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볼보의 모습 - 볼보 S60 폴스타 서킷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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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볼보의 모습 - 볼보 S60 폴스타 서킷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7.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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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라는 가치는 기실 오늘날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업계에서 안전으로 유명한 기업으로는 단연 볼보자동차를 들 수 있다. 스웨덴의 혹독한 기후로 인한 높은 교통사고율로 인해, 자동차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안전`이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은 없어졌지만, 동향 출신의 사브자동차 역시, 차량의 안전 설계에 매우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렇게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이미지와 제품개발사상은 과거부터 볼보자동차의 이미지를 `안전`으로 굳어지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 말은 곧, `안전을 기본 바탕으로 한다`보다는 `안전하기만한 차`라는 이미지로 굳어져 버렸다는 이야기다. 특히, 볼보자동차라는 브랜드가 다소 저평가되어 있는 한국 시장에서 독일 고급 브랜드들과의 정면 대결에 돌입하려고 하는 근래의 시점에서 분명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기자는 지난 해 기고한 기사를 통해 볼보자동차가 진정한 스웨디시 럭셔리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언급한 바 있다. 그것은 `제품의 차별화`, `왕실과의 연계`, 그리고 `폴스타(Polestar)의 활용`의 세 가지다. 폴스타는 창사한 해인 1996년부터 볼보와 함께 하며, 그들의 주 무대인 STCC(Scandinavian Touring Car Championship)를 시작으로 WTCC(World Touring Car Championship)는 물론, 호주의 V8 슈퍼카 레이스(V8 Supercar Race) 등, 세계를 돌며 볼보의 모터스포츠 사업을 함께 해 오고 있다. 현재는 볼보자동차가 브랜드 네임과 함께 양산차 관련 부서를 합병했고, 모터스포츠 관련 부서는 `폴스타-싸이언 레이싱(Polestar-Cyan Racing)`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폴스타의 활용은 특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예나 지금이나 고급 자동차 시장의 필수요소 중 하나는 바로 `고성능`이고 이 `고성능`이라는 측면에서 폴스타는 방대한 활용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성향은 아직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못한 것들이 많다. 또한 무엇보다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객들이 요구하는 자신들만의 개성과 철학을 아직 확실하게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독일식과 이탈리아식, 혹은 영국식의 차만들기에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스칸디나비아만의 감성`을 어떻게 자동차로서 풀어냈는가가 중요하다.



물론, 볼보자동차코리아도 폴스타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2월 23일, S60과 V60의 폴스타 에디션을 전격 발표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또한, 폴스타의 진가를 확실히 알리기 위해,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서킷 시승회를 열었다. 고저차가 크고 테크니컬한 코너가 연속되는 인제 스피디움에서 S60 폴스타와 V60 폴스타를 경험하며, `안전제일주의`에 가려진 볼보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한다.


R-디자인과는 다른, 폴스타만의 스타일


두 차의 외관은 대체로 동형의 세단/에스테이트의 스포츠 패키지 모델이라 할 수 있는 R-Design 모델을 바탕으로 약간의 디테일 변경을 가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범퍼만 해도, 전용 범퍼라기보다는 R-Design의 범퍼에 전용 립스포일러를 부착하고 디테일을 변경한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이 약간의 디테일 변화 덕에 풍기는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허니컴 패턴의 로워 그릴과 고광택 블랙 페인팅이 적용된 전용 격자형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R-Design에서 사용했던 무광 블랙 패널들을 모두 고광택 블랙 페인팅으로 마감하여, 보다 고급스러우면서도 남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또한 전용의 리어 스포일러와 시커먼 라디에이터 그릴 한 편에 자리한 정사각형의 폴스타 엠블럼이 이 차는 확실히 일반적인 볼보와는 다르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아울러 휠 아치를 가득하게 채우고 있는 20인치 전용 알로이휠과 이를 얄팍하게 감싸고 있는 245/35 ZR20의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트 타이어는 이 차가 보통 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 전반적으로 동형의 R-Design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소재와 디테일을 변경하여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블랙 톤의 인테리어다. 플로어콘솔과 연결되는 센터 스택은 카본파이버로 마무리했고 스티어링 휠과 도어, 중앙 암레스트에는 거친 질감의 누벅 가죽으로 둘렀다.


스티어링 휠을 비롯하여, 시트와 도어 트림에는 `싸이언 레이싱 블루 (Cyan Racing Blue)`컬러의 스티칭으로 악센트를 주어, 스포티한 감각을 연출한다. 유리같은 느낌을 주는 투명한 전용 시프트레버와 그 안에 들어 있는 폴스타 엠블럼도 눈에 띄는 요소다. 전용의 스포츠 페달과 풋레스트는 격한 운전 중에도 발이 잘 미끄러지지 않게 한다. 운전자를 든든하게 붙들어주면서도 한 치의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버킷 시트 역시 폴스타를 위한 전용품이다.


총체적 성능향상


한국 시장에 선보인 S60과 V60 폴스타에는 현재 볼보의 주력 파워트레인인 2.0리터 직렬 4기통 DRIVE-E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한다. 그 중에서도 직접적인 기반이 되는 엔진은 기본 306마력의 출력을 내는 T6 사양의 엔진이다. 이 엔진은 터보차저와 수퍼차저를 함께 사용하는 엔진이며, 배기가스가 부족하여 터보차저를 가동하기 어려운 극저회전 상황에서는 수퍼차저가, 배기가스가 충분해진 시점에서는 터보차저가 함께 구동, 자연흡배기 엔진의 리스폰스와 과급엔진의 동력성능을 동시에 추구한 엔진이다. 폴스타는 이 엔진을 대대적으로 손질하여, 한층 높은 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터보차저의 용량을 늘렸다. 여기에 전용 커넥팅 로드와 캠샤프트는 물론, 보다 대용량의 에어인테이크와 연료펌프를 사용한다. 이렇게 재조정을 거친 S/V60 폴스타의 엔진은 367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47.9kg.m/3,100~5,100rp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최초에 등장했던 폴스타 에디션이 사용했던 3.0리터 엔진보다 약 20마력 증강된 최고출력이다. 엔진의 동력은 폴스타의 재조정을 거친 자동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를 거쳐, 보그워너 사의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에 전달된다.



볼보자동차는 단순히 엔진의 출력만 높이는 정도로는 현대의 고성능차 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S60/V60 폴스타에는 폴스타가 그동안 축적한 모터스포츠 무대에서의 경험을 반영, 상당한 부분을 개량했다. S60/V60 폴스타 모델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는 동향의 서스펜션 명가, 올린즈(Öhlins Racing AB)의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있다. 브레이크는 이탈리아 브렘보의 시스템을 채용, 슬릿 가공이 된 신규 371mm짜리 브레이크 디스크를 사용한다. 또한, 전륜 오버행 쪽의 중량을 24kg 줄여 차체의 중량 밸런스를 더욱 개선한다.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의 기어비 설정을 재조정하여 더욱 직관적인 핸들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서킷에서는?


처음 경험하게 된 폴스타는 세단 형태의 S60 폴스타. 인제 스피디움의 피트에 주차된 S60 폴스타의 문을 열고 차내에 올라 시동을 걸면, 일반 모델보다 좀 더 힘찬 느낌의 시동음 외에는 일반형 S60에 타고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숙하다. 폴스타 전용의 인테리어 디테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저 좀 더 낮은 지상고를 가진 S60에 오른 느낌과 다를 바 없다. 아이들링이 정숙하고 진동도 적기 때문이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스로틀을 최대로 개방하면, S60 특유의 작고 묵직한 차체가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항진을 시작한다. 그런데 운전자의 오금과 허리, 귓전으로 흘러 들어 오는 모든 정보에서는 367마력이라는 수치를 직감하기에는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감각적인 측면에서는 306마력의 T6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속도계의 값이 변화하는 속도는 T6와는 사뭇 다르다. 회전수의 변화는 T6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지만 속도의 변화만큼은 T6에 비해 한 템포 빠르게 전개된다.



몇 가지 과정을 거쳐 `스포츠 `모드로 주행 모드를 변환하면 보다 자극이 있는 가속을 이끌어낸다. 파워트레인은 물론, 하체와 스티어링의 반응 역시 조금씩 달라진다. 이전까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제법 묵직한 감각의 배기음이 차내로 파고들기 시작하며, 보다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S60 폴스타의 스포츠 모드는 독일산 맹수들이 내질러 대는 흉포한 사자후(獅子吼)나 맹렬한 거동과는 거리가 멀다. 파워트레인은 보다 맛깔진 소리와 좀더 기민한 작동을 보여줄 뿐, 전혀 날뛰지 않으며, 하체는 여전히 운전자의 허리를 괴롭힐 생각이 없다. 스티어링의 감도 변화도 그저 풀어져 있던 마지막 단추 하나를 마저 매어 놓은 정도의 느낌만을 줄 뿐이다.



하지만 코너 구간에 접어 들자마자, T6 R-Design과는 그 경지가 한 수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고저차가 크고 테크니컬한 코너가 이어지는 인제 서킷의 코너들을 하나 둘씩 돌아 나갈 때 마다 전혀 다른 몸놀림을 보여주는 데서 그 경지를 실감하게 된다.


스티어링 휠을 감고 푸는 순간순간마다 S60 폴스타는 놀랄 만큼 냉철하고 정확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을 사용하고 있는데, 빠른 속도에서 코너를 돌고 있는 와중에도 조타와 차체 거동 간의 괴리가 적은 편이다. 고속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때때로 조금 헐거워지는 느낌이 있지만, 전동식으로서는 응답성과 일체감 면에서 우수한 편이다.



여기에 운전자의 조타 명령을 글자 그대로 수행해내는 차체와 서스펜션의 완성도도 그야말로 인상적이다. 코너 하나하나를 돌아 나갈 때마다 그 강건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하는 차체, 어떠한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버티며 차체를 떠받치는 하체는 가히 일품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뿐만 아니라, 빠르고 유연하게 구동해주는 전용의 상사사륜구동 시스템 덕에, 레일 위에 올라타기라도 한 듯한 정교한 코너링을 만끽할 수 있다. 어떤 속도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일관된 반응을 보여주기 때문에 조종성 하나만큼은 전륜구동 기반 고성능차로서 최상급이라 할 수 있다. 철저하게 감은 만큼 돌고, 푼 만큼 바로 잡히는, 다른 볼보 모델과는 한 차원 높은 정교한 조종성과 포텐셜은 과연 폴스타가 모터스포츠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집안임을 보여준다. 우수한 조종성과 제어력은 인제 스피디움의 험난한 코스를 휘젓기에 한 점 모자람이 없다.


에스테이트형 모델인 V60 폴스타 역시, S60 폴스타가 보여준 정교하고 냉철한 움직임을 대부분 그대로 체감할 수 있다. V60 폴스타는 제원 상으로 S60폴스타에 비해 공차중량은 1kg도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차체가 조금 더 무거운 느낌이 든다. 0-100km/h 가속 시간도 S60 폴스타에 비해 0.1초 늦다. 상대적으로 뒤가 조금 더 무거운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때문에 차체의 거동에 있어서 미묘하게 다른 느낌을 준다. 하지만 S60과 마찬가지로 든든하고 정교한 하드웨어 덕분에 세단형에 전혀 뒤지지 않는 운전 경험과 에스테이트의 넉넉한 짐공간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은 V60 폴스타의 매력을 한층 높여준다.


폴스타, `정제(Refinement)`의 궁극오의


S60 폴스타와 V60 폴스타의 특징을 꼽는다면 고성능차들이 갖는 특유의 색깔이나 자극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데 있다. 스포츠 모드가 해제된 경우, 스로틀 응답성과 비교적 정숙한 실내와 조향 및 하체 반응에 이르기까지, 일반형 모델인 T6에 비해서 크게 차이가 없다. 주행을 끝내고 천천히 피트를 드나드는 동안은 내가 지금 T6 R-Design에 올랐는지, 제대로 된 고성능차에 올랐는지 체감이 어렵다. 일상에서의 1분, 1초마다 자신의 존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주장하며 온몸에 자극을 주는 다른 제조사의 고성능 모델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서킷에 들어서서 APEX나 랩타임 등을 진지하게 논하기 시작하면,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정석적인 모습으로 임한다. 서킷에서 폴스타는 얼마나 흉포하게 울부짖으면서 얼마나 혈기 넘치게 몸을 비틀어 대는지, 그리고 얼마나 통렬하게 차의 성능을 만끽시켜줄 수 있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얼마나 더 빠르게, 얼마나 더 정교하게, 얼마나 더 공식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


이러한 S60/V60 폴스타의 특성은 독일산 고성능차들이 취하는 태도에 비하면 상당히 다르다. 일상적인 자동차와 크게 차이가 없으면서도 때가 되었을 때에만 비로소 그 실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독일식의 통쾌함이나 짜릿함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철저하게 APEX와 랩타임을 중시하는 스탠스를 취한다. 이러한 S60/V60 폴스타의 특성은 독일산 고성능차를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상반되는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나쁜 쪽으로는 지나치게 진지하고 냉철해서 무미건조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좋은 쪽으로는 볼보 R-Design의 `R`이 의미하는 `정제(Refinement)`의 궁극오의를 맛볼 수 있다.


서킷에서 경험한 볼보의 또 다른 얼굴, S60 폴스타와 V60 폴스타는 그동안 `안전`이라는 틀에 갇혀 있던 볼보자동차라는 브랜드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 고성능차로서 필요충분한 동력성능에 더하여 일반 모델과는 차원이 다른, 기막힌 완성도의 섀시 및 구동계 등속에 이르는 모든 부분에서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고성능을 추구하면서도 평소에는 이를 드러내지 않으며, 필요할 때에만 그 능력을 발휘해주는 일면은 그야말로 `정제`라는 단어를 자동차로 번역해 놓은 듯하다. 볼보자동차의 S60 폴스타와 V60 폴스타는 독일산 고성능차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확실히 남다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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