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대담하며, 정교하다 - 캐딜락 CTS A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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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대담하며, 정교하다 - 캐딜락 CTS AWD
  • 박병하
  • 승인 2016.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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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S는 캐딜락 브랜드의 허리를 맡고 있는 E세그먼트급 프리미엄 세단으로, 한국 시장에서는 ATS와 함께 캐딜락의 판매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모델이다. 캐딜락의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GM코리아는 CTS의 판매 볼륨을 더 높이기 위해, 최근 새로운 트림 추가를 비롯하여, 최강의 CTS인 CTS-V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와 동시에, 캐딜락 CTS는 오늘날의 캐딜락을 이끌어 온 주력이기도 하다. 초대 CTS를 통해 처음 선보인 `아트 and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는 오늘날의 캐딜락이 가진 강렬한 개성을 만들어주는 밑거름이 되었다. 아울러, 캐딜락의 설계 사상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은 분수령이 되었던 차도 CTS이며, 기존의 라인업을 정리하고, 오늘날과 같은 본격적인 유럽식 라인업을 꾸리게 된 계기가 된 차 역시 CTS다.



캐딜락 CTS는 2016년형으로 연식을 변경하면서 새로이 자동 8단 변속기와 스톱/스타트 시스템 등을 장비하여, 한층 향상된 상품성으로 올 해도 다시금 대한민국의 고급 세단 시장을 노린다. 시승한 CTS는 현행 라인업의 꼭대기에 있는 AWD 프리미엄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7,050만원.





캐딜락 CTS의 3세대 모델은 ATS를 통해 먼저 선보였던 캐딜락의 `아트 and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가 추구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낸다. 기나긴 보닛부터 시작해서 차체 곳곳에 자리 잡은 날카로운 선과 면은 마치 잘 벼려진 도검과 같은 절도와 당당함은 여전히 신선하고 맵시가 있다. 하지만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개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CTS와 마주할 때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들 중 하나다.



실내는 V자로 꺾인 오각형 센터페시아를 기점으로 듀얼콕핏 형상을 이룬다. 운전석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현란한 세레모니로 운전자를 맞이한다. 시승차인 AWD 모델에는 카본파이버 패턴의 장식이 적용되어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내장재 패널들의 일부에는 알칸타라를 사용한다. 실내의 만듦새와 조립품질도 고급 세단에 어울리는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스티어링 휠은 ATS의 것을 사용하고 있는 3스포크 타입으로, 손에 쏙쏙 들어오는 맛이 있고, 조작감도 좋은 편이다. 다만, 시승차의 경우에는 특정한 각도에서 스티어링 휠을 감을 때마다 딱딱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이 소리가 운전자에 따라서는 귀에 거슬리게 들릴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 위로 시선을 옮기면 윈드실드에 직접 조사하는 형태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계기판의 구성은 2016년형부터 변경되었다. 계기판 전체가 풀컬러 LCD 디스플레이로 된 것은 같으나, 지난 모델에 비해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향상되어, 보다 깨끗한 화질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계기판의 테마는 총 4종의 테마를 제공하던 기존에 비해 2종만 제공하지만, 시인성 면에서는 2016년형이 더 우수하다.



전체가 터치패드로 이루어진 센터페시아 하단의 제어판은 개폐 동작이 가능하다. 오각형을 이루는 제어판의 가장 하단의 금속 테두리를 살짝 문지르면 전동식으로 개폐가 되며 `시크릿 박스`라는 이름의 수납공간이 나타난다. 시크릿 박스 내부에는 스마트폰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과 USB 포트가 자리하고 있다. 2015년형 이후부터 무선충전기도 설치된다.



멋스럽게 디자인된 CTS의 앞좌석은 세미 버킷 스타일의 스포츠 시트로, 부드러운 느낌보다는 단단한 느낌이 강한 착좌감을 지니고 있다. 요추받침과 사이드 볼스터의 조정 기능을 포함하여 총 20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여기에 각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도 공히 제공한다. 운전석 한정으로 2개의 메모리 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은 앞좌석에 비해 부드러운 착석감을 지니고 있으며, 열선기능을 지원한다. 공간은 전반적으로 좁은 편이다. 평균적인 체격의 성인 남성이 승차하기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으나, 체격이 큰 사람의 경우에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전반적으로 탁 트인 느낌과는 거리가 먼 데다, 울트라뷰 썬루프 뒤편의 돌출부와 불숙 솟은 센터콘솔 등, 공간을 차지하는 부분들도 많은 편이다.



트렁크 공간은 경쟁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388리터의 용량을 지니고 있다. 깊이가 얕고, 돌출부가 군데군데 드러나 있어, 부피가 큰 짐을 수납할 때에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골프백은 2개 정도가 한계다. 6:4 분할 접이식 뒷좌석이나 스키쓰루 등을 지원하여,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반면, 트렁크 내부의 마감은 유럽이나 일본산 세단들 못지 않을 정도로 꼼꼼하다.



국내에 판매되는 CTS는 모두 2.0리터의 신규 직분사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엔진을 얹고 있다. 이 엔진은 276마력/5,500rpm의 최고출력과 40.7kg.m/3,000~4,500rp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 엔진은 최근 한국 시장에 새롭게 출시된 신형 말리부에도 탑재되는 엔진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해와 같은 점은 여기까지. 2016년형으로 돌아 온 CTS에는 자동 8단 변속기가 새롭게 적용된다. 지난 해까지 적용되었던 6단 하이드라매틱에 비해 더 나은 성능과 연비를 기대할 수 있다.



캐딜락 CTS는 가장 치열한 자동차 시장인 고향에서 유럽과 일본에서 온 이방인들을 상대로 정면 대결을 하고 있는 만큼, 상품성을 올리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정숙성`이다. 시동을 걸지 않은 상태에서조차 외부의 소음이 상당한 수준으로 차단되고 있어, 기본적인 방음 설계의 수준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시동을 건 이후부터는 보스(BOSE) 오디오 시스템에 내장된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작동하면서 파워트레인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실시간으로 보정한다. 이 때문에 냉간 단계에서부터 파워트레인으로부터 유입되는 소음이 현저하게 억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전반적으로 우수한 수준의 만듦새 덕분에 내장재의 마찰로 인한 잡음도 없다시피 하다.



승차감은 대체로 단단하다. 미제 자동차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인, 부드럽다 못해 출렁이는 승차감과는 머나먼 거리가 있다. CTS의 승차감은 오히려 근육으로 똘똘 뭉쳐 있었던 독일식 스포츠 세단들의 그것과 같으면서도 더 세련된 느낌을 준다. 노면의 요철에서 오는 충격을 강하게 받아내는 경향을 보이면서도, 탄력적으로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 덕분에 크고 작은 요철에서 허리에 크게 부담을 안겨주지 않는 것은 물론, 과속 방지턱 등의 큰 요철을 지날 때에도 자세가 흐트러지는 법이 없다. 요철을 통과하는 과정과 그 이후에 차가 보여주는 동작에서는 단련된 군인처럼 항상 각이 잡혀있고 절도 있는 느낌을 받는다.



시승차인 CTS AWD 모델에는 자동 하이빔과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기능, 전방 추돌 경고, 안전 경고 햅틱 시트, 후방 교행 차량 감지 기능, 사각지대 경고 기능 및 차로 변경 경고 기능, 전방위 모니터, 그리고 전속(全速) 대응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에 이르는 다양한 편의사양이 제공된다. 이들 안전/편의사양은 안전하고 쾌적한 운행에 큰 도움을 준다.



승차감에서 받았던 탄력적이고 각 잡힌 듯 절도 있는 느낌의 뒤편에는 GM의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agnetic Ride Control, 이하 MRC) 서스펜션이 자리하고 있다. MRC는 자성유체(磁性流體, Magnetorheological)를 이용하는 서스펜션으로, 노면의 컨디션에 따라 1초당 1,000회까지 전자기식으로 감쇠력(減衰力, 스프링의 진동을 멈추게 하기 위한 쇼크 업소버의 저항력)을 끊임 없이 조정, 차체의 동작 전반을 제어한다. 이러한 MRC의 특징은 후술할 기동 성능을 정교하게 뒷받침 해준다.



주행 모드를 기본 모드인 `투어(Tour)`에서 스포트(Sport)로 전환하고 가속 페달을 밟아 차를 다그치면, 특유의 날카로운 엔진 소음이 실내로 파고들면서 힘찬 발진을 시작한다. 고속으로 넘어갈수록 힘이 조금씩 빠지기는 하지만, 힘이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새로이 적용된 8단 자동변속기는 보다 똑똑하면서도 기어가 맞물리는 느낌도 더 또렷하게 오는 편이다. 간간이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기존의 6단 자동 변속기보다 확실히 개선된 느낌이다. 1단 출발 후 45km/h에서 2단으로, 2단 75km/h에서 3단으로, 3단에서 100km/h를 돌파, 115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이어진다. 고속 주행에서는 4륜구동과 MRC가 만들어 내는 우수한 안정감이 인상적. 조그마한 요철에도 안정감을 잃기 쉬운 고속 주행 상황 하에서도 마치 열차에 오른 듯한 차체의 안정성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이렇게 일관된 안정성은 크고 작은 구배를 가진 코너에서도 이어진다. 구배가 적은 고속 코너에서는 직진 주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동작을 보이고, 구배가 큰 저속 코너에서는 진입 초기에 약간의 롤이 일어나는 듯하면서도 실시간으로 자세를 제어한다.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적당한 피드백을 제공하면서도 앞바퀴의 조향각과의 괴리가 없다시피 하여, 차를 보다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해 준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조타를 가할 때마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고개를 착착 돌려준다. 단순히 고개만 빨리 돌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꽁무니가 따라오는 속도도 덩치에 비하면 만만치 않다. 이 덕분에 운전자와의 일체감이 좋아, 덩치에서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영민한 몸놀림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어, 차를 조종하는 맛이 꽤나 각별하게 느껴진다. 브렘보의 4피스톤 캘리퍼로 무장한 브레이크는 CTS의 동력 성능과 무게를 제어하기에 한 점 부족함 없는 성능을 낸다. 이 우수한 조종성은 동급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만한 정도를 넘어, 독일산 스포츠 세단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2016년형으로 돌아 온 CTS AWD 모델은 자동 8단 변속기를 비롯하여, 정차 시 시동을 정지하는 스톱/스타트 시스템을 장비했다. 그다지 유의미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공인 연비는 도심 8.3km/l, 고속도로 11.1km/l, 복합 9.4km/l로, 지난 모델의 도심 8.3km/l, 고속도로 11.0km/l, 복합 9.6km/l에 비해 고속도로 연비가 0.1km/l 상승한 반면, 복합 연비는 오히려 0.2km/l가 줄었다.


시승 중 트립컴퓨터를 통해 기록한 구간 별 연비는 혼잡한 도심에서 6.6km/l, 규정속도로 통행이 가능한 상황에서 7.4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고속도로를 100km/h로 정속 주행하는 경우에는 13.8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해 시승했던 같은 차종의 2015년형 모델에 비해 혼잡한 상황의 도심에서 1.2km/l, 고속도로 연비에서 0.7km/l의 향상이다. 전반적으로 눈에 띄는 향상이라 보기에는 어렵지만, 스톱/스타트를 적용 덕에, 혼잡한 상황에서의 연비가 다소 상승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



캐딜락 CTS는 유럽과 일본의 프리미엄급 세단들을 직접 상대하기 위한 대항마다. 그리고 그들과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요소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상품으로서의 매력과 고급 자동차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 독보적인 개성이 빛나는 유려한 외관을 비롯하여, 첨단 분위기를 온몸으로 내뿜는 고급스러운 실내, 안정감이 우수한 상시 4륜구동 시스템과 정교한 MRC로부터 발휘되는 우수한 기동성능, 그리고 엔진의 성능을 튼실하게 받쳐주는 신규 변속기를 적용한 파워트레인에 이르는 모든 요소들에서 CTS AWD 모델은 캐딜락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차별화된 요소들이 그 매력을 발휘한다.



이렇게 자기만의 차별화된 매력으로 무장한 CTS AWD 모델은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고, 대담하게 달리며, 정교하게 제어된다. 격식이 필요한 고급 세단의 임무도, 화끈하게 달리는 스포츠 세단의 임무도 충실하게 소화해 내는 매력적인 세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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