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하고 알차게 만들어진 전기차 - 메르세데스-벤츠 EQC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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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고 알차게 만들어진 전기차 - 메르세데스-벤츠 EQC 시승기
  • 박병하 기자
  • 승인 2019.11.0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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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새로운 브랜드, ‘EQ’의 첫 양산차인 ‘EQC’가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C’의 미디어 시승행사를 개최하며 EQC의 매력 알리기에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 EQC는 지난 9월에 국내에 공개된 바 있으며, 이번 시승행사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첫 순수 전기차를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시승한 EQC는 EQC 400 4MATIC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1억 50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EQC는 EQ 브랜드를 내걸고 처음으로 전개하게 되는 양산차다. 이 차는 동사의 SUV 모델인 ‘GLC’를 설계 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디자인의 뿌리는 지난 2016년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한 바 있는 ‘제너레이션 EQ 컨셉트’에서 출발한다. 차체의 형상에서부터 디테일에 이르는 하나하나에서 제너레이션 EQ의 디자인 요소들이 거의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QC의 외관 디자인은 한 편으로는 상당히 미래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오늘날 양산차의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느낌도 함께 나타난다. 매끈하게 다듬어 놓은 파격적인 전면부 디자인 이외에는 차체 형상이나 도어 미러, 도어 핸들 등의 요소들은 현행 메르세데스-벤츠 양산차의 전반적인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며, ‘미래적인 분위기’를 과도하게 어필하지도 않는다.

날개처럼 펼쳐진 인상의 전면부는 감각적인 인상과 더불어 EQC의 미래적 분위기를 만드는 몇 안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양쪽의 헤드램프는 마치 하나의 패널로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좌우로 넓게 뻗어 있어 차체를 시각적으로 더욱 커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거대한 메르세데스의 삼각별 로고를 중심으로 뻗어 나가는 두 줄의 크롬 스트립으로 꾸며진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급스러운 감각과 더불어 세련미를 부여한다. 뒷모습에서는 수평 기조를 강조하는 일체형 테일램프가 눈에 띈다. 테일파이프 없이 범퍼 하단을 깔끔하게 정리한 점도 특징이다.

실내의 기본적인 구조나 레이아웃은 현행의 메르세데스-벤츠의 양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대시보드 상부의 디자인 전반과 마감재를 달리함으로써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내의 인상을 크게 좌우하는 중앙 송풍구 디자인의 경우, 오늘날 메르세데스-벤츠 양산차들이 너나할 것 없이 사용하고 있는 원형 송풍구가 아닌, 사각형 송풍구를 사용하고 있다.

계기반은 중앙 디스플레이와 일체화되어 있는 구조를 띄고 있으며, 높은 해상도와 더불어 화려한 디자인의 UI로 시선을 끈다. 대시보드 상부는 독특한 질감의 직물로 마감되어 있다. 반면, 대시보드 아래로는 현행의 메르세데스-벤츠의 양산차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기어박스 없는 일체형의 플로어 콘솔 둘레부터 도어트림에 이르는 모든 부분의 디자인이 거의 동일한 맥락을 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운전석은 상반신을 탄탄하게 받쳐준다. 착좌감은 전반적으로 탄탄한 편이며, 적당한 정도의 경도 설계로 불편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시트 포지션은 크로스오형 차량임을 감안해도 다소 높은 편이다. 바닥에 배터리셀이 배치되어 있는 구조적인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운전석은 8방향 전동조절 기능과 더불어 4방향 전동식 요추받침과 3단계 열선기능을 지원한다. 아쉬운 점은 가격이 1억을 호가하는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통풍기능이 제외되어 있다는 점이다.

뒷좌석은 생각보다 넉넉하지는 않다는 느낌이 든다. 좌석의 구성은 크게 나무랄 데 없지만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다. 헤드룸은 성인의 머리가 간신히 닿지 않는 수준까지만 확보되어 있고, 숄더룸이나 레그룸도 차급에 비해 넉넉한 편은 못된다. 바닥도, 시트 포지션도 높은 편에 속한다.

트렁크 공간은 수치 상으로 500리터라고 표시되어 있고, 체감 상으로도 크게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트렁크 바닥의 높이가 다소 높은 편이다. 이는 직류전환장치(DC 컨버터) 등의 중요 부품들이 트렁크룸 하부에 배치되어 있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뒷좌석을 접으면 총 1,460리터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QC는 전륜측과 후륜측에 각각 마련된 총 2개의 전기 모터로 구동된다. 전/후륜 차축에 배치된 모터의 합산 최고출력은 408마력에 달하며, 최대토크는 78.0kg.m에 이른다. 별도의 기계적인 변속기는 존재하지 않으며, 강력한 최대토크가 출발가속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는 덕분에 2,440kg에 달하는 공차중량에도 불구하고 단 5.1초만에 0-100km/h 가속을 끝낼 수 있다.

EQC의 추진에 사용되는 전력은 차체 하부에 배치된 총 80kWh 용량의 배터리에서 나온다. 이 배터리는 다임러의 자회사인 ‘도이치 어큐모티브(Deutsche ACCUMOTIVE)’에서 생산한 최신 80 kWh 리튬 이온 배터리다. 국내 기준 1회 완충에 309km를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 셀은 리튬-이온(Li-ion) 배터리를 사용하며 7.4 kW 용량의 온보드 차저(onboard charger)가 내장돼 가정과 공공 충전소에서 완속(AC) 충전이 가능하다. 급속 충전의 경우에는 최대 110 kW의 출력으로 약 40분 이내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QC는 전기차다. 따라서 시동버튼을 눌러도 무언가가 깨어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미 켜져 있는 계기반에 조그맣게 들어 오는 ‘READY’라는 알림만이 이 차가 출발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나타낼 뿐이다. 소음과 진동을 일으키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에 전기차에 익숙치 않은 운전자라면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통상 전기구동계를 사용하는 차량은 전기계통에서 일어나는 전자적인 백색소음이 필연적으로 부각되기 마련인데 EQC는 이러한 전자적이고 이질적인 소음들을 거의 느낄 수 없다. 따라서 출발을 시작하고 나서도 고요함은 깨어지지 않는다. 공조장치에서 발생하는 소리와 바퀴 굴러가는 소리 외에는 차량 자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철저히 봉쇄해 놓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오히려 외부에서 파고드는 소음이 더 크게 느껴질 정도다.

승차감은 상당히 부드럽게 느껴진다. 큰 요철에서는 든든하게, 작은 요철은 물 흐르듯 넘기는 솜씨는 과연 메르세데스-벤츠의 식구 답다. 하지만 대책없이 부드럽기만한 것은 결코 아니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지하는 와중에도 차체가 불필요하게 출렁이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승차감만큼은 고급 세단에 가까운 질감을 전달한다.

가속 페달을 작정하고 내리 밟게 되면 몸무게만 2.4톤에 달하는 차가 파워풀하게 전방으로 돌진하기 시작한다. 최대토크가 구동초기부터 터져 나오는 전기모터의 특성 상, 그야말로 가열찬 기세의 가속을 선보인다. 전기모터가 제공하는 강력한 순간가속력 덕분에 그 무거운 몸무게를 순간순간 잊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고속주행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과연 메르세데스-벤츠의 식구임을 재차 깨달을 수 있다. 상당히 빠른 페이스의 고속 주행에서도 차체가 일관되게 안정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뛰어난 서스펜션 조율과 더불어 무거운 배터리 셀을 바닥에 배치하여 낮은 무게중심을 갖는 차량 자체의 특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전동 구동계와 탄탄한 하드웨어를 가진 덕분에 배터리에 여유만 있다면 얼마든지 호쾌한 질주가 가능하다. 

반면, 이 과정에서조차 차내에서 느낄 수 있는 소음은 약간의 로드노이즈와 약간의 바람 소리 뿐이다. 전기모터가 상당한 고회전으로 작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구동계쪽에서 소음이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 차는 쏜살같이 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사실 상 소음이 없다시피 하다. 게다가 차량의 직진안정성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고속으로 내달리는 와중에도 긴장감이 크게 들지 않는다. 이는 한 편으로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코너링에서는 대체로 무난한 모습을 보여준다. 배터리 셀을 바닥에 배치하여 무게중심이 낮다고는 하지만 코너링에서는 이것이 의외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2.4톤을 넘는 몸무게와 다소 부드럽게 설정된 서스펜션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의 작동성은 나쁘지 않지만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종래의 메르세데스-벤츠 차량과는 꽤나 다른 느낌을 준다.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서는 EQC의 스티어링 시스템을 이질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다소 둔중하다는 느낌을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허술하지는 않다.

메르세데스-벤츠 EQC의 스티어링 휠 뒤편에는 시프트 패들이 붙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프트 패들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전기차의 필수인 회생제동 시스템의 강도를 설정하는 스위치라고 보면 된다. ‘-’ 패들을 누르면 회생제동을 강하게 조정하고, ‘+’는 약하게 조정한다. 회생제동의 강도는 약한 순서대로 ‘+’, ‘중립’, ‘-‘, ‘--’의 총 4단계로 나뉘어진다. +는 회생제동을 아예 걸지 않는 상태로, 타력 주행을 할 때 사용한다. 중립상태에서는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구동저항과 유사한 수준의 저항을 걸어준다. 그런데 이 감각이 예상 외로 상당히 자연스럽다. 적어도 체감 상으로는 엔진만 없을 뿐, 내연기관자동차와 놀라울 만큼 유사한 구동질감을 경험할 수 있다.

‘-‘모드의 경우에는 조금 더 강한 저항을 걸어 주는데, 그 강도는 체감 상 풀-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회생제동과 거의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모드에서는 통상의 전기차들이 갖는 매우 강한 수준의 회생제동을 걸어준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상당히 강력한 회생제동을 걸어 줌에도 불구하고 차를 완전히 정지시켜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속도가 대략 10km/h에 이르면 회생제동이 멈추고 자동변속기 달린 내연기관자동차처럼 천천히 전진(크리핑)하기 시작한다. 가속과 제동을 가속페달 하나로 하는 ‘원-페달 드라이빙’은 원천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완전히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에 준하는 운용은 가능하다. 이와 같은 조작법을 어느 정도 익히게 되면 특히 저속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도심에서 꽤나 유용하다.

이번 시승행사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EQ 브랜드 전용으로 개설된 특별한 충전 인프라도 함께 둘러볼 수 있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주차장에 마련된 메르세데스 EQ 전용 충전 스테이션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EQ 고객이 무료로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용 충전기로 충전하게 되면 더욱 빠르고 안정적인 충전이 가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첫 양산형 순수 전기차 EQC는 직접 경험해 보니, 여러모로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업계의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급하게 내놓은 차가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느낌을 받은 이유는 전기모터의 구동을 제어하는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는 데 있다.

전기모터는 기본적으로 내연기관과는 구동하는 특성이 전혀 다르다. 그리고 이를 내연기관에 적응되어 있는 사람이 느끼기에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에는 상당한 수준의 전동기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여느 제조사의 전기차들에서 당연한 듯이 나타나는 전기모터 특유의 이질감이 거의 없다고 느껴진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큰 저항감 없이 녹아들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EQC의 큰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메르세데스-벤츠 EQC는 경험하면 할수록 정교하고 알차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실 있는 전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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