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기아자동차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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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차]기아자동차 복사
  • 박병하 기자
  • 승인 2019.11.06 09: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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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현대자동차와 함께 현대자동차그룹을 구성하는 일원이 된 지 상당한 세월이 지났지만 과거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던 자동차 기업이었다. 1944년 ‘경성정공’으로부터 시작해 기아산업 등의 시절을 거치는 동안, 기아자동차는 이륜차로부터 시작해 승용과 상용 부문을 넘나들며 다양한 자동차들을 개발해 냈다.

물론 우리나라의 여느 자동차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기아도 자동차 관련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몇몇의 ‘스승’을 거쳐갔다. 그 중 하나는 오늘날에도 전세계에 이륜차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혼다기연공업(이하 혼다)’이었다. 기아는 삼천리자전거를 세우며 자체적으로 자전거를 생산함은 물론, 혼다와의 제휴를 통해 이륜차도 생산했다. 기아 이륜차 사업부의 후신이 오늘날의 대림자동차다. 그리고 기아는 1960년대 들어 토요공업(現 마쓰다주식회사)를 또 다른 스승으로 맞아, 본격적으로 자동차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기아자동차가 처음 만든 자동차는 마쓰다가 생산하고 있었던 삼륜트럭이었다. 그렇다면, 기아자동차가 처음으로 만든 ‘사륜자동차’는 무엇이었을까? 마쓰다 파밀리아를 기반으로 개발한 ‘브리사’를 생각하시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브리사는 ‘기아자동차 최초의 승용차’다. 기아자동차가 처음으로 반든 사륜자동차는 승용차가 아닌, 화물차, ‘복사(Boxer)’였다.

기아자동차가 처음으로 만든 사륜자동차

기아산업의 기아마스타 삼륜차 시리즈는 마쓰다 K360 기반의 적재중량 300kg급 소형 모델과 후기에 출시된 500kg급의 T-600, 그리고 1.5톤의 적재중량을 갖는 T-1500과 2톤급에 달하는 T-2000까지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들보다 더 높은 적재중량을 갖는, 적재중량 4~4.5톤급의 중형급 화물차로 내놓은 차가 바로 복사다.

이 차는 마쓰다가 1968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3.5~4.5톤급 중형 트럭, 복사(Boxer)를 라이센스 생산한 것이다. 차명인 복사(Boxer)는 권투선수가 아닌, 사역견으로 유명한 독일의 견종에서 가져 온 것이다. 일하는 자동차인 상용차에 어울리는 작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아마스타 복사는 1971년도에 적재중량 4톤급의 모델이 최초 출시되었다. 기아마스타 복사는 ‘4톤 신세대를 리-드하는 기아마스타 복사’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광고했다. 1세대 복사의 외관은 전형적인 당대의 캡-오버형 화물차의 모습 그대로다. 오늘날의 기준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헤드램프 상부에 위치한 두 개의 창을 들 수 있다. 이는 전면의 사각지대를 확인하기 위한 부위다. 또한 코너 유리를 적용해 넓은 전측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전륜 휠 너트 가장자리에는 틀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휠 볼트와 너트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며, 운전자에 따라서 종종 간이 스텝과도 같은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적재함의 경우, 당시 기준으로 다소 낮은 높이인 데다 후면과 좌우 양쪽의 플랩을 모두 펼칠 수 있는 현대적인 삼면 개폐식 적재함을 채택한 덕분에 상/하차 조업의 편의성이 높았다. 또한 ㄷ자형 단면의 이중구조 프레임을 기반으로 했으며, 후륜에 8중 이상의 판스프링을 적용해 수직 내하중성을 높였다. 이뿐만 아니라 틸팅캡(Tilting Cab)을 적용하여 유지보수의 편의성 역시 높았다. 실내는 화물트럭에 주로 적용되는 휴식용 간이침대를 과감히 제거하고 등받이를 완전히 뒤로 젖힐 수 있는 구조의 좌석을 적용했다.

기아마스타 복사는 총배기량 3.8리터(3,783cc)의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이 엔진은 110마력의 최고출력을 낼 수 있었으며, 수동 5단 변속기와 짝을 이뤘다. 당시 기준으로 9.1km/l의 연비를 자랑했다. 1973년도부터는 115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4.0리터(4,052cc)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4.5톤 복사를 추가 출시되며 라인업이 넓어졌다.

기아마스타 복사는 1971년도부터 소하리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가 1976년, 기아가 아시아자동차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아시아자동차의 광주공장에서 위탁생산되었다. 기아 복사는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기아자동차의 주력 중형 화물차로 꾸준히 판매를 이어나갔다. 원 제작자인 마쓰다가 1980년에 복사를 단종시켜버린 것과는 달리, 기아의 1세대 복사는 꾸준한 개선작업을 거쳐 1990년대까지도 생산되었다. 심지어 2세대에 해당하는 ‘와이드 복사’가 출시된 이후에도 한동안 병행생산되었다. 기아 복사는 1993년, 배기가스 규제 및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신형의 4.5톤급 화물차 ‘라이노’와 4톤급 ‘와이드 복사’에 자리를 넘겨주고 최종적으로 단종을 맞았다.

기아마스타 복사는 국군의 기동장비로서 채용되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국군은 기존에 미국에서 공여 받아 보유하고 있었던 트럭 등 상당 수의 기동장비들이 노후화되고 있었고 예비군 병력은 늘어가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노후화된 차량들을 퇴역시키는 한 편, 퇴역한 차량들의 빈 자리를 메울 새로운 차량이 필요하게 되었다. 군이 새로운 차량을 요구하게 되면서 기아자동차는 복사를 기반으로 군의 요구 사항에 맞는 개량한 트럭을 군에 제안하였다. 기아가 제안한 군용 복사 트럭은 험지 및 임도 주행이 잦은 군의 요구에 따라 지상고를 높이는 한 편, 사륜구동을 기본으로 적용하는 등의 개선 사항이 적용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군용 복사 트럭은 ‘K300’이라는 제식명을 부여 받고 국군에서 사용되었다. K300은 민수용 트럭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차량이기는 하지만, 최초의 국산 군용 차량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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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2019-11-08 17:44:48
요맘때쯤 동네방네 연탄날라주던차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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