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찾은 렉서스의 역작 - 렉서스 GS450h F스포트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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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찾은 렉서스의 역작 - 렉서스 GS450h F스포트 시승기
  • 윤현수
  • 승인 2017.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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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가 변하기 시작했다. 종래의 고루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종전의 렉서스 디자인은 모난 곳은 없었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크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현재는 L-피네스 디자인의 확립과 스핀들 그릴의 도입으로 이전의 밋밋한 껍질을 한 꺼풀 벗겨냈다. 그리고 `GS450h F스포트`를 시승하면서 렉서스의 감성이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직감했다.




GS450h는 렉서스의 미드사이즈 후륜구동 세단, GS의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세대변경이라고 해도 될 만큼의 큰 변화를 이루었으나, 시승한 차량은 2012년 출시한 4세대 모델의 연장선이다. 본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면 개발 초기부터 고려된 것과는 다른 디자인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바디 패널의 변경이 어려운 부분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전체적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F스포트 패키지가 적용된 GS450h는 신세대 렉서스 디자인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강렬하게 인상을 강조한 헤드램프 디자인과 스핀들 그릴이 살벌하리만큼 공격적인 인상이다. 헤드램프는 3구 형식으로 내부가 구성되어 있어 단순하면서 세련되다. 강렬하게 전면부를 수놓는 `V`자 형태의 주간주행등과 F스포트 전용 그릴을 감싼 스핀들 형태의 크롬은 렉서스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보닛을 비롯한 차체 표면에는 캐릭터라인을 비롯한 굴곡이 많은 편이다. 몇몇 부분은 손이 베일 정도로 날카롭게 패널들이 이어져 있다. 동시에 고저 차 하나 없이 꼼꼼하게 한 덩어리를 만든다. 렉서스의 금형 기술 수준이 얼마나 뛰어난지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이브리드임을 넌지시 이야기하듯, 차체 앞뒤에 부착된 `L`자 모양의 렉서스 심볼에는 파랗게 물을 들였다. 토요타의 오래된 수법이지만, 어느새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리어 램프는 가이드 타입의 LED 램프와 크롬 라인을 통해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했다. 그러나 테일 파이프를 범퍼 안쪽에 숨겨놓았다는 것은 아쉽다. `F 스포트` 패키지가 적용된 모델임을 고려하면 아쉬움은 더욱 크다.



사실 4세대 GS는 초기형부터 신세대 렉서스 디자인의 틀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스핀들 그릴은 어렴풋이 형태만 드러내고 있었고, `V`자 형태의 주간주행등 역시 초기에는 헤드램프 속에 자리하며 밖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그 희미했던 외관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렉서스가 종전부터 제창했던 `L-피네스`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중장년층에게는 다소 과한 인상이지만, 적어도 렉서스를 지루하게 느끼게 했던 편견과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거기에 후륜구동 스포츠세단의 전통적인 비례는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 F스포트 패키지, 그리고 영롱하면서도 깊은 시승차의 블루 페인트 색상이 곁들여지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표출한다.



변혁을 이뤄냈던 외관과는 달리 인테리어는 기존의 틀을 그대로 유지한다. GS의 포지셔닝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스포츠 세단`이다. 이 카테고리의 자동차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은 다름아닌 `고급스러움`이다. 이러한 감각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며, 갖가지 자극적인 양념들을 통해 자신들만의 색깔을 갖춰나가야 한다. 실내 구성에서 럭셔리 세단의 감성을 찾을 수 있다.



타공 가죽과 알루미늄 트림, 화이트 스티치로 멋을 낸 운전대 등 F스포트 패키지가 적용된 시승차의 실내에는 고급스러우면서 스포티한 기운이 동시에 흐르고 있다. 무광 알루미늄 트림과 부드러운 우레탄 소재로 감싼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의 질감과 촉감은 좋았고, 크래시 패드에 덧대어 조각된 소재는 마치 카본파이버 트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우수했다.



센터 콘솔과 더불어 도어 트림, 시트 등에 고루 적용된 레드 컬러 가죽은 실내의 분위기를 더욱 역동적인 공간으로 뒤바꿔 놓은 일등공신이다. 부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 실밥의 색상도 다채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다만 공조장치 컨트롤러는 전반적인 인테리어 분위기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 버튼들도 칼로 두부를 썰어놓은 듯 단조로운 모양새다. 조작의 편의성을 위해 크기를 조금 더 키워도 좋을듯하다.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있어 미디어 통합 컨트롤러는 필수 요소가 되었으나 사실 렉서스는 이런 실내 통합 조작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지녔었다. 그러나 통합 컨트롤러가 대세가 되자 고집을 꺾으며 대열에 합류했다. `리모트 터치`라 이름 붙여진 해당 컨트롤러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컴퓨터의 `마우스`를 모티브로 삼았다.


실제로 `커서`가 중심이 되어 `햅틱` 반응을 통해 직관적인 움직임을 구현했다. 따라서 렉서스를 포함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초기형 컨트롤러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조작성과 편의성을 자랑한다. 컴퓨터 마우스 사용에 익숙한 습관 때문이다. 그러나 장점만 갖춘 것은 아니다. 센터 플로어에 길쭉하게 자리 잡은 컨트롤러는 미관상 좋지 않고, 센터 콘솔을 비롯한 수납공간 및 실내 구성을 협소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렉서스는 이러한 문제를 인지한 것인지, 이후 제작하는 렉서스 모델에는 터치패널을 기반으로 한 단순하고 컴팩트한 컨트롤러를 적용한다.



GS450h는 4세대 GS를 기반으로 했기에 최신 `RTI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를 이식받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렉서스가 지향했었던 `가장 직관적인 조작`은 여전히 이뤄내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뛰어나지 않지만, 내비게이션과의 연동을 비롯한 멀티미디어 사용에 불편함은 없다.



안팎으로 만족감을 표할 수 있었던 GS450h의 달리기 실력은 어떨까? `F스포트 패키지`를 통해 전용 서스펜션을 장착한 차량인지라, 더욱 기대감을 품게 했다. 출발은 고요하다. 배터리가 25% 이상 남아있다면 전기모터는 3.5리터 가솔린 엔진 대신 저속에서 힘을 쓰기 때문이다. 덕분에 정숙성으로 대표되는 렉서스의 이미지는 더욱 부각된다. 다만 전기모터가 돌아갈 때에 아스라이 들리는 소리는 여전히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하면 어렴풋이 `친환경` 자동차라는 인식이 강하게 뇌리를 스친다. 그리고 성능이 살짝 떨어지는 자동차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고 있다. 슈퍼카 업계는 내연기관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접목해 더욱 강력한 슈퍼카를 만들고 있다.



GS450h를 본격적인 퍼포먼스 세단이라고 부르긴 힘들지만, 적어도 성능이 부족한 차량은 아니다. 물론, 보닛에 자리한 앳킨슨 사이클 방식의 3.5리터 가솔린 엔진은 GS350에 장착된 오토사이클 타입의 3.5리터 엔진보다 출력이 22마력 낮지만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조합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가세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엔진과 모터의 힘이 합해진 시스템 출력은 343마력으로, GS350보다 출력이 높아진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놓고 합산 출력을 몽땅 뽑아내면 GS350보다 더욱 호쾌한 모습이 드러난다. 타코미터 계기 바늘을 레드라인까지 밀어 붙여도 엔진음은 새근거리지 않고 고르고 일정하게 응답한다. EV 모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잔여 배터리가 빨리 바닥이 나버려서 시스템 총 출력을 꾸준히 내기 힘들어 진다. 내리막길이나 제동을 통해 배터리 충전에 노력하지만, 주행 상황에 따라 충전 상황이 상이하다.



변속기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추가되어 다른 구동계를 지니기 때문에, 렉서스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8단 SPDS 자동변속기 대신 전자제어 CVT가 장착된다. CVT의 완성도가 매우 높은 편으로 CVT 특유의 이질감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레인지를 수동 모드에 놓고 엔진 회전수를 높게 사용해도, 변속기를 보호한답시고 기어를 자동으로 변속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목적지까지 가장 편안하게 도달할 수 있는 차는 렉서스다´라는 말처럼, 렉서스 특유의 강점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흡차음재를 넉넉히 사용하여 바깥세상과의 단절을 이뤘고, F스포트 전용 서스펜션을 적용했음에도 적당히 야들거리는 서스펜션은 포악한 외모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스포츠 모드에서 하체는 더욱 견고해진다. 자신감이 생겨 거세게 몰아붙여도 주눅들지 않는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도 렉서스답게 정숙성만큼은 고스란히 보존해낸다. 특히 뒷바퀴에 장착된 타이어는 265mm급의 19인치 광폭 타이어로, 브리지스톤의 UHP 제품(포텐자 RE050A)으로 융통성 있게 움직여주는 서스펜션과 함께 훌륭한 코너링 성능을 자아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GS450h 쪽이 GS350보다 파워가 높고 차체 중량도 170kg 가량 무거운데도 연비가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체가 심한 시내 주행을 할수록 계기판에 찍히는 연비 숫자가 점점 올라갔다. 모터로만 가속과 정지를 반복하는 터라 엔진은 가끔씩 깨어나서 배터리를 충전시켜주는 일 말고는 달리 할 게 없었다. 모터가 열심히 일할수록 운전자는 웃음을 머금을 수 밖에 없다. GS450h F스포트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1.8km. 하위트림인 `Supreme`보다 큰 사이즈의 타이어를 써서 연비가 다소 떨어졌다.



렉서스 GS450h F스포트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세단에 적절한 자극제를 주입한 자동차였다. 마침내 렉서스의 캐릭터를 드러낸 외관과, 인테리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보여주어야 할 고급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리고 성능과 연비를 모두 거머쥔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신뢰도 높은 섀시는 속도 영역을 가리지 않고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만들었다. 배터리를 가득 실었음에도 트렁크도 465리터로 널찍한 편이다. 여러모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편견을 깨뜨려놓았다.



GS450h, 거기에 F스포트 패키지를 더한 시승차의 소비자 가격은 8490만원. 단순 가격으로만 비교하자면 메르세데스 벤츠 E350d와 유사한 가격대다. 4세대 렉서스 GS는 위와 같이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낸 차량이지만, 실제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의 판매량 성적은 한 자릿수와 두 자릿수를 넘나들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세그먼트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이 월 1000대 이상을 판매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쓰라린 성적이다.



그러나 단순히 판매량만으로 차량의 가치를 매기고 싶진 않다. 종전까지 렉서스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괜찮은 `대체재`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자신들의 색깔을 뚜렷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더욱 밝은 미래를 알리는 청신호일 것이다. 한국 시장에도 출격을 앞두고 있는 `LC`와 `LS`를 보자. 렉서스는 과도기를 거쳐 드디어 정체성을 확고히 다잡았다. 렉서스는 자신들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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