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를 ‘리마스터’하다 -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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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를 ‘리마스터’하다 -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시승기
  • 박병하 기자
  • 승인 2019.10.11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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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의 대형 SUV 모델, 모하비가 ‘모하비 더 마스터’라는 이름과 함께 대대적인 부분변경을 거쳤다. 최초 데뷔가 2008년이니 올 해로 벌써 현역 11년차에 접어 들었다. 기아 모하비는 G4 렉스턴과 함께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만들어지는 유이한 바디-온-프레임 차체구조와 파트타임 사륜구동을 장비한 전통적인 SUV다. 또한 동급에서 유일하게 3리터급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SUV이기도 하다. ‘모하비 더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돌아 온 기아 모하비를 시승하며 어떠한 변화를 거쳤는지, 그리고 데뷔 10년차를 넘은 지금의 시점에서 어떤 가치를 품고 있는 지 짚어 본다. 시승한 모하비는 마스터즈 5인승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5,160만원이다.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의 외관은 지난 3월에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 등장했던 ‘모하비 마스터피스’ 컨셉트카와 매우 흡사하다. 파격적인 스타일의 전면부 디자인과 더불어 일체형 테일램프를 채용한 후면 디자인까지 컨셉트카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외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게 달라진 스타일링을 가진 모하비 더 마스터는 적어도 처음 조우하게 되었을 때 확실히 새롭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존에 상당히 평면적인 스타일링을 가졌던 모하비에 비해 한층 입체적인 조형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모하비 더 마스터의 길이는 총연장 4,930mm로, 기존에 비해 한층 길어졌다. 전폭은 1,920mm로 기존에 비해 5mm 늘어났고 전고는 1,790mm로 20mm정도 낮아졌다. 휠베이스는 기존과 같은 2,895mm를 유지하고 있다.

모하비 더 마스터가 보여주는 파격적인 스타일링 변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뭐니뭐니해도 전면부다. 컨셉트카의 것을 거의 그대로 적용한 초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안에 내장된 헤드램프가 가장 시선을 잡아 끈다. 컨셉트카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굵직한 세로형 LED 조명 일부를 굵직한 크롬 장식으로 대체한 것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헤드램프 내에 위치한 세로형 조명은 어엿한 LED 주간 상시등으로 만들어져 있다. 헤드램프는 4등식의 LED 램프를 사용하고 있으며,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 내에 내장된 듯한 형태로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내에 헤드램프를 삽입하는 스타일링은 먼저 출시한 소형 SUV 셀토스(Seltos)를 통해 나타났던 부분이기도 하다.

후면부의 디자인은 최근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된 K7의 것과 비슷한 느낌의 일체형 테일램프로 재해석되었다. 테일램프는 일체형 구조를 취하면서도 입체적인 조형을 강조하여 상당히 도드라져 보인다. 또한 초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같이, 전반적으로 수평향의 기조를 취함으로써 시각적으로 차체 폭을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도 보고 있는 듯하다. 테일파이프는 좌우에 각 2개씩 총 4개가 매립형에 가까운 스타일로 다듬어져 있어 한층 깔끔하면서도 당당한 뒷모습을 완성한다. 측면에서는 확실히 이 차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체적인 조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꾀하여 한층 볼륨감 있는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대시보드를 비롯한 실내 전반을 송두리째 바꾼 덕분이다. 기존 모하비의 인테리어는 데뷔 초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충분히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편이었지만 10년도 더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모하비 더 마스터의 실내는 동사의 고급 세단 K9을 방불케 할 정도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대시보드 디자인과 그에 맞춰 더욱 화려하게 짜여진 도어트림, 그리고 달라진 시트로 분위기가 완전히 ‘딴판’이다.

스티어링 휠의 경우 여전히 직경이 크고 4스포크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이 크게 바뀌어, 새로운 인테리어와 흐름을 함께 하고 있다. 그립감은 우수한 편이고 손에 한 가득 들어 오는 굵직한 림 굵기가 인상적이다. 계기반은 K7이 사용 중인 풀 LCD 스크린을 사용하고 있으며, 우수한 해상도와 단순한 계기류 디자인을 통해 높은 시인성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아쉽게도, K7이나 K9에는 적용되는 후방 모니터는 지원하지 않는다. 12.3인치에 달하는 크기의 중앙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보기만 해도 시원스러운 느낌이다. UI 자체의 디자인은 현행 기아자동차들이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지만 직관적인 구성 덕분에 사용 편의성이 우수하다. 오디오는 제네시스에서 사용 중인 렉시콘(Lexicon)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좌석도 크게 바뀌었다. 특히 앞좌석의 경우, 누빔 처리를 한 가죽 시트가 적용되어 시각적으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부드럽고 안락한 착좌감을 선사한다. 운전석은 8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 외에 2방향 전동식 럼버 서포트를 지원한다. 착좌감 하나만큼은 기존의 모하비는 물론, 현행의 다른 고급 SUV들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수준을 구현하고 있다. 반면 조수석은 4방향 조절만 가능하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앞좌석은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시승한 모하비는 5인승 사양으로, 벤치 형태의 뒷좌석(2열)이 마련되어 있다. 뒷좌석은 수동식이기는 하지만 6:4 분할 접이 기능과 함께 리클라이닝 기능, 전후 슬라이딩 기능을 지원하며, 시승차의 경우에는 좌우 착좌부에 열선 기능까지 내장되어 있다. 뒷좌석의 공간은 기존의 모하비와 마찬가지로 광활하게 넓은 느낌보다는 아늑한 느낌이 더 강하고, 성인 남성에게도 적당한 수준의 거주성을 제공한다.

트렁크 용량도 기존 모하비와 다르지 않다. 특히 시승차와 같은 5인승 모델의 경우, 3열 좌석이 없기 때문에 한층 널찍한 트렁크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2열좌석을 접었을 때 풀-플랫 상태가 될 수 있도록 본래 3열 좌석이 수납되는 부분을 비워서 별도의 수납공간을 조성했다. 2열 좌석을 모두 접으면 1,600리터가 넘는 짐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엔진은 기존 모하비의 유로-VI 대응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S-II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변속기는 자동 8단 변속기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상황에 따라 네 바퀴를 모두 구동한다. 그리고 여전히, 저속기어를 선택 가능한 파트타임 사륜구동 기능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엔진 최고출력은 260마력/3,800rpm, 최대토크는 57.1kg.m/1,500~3,000rpm에 달한다.

기아 모하비는 정숙성 면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확실히 소음과 진동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4기통과는 격이 다른, 6기통 엔진의 정숙함을 느낄 수 있다. 소음은 물론, 진동도 크지 않아, 정차 중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 등에 전해지는 진동이 꽤나 낮은 편이다. 이 쯤 되면 탑승자에 따라 가솔린 엔진이 크게 부럽지 않을 수준의 정숙성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하비의 정숙함은 주행 중에도 일관되게 유지된다. 단, 특유의 스타일에서 오는 반대급부로, 여전히 고속 주행에서는 풍절음이 강하게 들려 온다.

승차감은 기존 모하비에 비해 한층 여유가 있고 나긋나긋해졌다. 특히 뒤 서스펜션의 반응이 기존에 비해 한층 더 부드러워졌고, 신경질적인 느낌도 많이 줄었다. 가장 최근까지 생산되었던 모하비는 유로6 대응을 위해 요소수 탱크를 뒤쪽에 배치하게 되면서 에어서스펜션이 삭제되었고, 이 때문에 뒷좌석 승객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친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모하비 더 마스터는 후륜 서스펜션의 쇽업소버 각도를 조정하고, 더욱 강화된 바디 마운팅 부싱을 적용한 것이 효과를 보았는지, 기존에 비해 한층 여유롭고 편안하다.

가속력은 확실히 3리터급 디젤엔진을 품은 SUV답다. 1,500rpm에서부터 터져나오는 묵직한 저회전 토크 덕분에 공차중량만 약 2.3톤에 이르는 모하비를 힘차고 박력 있게 밀어 붙여 준다. 가속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남부럽지 않은 동력성능을 즐기면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일상적인 속도 영역은 물론, 그 이상의 속도에서도 엔진의 힘은 크게 처지지 않는 느낌이 든다. 고회전 영역에 진입하였을 때에도 토크가 순간적으로 주저앉는 느낌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며, 나름대로 끈기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속 주행 중에는 풍절음이 상당히 들려오는 편이기는 하지만 차체의 안정감은 기존에 비해 훨씬 나아진 느낌을 준다.

코너링에서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는 모하비라는 차 자체가 도심형 소프트로더보다는 보다 정통파에 가까운 SUV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모하비는 새롭게 ‘랙 마운트 타입의 EPS(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인, R-MDPS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서스펜션 및 바디 부싱을 교체하는 등, 하체 부분의 보강에도 신경을 써 준 덕에 조종질감은 기존에 비해 보다 기분 좋은 느낌을 준다. 아주 똑 부러지는 느낌은 아니지만 느슨함과 무게감 사이에서 거의 중간에 가까운 설정을 하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대형의 무거운 SUV이므로, 어디든 가볍게 움직여 주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느슨한 느낌마저 있었던 기존 모델에 비하면 더욱 현대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질감으로 다시 태어났다.

모하비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오프로드 성능을 선보인다. 타이어가 감당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모하비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평상시에는 풀타임 사륜구동처럼 동작하지만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별도의 오프로드용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도 있고, 심지어 저속 기어까지 이용할 수 있다.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는 정통파 SUV의 기본 소양에 해당하는 장비로, 구동륜의 회전을 억제시켜 진창길 같은 곳에서 바퀴가 헛돌아 발생하는 차체의 침강을 막을 수도 있고 우수한 등판능력을 제공하며, 내리막 경사로 주행에서도 큰 도움을 준다. 사륜구동 시스템의 완성도는 크게 나무랄 곳이 없을 정도다.

연비는 기존 모하비와 비교했을 때 크게 나아진 부분은 없거나 미미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기존과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인연비는 시승차와 동일한 4WD 20인치 휠 사양을 기준으로 도심 8.3m/l, 고속도로 10.9km/l, 복합 9.3km/l이다. 시승을 진행하면서 기록한 구간별 평균 연비의 경우, 도심 구간에서는 평균 6.8km/l를 기록했고, 고속도로는 11.8km/l를 기록했다. 도심 연비는 확실히 공인 연비에 비해 낮지만, 고속도로에서의 연비는 공인연비와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다.

모하비 더 마스터의 또 다른 변화가 있다면 바로, 전방위적으로 도입된 선진 운전보조기능(ADAS)을 들 수 있다. 모하비 더 마스터에는 정차 및 재출발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mart Cruise Control),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Highway Driving Assist) 등의 사양이 모두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전방 충돌 방지 보조(Forward Collision-Avoidance Assist),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ear Cross-traffic Collision-avoidance Assist), 운전자 주의경고(Driver Attention Warning),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Blind-spot Collision Avoidance Assist) 차로유지 보조(Lane Following Assist) 등의 다양한 능동 안전장비가 전 모델 기본으로 적용되어 한층 쾌적하고 안전한 운전환경을 제공한다.

‘모하비 더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모하비는 데뷔 초의 모습들을 상당부분 지워내고 새로워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새로워진 외관과 실내, 한층 성숙해진 승차감과 조종질감, 그리고 오늘날 시장에서 요구하고 있는 다양한 능동안전장비까지 만재하여 근래 속속들이 등장한 최신형 SUV들과도 어깨를 맞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대대적인 개수를 거쳤다고 해도 기본적인 설계가 이미 구식화 되어있는 만큼, 바닥부터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차들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승차감과 조종 질감 면에서 상당한 수준의 발전을 이룩했음에도 여전히 바디-온-프레임 방식의 SUV 특유의 거친 느낌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고, 여전히 차가 둔중하다는 느낌을 준다. 기반 설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용인해 줄 수는 있으나 가볍고 세련된 크로스오버 SUV를 요구하는 오늘날의 시장 요구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모하비 더 마스터는 이미 사전 계약 물량만 7천대를 넘어섰으며, 지금도 인도 지연에 시달리고 있는 팰리세이드와는 달리, 꾸준한 실적을 올려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하비는 오늘날의 크로스오버 SUV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바디-온-프레임 구조의 강건함과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춘 고전적인 SUV다. 그렇지만 융통성 없이 옛 것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들을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변화시킴으로써 전통의 가치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잡았다. 따라서 모하비의 변화는 ‘우려먹기’가 아닌, ‘리마스터’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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