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의 원조, 명예회복에 나선 쉐보레 트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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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의 원조, 명예회복에 나선 쉐보레 트랙스
  • 박병하
  • 승인 2016.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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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의 트랙스는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SUV 세그먼트의 시작을 알린 개척자와 같다.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더 작은 SUV`를 표방하고 나선 트랙스는 대한민국 시장에 출시되기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쉐보레 트랙스의 한국 시장 출시가 확정되고, 가격과 사양 등의 사항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더 작은 SUV`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열망은 주춤했다. 원인은 `가솔린 엔진 탑재`와 `가격`에 있었다.


당시 트랙스에 탑재된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탑재는 `SUV는 디젤`이라는 한국 시장의 지배적인 통념에서 벗어난 요소였다. 여기에 더 작고 경제적인 SUV를 갈망해 왔던 대중과 예비 소비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가격 정책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당시 가솔린 엔진에 전륜 구동만 존재했던 트랙스의 가격이 한 체급 위의 SUV인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 등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 트랙스는 세그먼트의 선발주자이면서도 시장에서 선구자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2015년에 디젤 엔진을 도입하면서 재기를 노렸으나, 이마저도 폭발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올려 온 르노삼성 QM3와 쌍용 티볼리에 밀려, 세그먼트 하위권을 맴돌았다.



2016년 초, 쉐보레 브랜드가 새롭게 어필하고 있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트랙스에 적용한 대대적인 부분변경이 가해진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대대적인 부분변경을 마친 트랙스가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 온 트랙스를 직접 시승하며 그 매력을 경험해 본다. 시승한 트랙스는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며, 트림 상으로는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LTZ 모델이다. 차량 기본 가격은 VAT포함 2,390만원.





외관의 핵심적인 부분변경은 얼굴이다. 특유의 다부진 체구를 기반으로 전면이 대대적인 부분변경을 거쳤다. 그 덕에 차는 여전히 당당하게 보이며, 기존 트랙스와는 궤를 달리하는 세련미가 물씬 풍긴다.




기존 트랙스의 얼굴은 정직하고 단순함에서 오는 남성미가 장점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다소 지나쳐서 한 편으로는 투박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쉐보레는 그런 트랙스에 대담하고 날 선 이미지를 시그너처 스타일로 하는 쉐보레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대담하고 강단 있는 인상을 지니게 되었으며, 공격성과 세련미를 양립한 남성미를 갖게 됐다.




뒷모습은 평면적으로 디자인됐던 테일램프를 LED 램프의 라인을 따라 도드라지게 처리하여 보다 입체적인 느낌을 부여했다. 리어 범퍼의 디자인에는 반사판을 중심으로 `ㄷ`자 모양의 턱을 만들었으며, 이에 따라 스키드 플레이트의 형상도 소폭 변경했다.



실내는 부분변경을 거치며 디자인이 크게 변했다. 대시보드 주변을 통째로 갈아 엎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베오의 연장선에 있었던 기존의 대시보드 디자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쉐보레의 최신 인테리어 디자인 기조를 녹여 낸 대시보드 주변의 디자인 덕에 한층 세련된 감각을 보여준다. 크래시 패드에 가죽을 덧대는 등, 꾸밈새에도 신경을 썼다. 전체적으로 한층 고급스러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이로 인해 대시보드 상단의 수납공간과 크래시패드 수납함, 그리고 송풍구 좌우의 트레이는 사라졌다.




스티어링 휠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쉐보레 모델들의 공통적인 형태로, 작은 직경과 함께, 중심부가 안쪽으로 오목한 형상을 취하고 있다. 그립감은 무난한 편. 계기판은 기존에 사용하던 모터싸이클 스타일의 계기판에서 탈피한 일반적인 아날로그 미터셋을 적용했다. 좋지 않던 이전의 계기판에 대한 평가를 감안하면 이는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기어 레버 앞에는 잡다한 물건을 넣어두기 좋은 수납공간이 위치하고, 기어 레버 뒤쪽 플로어 콘솔에는 여전히 총 4개의 컵홀더가 차례로 배치되어 있다.



앞좌석은 착좌감이 좋은 편이다. 소형 SUV의 좌석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든든한 착좌감이다. LTZ 모델에 적용되는 운전석 전동 조절기능은 전후 거리와 높이 조절만 전동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 등받이 각도는 수동 레버로 조절한다. 조수석은 등받이 각도와 전후 거리만 수동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조수석의 시트 포지션이 꽤나 높은 편이어서 탑승자에 따라 호오가 다소 갈릴 수 있다. 양쪽 좌석은 모두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에 승차하기 위해서는 뒷좌석의 머리받침을 전개한 상태에서 승차해야 한다. 머리받침을 위로 올리면 튀어 나와있던 아래쪽이 밑으로 기울어지며, 자연스럽게 머리를 놓기 좋은 형태가 된다. 착석감이 좋은 시트와 성인 남성이 탑승하기에 크게 부족하지 않은 공간이 매력이다.



트랙스의 트렁크 공간은 체급에 비해 넉넉한 수준이다. 전후좌우로 공간 설계가 평평하게 되어 있어, 짐을 싣고 부리고, 정리하기에 좋다. 특히, 짐이 많은 캠핑 등의 레저 활동에서는 테트리스처럼 짐을 끼워 넣는 것이 중요한데, 이렇게 돌출부 없이 사방으로 평평한 공간 설계는 확실히 이점이 있다. 6:4 비율로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을 이용하면 최대 1,370리터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승한 쉐보레 트랙스는 상기했듯이, 1.4리터 에코텍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이 엔진은 트랙스의 출시 초기부터 함께 해 온 유닛으로, 140마력/4,900rpm의 최고출력과 20.4kg.m/1,850~4,9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기존에 사용했던 Gen II 6단 자동변속기를 개량한 Gen III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며, 앞바퀴로 동력을 전달한다.



가솔린 엔진을 얹은 쉐보레 트랙스는 디젤 모델에 비하면 보다 정숙한 편이다. 체급이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 준중형 이상의 세단과 같은 수준의 정숙함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체급에 알맞은 정도라 할 수 있다. 회전 질감은 약간 거칠지만 체급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승차감은 대체로 부드러운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알맹이는 단단한 느낌도 있는 편이어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일도 거의 없고, 자세를 추스르는 동작도 나름대로의 절도가 있다. 노면 상황이 좋지 못한 곳에서는 대체로 유연한 대응을 보인다. 앞좌석에서는 그다지 불쾌한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반면, 뒷좌석에서는 뒤 서스펜션에서 오는 충격이 시트에 제법 파고드는 편이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스로틀을 최대로 전개하면, 다소 거친 음색의 엔진 소음과 함께, 묵직하게 전진을 시작한다. 경쾌하고 발랄한 소형 해치백의 감각 보다는 전형적인 소프트로더 SUV의 감각에 더 가깝다. 힘차게 밀어 젖히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지긋이, 꾸준하게 밀어주는 느낌이다. 토크 밴드가 제법 넓은 엔진의 특성 덕분에 힘을 꺼내 쓰기 좋다는 점도 가점 요소.



그러나 변속기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Gen III를 탑재하고 있는 만큼, 이전의 Gen II에 비해 한결 나은 수준의 동력 전달을 보여준다. 그러나 몇 번에 걸친 개량 작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결감이 2% 부족한 느낌이다. 많이 발전했지만 동력의 전달 효율 면에 있어서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남아 있다.



조종성 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 할 만하다.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조작 시의 차체 반응에 약간의 간극이 존재하지만, 종종 `괴리`로까지 표현되는 현대-기아차의 그것보다는 나은 편이다. 코너에 진입하여 탈출할 때까지의 모습에서는 체급에 비해 약간 묵직한 몸무게를 지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쾌한 느낌이 있다. 부분변경 전의 트랙스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듬직한 움직임이다.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쉐보레 트랙스의 공인 연비는 도심 11.1km/l, 고속도로 14.1km/l, 복합 12.2km/l이다. 시승을 진행하면서 기록한 구간별 평균 연비는 공인 연비와 차이가 있다. 도심 구간의 경우, 혼잡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가 크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에는 8.8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고, 규정 속도인 60~80km/h로 주행할 수 있을 정도의 원활한 경우에는 공인연비와 같은 11.1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에서 크루즈컨트롤을 사용해 100km/h로 정속 주행을 한 경우에는 공인연비를 1.8km/l를 초과한 15.9km/l를 기록했다.



부분변경 작업을 마친 쉐보레 트랙스는 가솔린 모델을 기준으로 1,845만원~2,390만원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선택 사양으로는 중간 트림인 LT부터 후방카메라가 포함된 마이링크를 비롯하여 다양한 선택 사양이 준비되어 있다.


시승차의 경우, 최고 트림인 LTZ 모델에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후측방 경고시스템, 전방충돌 경고시스템(RLAD 포함)을 포함한 세이프티 패키지 II와 차선이탈 경고시스템(80만원), 선루프(60만원)가 추가된 사양으로 선택 사양을 포함한 차량 가격은 2,530만원에 달한다. 출시 초기에 비해 LTZ 트림의 가격이 오르기는 했지만, 실질적 주력이 될 LS 트림의 가격을 크게 내렸고, LT 트림은 편의장비를 더 추가하고 가격을 동결시켰다.



새로운 얼굴로 돌아 온 쉐보레 트랙스는 외관과 실내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일신하는 한 편, 가격을 재조정하고 최근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능동 안전 사양을 확보하는 등, 상품성 개선에 만전을 기했다. 이를 통해 그 동안 제품 외적인 실책으로 잃어버린 세그먼트 개척자로서의 명예를 회복할 준비를 마쳤다. 신선하고 세련된 신규 스타일링을 위화감 없이 녹여냈고, 가장 큰 강점인 실내 공간과 주행 질감은 잘 보존했다. 달라진 모습의 쉐보레 트랙스는 소형 SUV 시장에서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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