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지에 이른, 쉐보레 볼트EV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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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지에 이른, 쉐보레 볼트EV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7.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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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 모터쇼가 한창인 6일, 한국지엠이 미디어를 대상으로, 2017 서울모터쇼를 통해 출시한 쉐보레 볼트EV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쉐보레 볼트EV는 쉐보레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로, GM의 친환경차 개발 역량을 한 눈에 보여주는 차라고 할 수있다. 시승한 볼트EV는 세이프티 패키지가 포함된 모델로, 보조금을 제외한 VAT포함 가격은 4,884만원이다. 보조금을 포함하면 최대 2천만원대까지 내려간다.





쉐보레 볼트EV의 외관 디자인은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 언어와 더불어, 전기차만의 개성을 살린 디테일이 특징이다. 1박스에 가까운 차체의 형상은 유럽식 B세그먼트 해치백, 혹은 소형 MPV의 그것에 가깝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제법 가파르게 내려가는 루프라인과 사이드미러에서부터 C필러까지 가파르게 솟구치는 하단 윈도우 라인과 캐릭터 라인을 조합하여 자칫 둔하고 땅딸막해 보일 수 있는 차체 형상에 시원스러움을 더한다. 디테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용의 알로이휠과 검정색 패널을 이용한 플로팅 루프 스타일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아울러, 전기차임을 나타내는 엠블럼 디자인도 특징이다.




볼트EV의 실내는 바닥이 다소 높다. 이 높은 바닥 아래에는 볼트EV의 동력을 책임지는 무지막지한 크기와 용량의 배터리 팩이 있다. 실내 전반을 차분한 진회색 기조를 사용하면서 곳곳에 삽입한 기하학적 패턴의 흰색 패널을 덧대어 강한 대조를 이룬다. 다만 실내 내장재의 조립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또한, 한정된 차체 사이즈에서 오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 숨어 있다. 대시보드와 플로어 콘솔은 완전히 분리된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어, 체감공간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하부는 거의 트여 있는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다. 상부는 팔걸이를 겸한 콘솔로 나뉘어지는데, 이 팔걸이겸 콘솔의 높이가 지나치게 높아, 변속 레버를 조작하려 할 때마다 팔꿈치가 걸린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시트는 소형화 설계를 통하여 뒷좌석의 체감 공간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 천장의 공간도 될 수 있는 대로 음푹 파 놓아서 앞좌석에서도, 뒷좌석에서도 머리가 걸리는 일이 없다. 좌석을 막론하고 시트 포지션도 낮지는 않으나, 이러한 설계 덕에 볼트EV의 체감 공간은 일반적인 B세그먼트 해치백 이상의 거주성을 갖게 된다. 트렁크 공간은 딱 일반적인 소형차에서 기대할 수 있을 만한 정도. 접이식 뒷좌석을 지원하므로,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볼트EV의 파워트레인은 싱글모터 드라이브 유닛을 사용하고 있다. 영구자석 모터로, 204마력의 최고출력과 36.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공인된 1회 충전 당 항속거리는 도심 411km, 고속도로 349km, 복합 383km로, 현재 국내 시판되고 있는 전기자동차 중 최고의 항속거리를 자랑한다. 이 항속거리는 볼트EV가 갖는 경쟁력의 핵심이다. 충전은 완전방전 상태에서 저속충전 9시간 45분, 급속충전 1시간에 80%까지 충전된다.



볼트EV는 전기차다. 물론, 자동차인만큼,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포지션을 조정하는 과정은 일반적인 자동차와 똑같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볼트EV에는 시동 버튼이 아닌, `전원` 버튼이 있다. 형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시동 버튼과 다를 바 없지만, 주행에 있어서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차이가 처음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흔히들 조용한 차를 두고 `시동이 걸렸는지도 몰랐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볼트EV를 포함한 순수 전기차는 애초에 시동을 걸어야 할 내연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요란한 소음과 진동을 수반하는 내연기관의 시동 과정 따위는 없다. 따라서 조용하다. 차에 막 올랐을 때의 그 느낌 그대로다. 그리고 시동 대신, `전원` 버튼을 눌러, 차를 깨울 뿐이다. 볼트EV의 전원버튼을 누르면 말 그대로 전자제품처럼 `전원`이 들어오며, 곧장 차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순수하게 전기의 힘으로 모든 것이 동작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변속 레버는 순전히 전자식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당겼다가 손을 놓으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변속 레인지는 버튼식의 P레인지와 R, N, D, L 레인지가 존재하며, 그 역할도 일반적인 자동차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 작동 과정은 복잡한 기계덩어리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전기 신호의 오고 감에 따른 구동 로직의 변경 뿐이다. 기계적인 변속기가 존재하지 않는 순수전기차의 특성이다.


다만, 볼트EV의 L 레인지는 일반적인 변속기의 조금 다르다. 변속 레인지를 이곳에 두면 가속 페달 하나로 가감속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이 상태는 마치 달랑 가속 페달 하나만 달려 있는 범퍼카와 다를 게 없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가속되고 놓으면 감속된다. 회생제동을 강력하게 걸어주기 때문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해도 스스로 완전히 정지한다. 이러한 특성은 도심 주행에서 풋브레이크의 조작량을 줄여주고, 회생제동의 적극적 사용을 통해 전력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울컥할 정도로 회생제동이 강력하기 때문에 경사가 내리막길 운행에서도 큰 도움을 준다. D 레인지에서는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준의 회생제동을 보인다.


스티어링 휠 왼쪽 뒤편에 붙어 있는 `Regen on Demand` 스위치도 유용하다. 이는 추가적인 회생제동 작용을 유도하는 버튼이다. 누르는 강도에 따라 비례제어되는 기능은 없지만 누르고 있으면 점진적으로 회생제동 비율을 높인다. 이는 점진적인 감속 등, L 레인지의 강력한 회생제동이 필요치 않은 상황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가속은 그야말로 시원스럽기 그지 없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곧장 무서운 기세로 속도를 올려 댄다. 일상적인 속도 영역에는 한걸음에 올라설 뿐더러, 제한 최고속도에 가까워져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이 때에는 전기 모터가 가진 다소 고주파의 소음이 나기는 하지만, 이는 일순간이고, 이내 주변 소음에 묻힐 정도로 미약한 편이다. 볼트EV의 제원 상 0-100km/h 가속 시간은 7초에 불과하다. 일상을 위한 자동차로서는 차고 넘치는 가속 성능이다.


하지만 가속력만큼이나 놀라운 점은 바로, 안정감이다. 잘 봐줘야 B세그먼트 기반 MPV 수준의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사이즈의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차원이 다른 안정감을 보여준다. 이는 차의 바닥에 심어 놓은 무지막지한 크기의 배터리 팩 덕분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가장 무거운 부위는 배터리인데, 가장 무거운 부품을 가장 아래에 두었으니 자연스레 무게중심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이러한 형태의 전기차가 갖는 가장 큰 강점이기도 하다.



특히, 볼트EV의 배터리 팩은 그 자체가 차체 강성에도 기여할 만큼 튼튼하게 설계되어 있고, 실제 차체 골격의 일부이기도 하다. 가장 무거우면서도 강건한 부품이 가장 아래에 배치되어 있으니 당연히 튼실하고 안정감 있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이 80% 이상 사용된 강건한 차체구조와 든든한 설정의 하체도 큰 역할을 한다. 시승코스인 자유로와 파주 일대의 도로를 줄곧 빠른 페이스로 주행하는데도 차체가 요동을 치는 법이 없으며, 톨박스 MPV의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롤 안정성과 기동력을 보여준다.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의 설계도 비교적 정밀하게 되어 있는 편이어서 이질감이 크지 않기 때문에 차를 적극적으로 조종하는 면에서도 꽤나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혈기 넘치는 동력 성능과 강건한 골격 및 하체에 비해 타이어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볼트EV에는 지름 6mm 이내의 이물질로 인한 손상에 대하여 자가수복이 가능한 미쉐린의 저구름저항 타이어가 장착된다. 저구름저항 설계에서 알 수 있듯이, 접지력보다는 효율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편이다. 물론, 이 타이어는 볼트EV의 항속거리를 늘려주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쉐보레 볼트EV는 그동안 시중에 출시된 순수 전기자동차 중에서도 300km를 넘는 우월한 인증 항속거리를 비롯하여 비교적 빠른 충전 속도, 높은 수준의 기계적 완성도, 그리고 일상을 위한 자동차로서 부족하지 않은 공간설계와 패키징을 갖췄다. 전기차로서도, 일상을 위한 자동차로서도 빈틈 없는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특히, 383km에 달하는 우월한 항속거리는 지금까지 출시된 그 어떤 전기차보다도 긴 것으로, 볼트EV가 가진 경쟁력의 원천이다. 충전에 대해 신경 쓸 일이 적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갖가지 똑똑한 에너지 관리가 더해져, 전기차 생활의 폭을 더욱 넓힐 수도 있다.



`당신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How far can you go?)` 전기차로선 가장 민감한 질문을 대담하게 던질 수 있는 몇 안되는 차가 바로 볼트EV다. 물론, 볼트EV도 모든 전기차가 그렇듯이, 가격 상의 문제와 충전 시설 문제의 해결이 선행되어야 제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다면, 볼트EV는 지금까지의 전기차 중 가장 이상적인 전기차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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