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미국식 SUV를 경험하다 - 포드 익스플로러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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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미국식 SUV를 경험하다 - 포드 익스플로러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6.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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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포드코리아 최고의 히트작을 꼽는다면 단연 익스플로러를 들 수 있다. 2015년도에만 3,689대가 팔렸다. 이는 지난 해 사상 최대 판매량을 경신한 10,358대 중 약 28%에 달하는 독보적 수치다. 포드코리아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 익스플로러는 어떤 매력을 지녔을까? 포드 익스플로러를 직접 시승해 보며 그 매력을 체험해 본다. 시승한 익스플로러는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을 탑재한 2.3 리미티드 모델이다. 가격은 5,600만원.



포드 익스플로러는 2016년형으로 변경되면서 부분변경을 거쳤다. 그런데 디자이너가 같은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부분변경을 거친 익스플로러의 외모는 어째 레인지로버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각형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상은 영락없는 레인지로버 패밀리의 그것에 한없이 가깝다. 그래서 포드가 밀고 있는 키네틱 디자인과의 접점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기존의 익스플로러가 키네틱 디자인의 편린이라도 보여주고 있는 점에 비하면, 지금의 익스플로러는 포드 SUV라인업에서 혼자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확실히 이전보다 SUV의 전형에 더욱 가까워진 느낌과 함께 고급스러워진 분위기를 풍긴다. 거대한 덩치와 함께, `나는 정통 SUV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듯한 얼굴은 전통적인 SUV의 스타일링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플러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부분변경에서의 변화는 양날의 검이라고 볼 수 있다.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광활함`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실내의 패널이 승객을 감싸는 랩 어라운드 스타일을 연출하여 대륙적인 여유와 함께 아늑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내장재의 조립 품질은 대체로 무난한 편이지만, 도어와 대시보드 간의 패널 사이에 단차가 다소 있는 편이다. 대시보드의 우드패널을 둘러싼 금속장식에는 차명인 익스플로러가 굵직하게 음각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스타일로, 적당한 그립감을 지니고 있다. 스티어링 휠의 좌우 스포크에는 스무 개도 넘는 버튼들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다. 이 버튼들은 각각 계기판 제어, 핸즈프리, 오디오 리모컨, 크루즈컨트롤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센터페시아에는 포드와 링컨 모델들이 함께 쓰는 싱크(SYN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장비되어 있다. 공조 장치, 엔터테인먼트, 차량 정보, 전화의 4가지 주요기능을 터치스크린으로 모두 제어 가능하다. 인터페이스의 완성도는 무난한 수준이고, 한글 폰트가 지원되면서 곡명이나 연락처 등에 제한적인 한글화도 이루어졌다. 다만 포드 모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내비게이션 접근 방식은 여전히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의 음성명령 버튼을 일정시간 동안 누르고 있어야만 화면 전환이 이루어진다. 차라리 별도의 버튼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이 사용 편의성 면에서 더 나을 듯하다.



익스플로러의 앞좌석은 안락함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부드러운 착좌감을 지니고 있지만 엉덩이가 지나치게 푹 꺼지는 느낌을 받는다. 승차하는 사람의 체형에 따라서는 허벅지에 압박감을 느낄 수도 있다. 착좌부와 등받이에 적용된 멀티 컨투어 마사지 기능이 마련되어 있어, 장시간 운전의 피로감을 덜어준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각 8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 4방향의 요추받침을 지원하고 열선 기능과 통풍기능까지 마련되어 있다. 운전석에 한하여, 2개의 메모리기능까지 지원한다.





2열 좌석은 앞좌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착석감을 보여준다. 등받이의 각도조절과 착좌부 전후 슬라이딩이 가능하여, 공간 활용에 도움을 준다. 2열좌석에 할당된 실내공간은 넉넉하다 못해, 광활하기까지 하다. 또한, 트럭에서 가져온 듯한 B필러 손잡이를 지원하여, 승하차가 편리하다. 뿐만 아니라, 포드가 최초로 개발한 에어백 내장 안전벨트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안전벨트는 착용 시 일반적인 안전벨트에 비해 이질감이 있으며, 상단의 안전벨트 고리에 자주 걸려서 불편하다. 총 4구의 컵홀더와 전용 공조장치 제어 패널, 230V 콘센트와 2개의 USB 포트 등의 편의사양이 마련되어 있다.




3열 좌석은 성인 남성이 승차하기에는 그다지 적당치 못하다.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 정도를 여유있게 태울 수 있을 만한 정도다. 2열 좌석을 전방으로 약간 밀어 내면 좀 더 편하게 앉을 수 있지만, 머리 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3열 좌석의 양쪽 측면에는 별도의 선반과 컵홀더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익스플로러의 3열 좌석은 버튼 조작만으로 손쉽게 접을 수 있다. 단순히 등받이만을 접는 것 외에도 트렁크 바닥으로 수납시킬 수도 있다. 적재 공간 역시 여유가 넘친다. 3열 좌석을 전개한 상태에서조차 594리터의 적재 공간을 제공한다. 2열좌석까지 모두 접으면 미니밴이 부럽지 않은 총 2,313리터의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시승한 포드 익스플로러는 직렬 4기통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과 셀렉트 시프트 6단 자동 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있다. 최고출력 274마력/5,500rpm, 최대토크 41.5kg.m/2,500rpm의 성능을 내는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은 동사의 스포츠 쿠페인 머스탱에도 사용되는 엔진이다. 파워트레인에서 생성된 동력은 포드의 지능형 상시 4륜구동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네 바퀴에 모두 전달된다.



익스플로러는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SUV인만큼 정숙성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익스플로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무난한 수준의 정숙성을 보여준다. 소음의 유입이 착실하게 억제되어 있다는 점은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이 때문인지 파워트레인에서 오는 진동이 약간 더 부각되는 편이다. 실내에서 잡음이 다소 발생하기도 한다. 운전자만 탑승하고 있을 때에는 요철을 지날 때마다 조수석을 지지하는 프레임 부근에서 덜덜 떨리는 소리가 난다. 물론 이는 시승차만 가진 문제일 수도 있다. 승차감은 가족형 SUV를 지향하는 만큼, 부드러운 설정이 강조되어 있다. 전/후륜 모두 독립식 서스펜션을 장착된 점도 익스플로러의 부드러움을 이루는 데 일조한다.



2.3 에코부스트 엔진은 2톤이 넘는 SUV인 익스플로러의 거대한 몸집을 이끌기에 충분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터보 엔진의 특성 상, 저회전에서부터 굵직한 토크가 나와주기 때문에 실제 가속감은 의외로 시원스런 맛이 있다. 반면, 변속기는 일상적인 운행만을 염두에 둔 설정으로, 시종일관 여유를 부린다. 또한 (추월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110km/h 이상의 고속 운행을 하는 경우, 차체의 움직임이 다소 불안해진다. 이는 전형적인 미국식 가족용 SUV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와인딩 로드에 접어들게 되면, 전장 5m를 넘고 중량은 2톤을 넘어가는 대형 SUV의 둔중함을 체감할 수 있다. 조타 시의 반응이 한 템포 늦고 몸놀림 하나하나가 무겁다. 이 역시 미국식 가족용 SUV의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다. 반면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은 자갈이나 흙길과 같은 비포장 구간에서 훌륭한 쓰임새를 보여준다. 별도의 지형 반응 시스템과 연동하여 구동력을 빠르고 유기적으로 제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포드 익스플로러의 공인연비는 도심 6.8km/l, 고속도로 9.8km/l, 복합 7.9km/l이다. 시승 중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연비는 다소 차이가 있다. 도심의 경우, 혼잡할 때에는 5km/l 이하로 떨어지지만 규정속도대로 주행이 가능한 경우에도 공인 연비인 6.8km/l를 밑도는 6.0km/l의 기록을 냈다. 고속도로에서는 100km/h로 정속 운행한 결과, 공인연비와 같은 9.8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연비 기록 중에는 운전자 1명만 탑승한 상태에서 규정속도에 맞춰 정속 운행하였다.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면서 미국식 SUV의 거대한 덩치, 육중한 몸무게를 비롯하여 상시 4륜구동 시스템 등의 요인으로 인해 연비가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동급이라 할 수 있는 닛산의 패스파인더나 혼다의 파일럿에 비해서 도심은 약 2km/l 가량, 고속도로는 약 3km/l 이상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미국식 SUV의 넉넉함과 안락함, 그리고 기능성을 가감 없이 누릴 수 있는 모델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모델다운 선진적인 구성을 통해 일궈낸 뛰어난 상품성은 고향인 미국은 물론, 태평양 건너 한국 시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했으며,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2016년을 맞아, 또 한 차례의 변화를 거친 익스플로러는 동급에서 차별화되는 한층 고급스러운 감각으로 무장한 외모와 넉넉하게 구비된 각종 편의사양, 그리고 대형이면서도 세제 상 상대적으로 유리한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으로 상품성은 더욱 강력해졌다. 그래서 새로워진 익스플로러는 올 해도 어김 없이 포드코리아의 약진을 선두에서 견인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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