스크립션 모델만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티어링 휠은 S80 인스크립션 모델만의 전용품으로, 림이 목재로 마감되어 있다. 근래에는 보기 드문 목재로 림 전체를 휘감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바깥쪽은 목재로, 안쪽은 부드러운 가죽으로 마감하여, 독특한 그립감을 준다. 그러나 패들시프트와 열선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계기판은 3가지의 테마를 제공하는 현행 볼보 모델들의 ADD(Adaptive Digital Display)를 사용하고 있다. 센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한글을 지원하는 신규 사양으로 변경되었다.



전용의 소프트 레더로 마감된 좌석은 인스크립션 모델만의 특권이다. 우수한 질감과 함께, 장시간의 운행에도 쉬이 피로해지지 않는 편안함이 실로 인상적이다. 안락한 착석감으로 치면 여느 고급 세단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여기에 신형 XC90을 제외한 현행 볼보 라인업 중에서 통풍기능을 장비하고 있는 모델은 인스크립션 모델들뿐이다. 앞좌석은 양쪽 모두 8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과 각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 그리고 2방향으로 조절되는 허리받침을 제공한다. 운전석은 3개의 메모리 기능이 더해진다. 머리 받침에 수놓인 인스크립션 레터링은 도어 키킹 플레이트와 함께, 인스크립션 모델만의 특별함을 더해준다.




뒷좌석 역시 인스크립션 모델 전용의 소프트 레더로 마감되어 우수한 착좌감을 자랑한다. 쿠션이 풍부한 뒷좌석은 승객에게 더욱 안락한 승차 환경을 조성한다. 공간은 겉보기에는 그다지 넓어보이지 않지만, 승차한 상태에서는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와 함께, 머리와 다리 공간에 충분한 여유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인스크립션 모델의 뒷좌석에는 3단계의 열선기능과 측/후방 선셰이드 등의 편의장비를 제공한다.



트렁크는 480리터로 수치 상으로는 동급의 경쟁자들에 비해 딱히 나을 것이 없다. 하지만 돌출부가 적어 짐을 싣고 부리기가 편하다. 이러한 효율적 공간 설계 덕분에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는 실용성을 자랑한다. 한참 나중에 등장했으면서도 수치 상 더 큰 용량을 제공하는 경쟁자들에 비해 공간 활용도가 우수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왜건으로 갈고 닦은 볼보의 공간 설계 노하우가 제대로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볼보 모델들 특유의 그로서리 홀더도 건재하다.



시승한 S80 D4 인스크립션 모델에는 현행 볼보의 주력 파워트레인으로 자리 잡은 4기통 DRIVE-E 디젤 엔진이 자리한다. 트윈터보를 사용하는 2.0리터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은 181마력/4250rpm의 최고출력과 40.8kg.m/1750~2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볼보의 i-ART 기술을 적용된 2.0리터 디젤 엔진은 각 연소실마다 독립된 4개의 센서를 마련하여 연료의 분사량을 보다 정밀하게 제어, 볼보의 디젤모델들이 보여주고 있는 우수한 동력성능과 연비의 밑바탕을 이룬다.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동급의 세단으로서는 정숙한 편이다.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은 충실한 방음 대책과 대체로 정숙한 감각을 지닌 D4 파워트레인 덕분이다. 회전질감도 거칠지 않아서 진동도 그리 큰 편이 아니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은근히 단단한 느낌이 든다. 이는 기본으로 적용된 스포츠 섀시를 비롯하여, 인스크립션 전용의 19인치 휠과 저편평비 타이어의 영향으로 보인다.



변속 레버를 S 레인지에 두고 급가속을 시작하면 묵직한 차체가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항진을 시작한다. D5 사양의 2.4리터 직렬 5기통 디젤엔진의 펀치력에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가속에 생기가 있고 추진력이 끈질기다. 아이신 제의 자동 8단 변속기는 엔진의 동력을 착실하게 앞바퀴로 전달한다. 변속 레버를 S레인지에 둔 상태에서 1단 출발 후 45km/h에서 2단, 65km/h에서 3단, 95km/h에서 4단으로 변속되며 100km/h를 돌파한다. 0-100km/h 가속은 8초 중반대에 마무리한다.



스포츠 섀시와 저편평비 타이어를 적용한 덕에, S80 D4 인스크립션은 크고작은 코너가 이어지는 산악도로에서 의외릐 실력을 보인다. 앞 부분이 무겁기는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차체의 특성을 알기 쉽게 만든다. 스티어링 휠 조타에 따른 앞부분의 반응은 약간의 여유가 있지만 차체의 반응이 아주 둔중한 편은 아니다. 때문에 우직한 이미지의 외모에서 연상하기 어려운 솜씨로 우아하게 코너를 소화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곡률이 적은 고속 코너에서는 레일에 오른 듯 안정적인 기동을 보인다. 구배가 큰 저속 코너의 경우에는 다소의 롤을 허용하지만 네 바퀴는 착실하게 노면을 움켜쥐며 우아함을 쉽사리 잃지 않는다. 그러나 본격적인 독일식 스포츠 세단 만큼의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차체와 섀시 전반에서 오는 반응과 피드백이 그리 또렷한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예리하지 않고, 적당히 무디기 때문에 다루기 쉬운 성격이라 볼 수 있다.



연비는 그 동안 출시되어왔던 4기통 DRIVE-E 디젤엔진이 보여 왔던 대로, 우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181마력 사양의 D4 파워트레인이 장착된 S80 D4의 공인연비는 도심 14.1km/l, 고속도로 19.5km/l, 복합 16.1km/l. 시승을 진행하며 트립컴퓨터를 통해 기록한 구간 별 연비는 다음과 같다. 평균시속이 20km/h 밑으로 떨어지는 혼잡한 도심에서는 11.3km/l의 평균 연비를 보였다. 반면, 구간 별 규정속도인 60km/h~80km/h로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원활한 경우, 공인연비를 조금 웃도는 14.5km/l의 연비를 보였다. 고속도로에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용하여 100km/h로 정속 운행하는 경우에는 공인 연비인 19.5km/l를 넘어 서는, 21.0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기록 측정 시에는 S레인지를 사용하지 않고, 타력 운전을 유도하는 ECO 를 활성화 시킨 상태에서 운행하였다.



볼보 S80은 서두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포드의 울타리 안에 있었던 `과거의 볼보`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그리고 새로운 후임자의 등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퇴역의 수순을 밟고 있다. 데뷔 10년차의 노장은 과거의 유산을 상징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후임자는 미래로의 도약을 상징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이유로 들어 S80의 가치를 깎아 내리기는 어렵다. 여전히 자동차로서의 기본기가 우수하고, 운전자와 승객에게 체급 이상의 안락함을 선사하며, 신인들에게 밀리지 않는 우수한 공간 설계를 지니고 있다. 고급형 세단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충분하다. 데뷔 10년차의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품위를 잃지 않고 있다. 변화를 받아 들일 줄도 알며, 소장(少將)들 못지 않은 활력을 지닌 그 모습은 `성숙함`이라는 말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한다.


S80의 뒤를 이을 새로운 S90의 등장이 올 하반기, 우리나라에도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새로운 S90의 등장 이후에도 S80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차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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