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페라리 티포 F120 편
상태바
[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페라리 티포 F120 편
  • 박병하
  • 승인 2019.11.28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쉰 두번째로 다루게 될 엔진은 페라리의 수장, 엔초 페라리(Enzo A. Ferreri)의 유작이자, 지금도 페라리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전설적인 슈퍼카, 'F40'의 심장,  티포 F120 엔진이다.

전설의 슈퍼카, F40의 ‘터보’심장

페라리는 과거부터 빠르고 정확한 리스폰스를 자랑하는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주력으로 해 왔다. 소위 ‘엔트리급’이라 불리는 V8 미드엔진 차종의 경우에는 458 이탈리아까지는 자연흡기 방식을 사용했고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다운사이징의 물결이 휘몰아 친 오늘날에도 브랜드의 중심을 잡고 있는 플래그십 12기통 GT 모델에는 여전히 자연흡기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페라리는 터보 엔진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도 이미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페라리는 창사 때부터 오늘날까지 참가하고 있는 포뮬러 1 외에도 다양한 레이스에 참여했다. FIA(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 국제자동차연맹)가 주최하는 레이스는 물론,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와 밀레 밀리아(Mille Miglia) 등의 각종 대회에 출전했다.

특히,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주무대인 포뮬러 1이 80년대 들어 이른 바 ‘터보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경주차를 확보해야만 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경주차가 126C였다. 그리고 WRC(World Rally Championship, 세계 랠리 선수권 대회)의 '그룹 B'에 출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두 번째 터보엔진 차량이 바로 오늘날 페라리 슈퍼카 계보의 시조에 해당하는 ‘288GTO’다. F40의 심장인 티포 티포 F120 엔진은 이 288GTO의 엔진과 동일한 계열의 엔진이다.

F40의 심장, 티포 F120 엔진은 크게는 페라리가 6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약 40여년에 걸쳐 사용해 왔던 ‘디노(Dino)’ 계열 엔진의 바리에이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페라리 디노 계열 엔진은 기본형에 해당하는 V형 6기통 사양부터 V8과 V12까지 다양한 변형이 존재하며, 그만큼 다양한 차종에 사용되었다.

티포 F120A 엔진은 페라리 디노 계열 V8 엔진의 변형 중 하나로, 288GTO와 288GTO 에볼루치오네(Evoluzione)에 사용되었던 2.9리터 V8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실린더 보어(내경)는 82mm인데 반해, 스트로크는 69.5mm에 불과한, 극단적인 숏스트로크 타입의 실린더를 가지며, 이 실린더가 좌우로 4개씩 65도의 뱅크각으로 배치되며, 2.9리터(2,936cc)의 총배기량을 갖는다.

크랭크샤프트는 크로스플레인이 아닌, 플랫플레인(Flatplane) 크랭크샤프트를 사용한다. 플랫플레인 크랭크샤프트는 축을 중심으로 크랭크가 -자형으로 배치된크랭크샤프트를 말한다. 플랫플레인 크랭크샤프트는 진동 상쇄에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고회전과 엔진 응답성 향상에 유리하여 경주용 자동차나 일부 초고성능 자동차들에 사용된다.

윤활 방식은 웨트 섬프가 아닌 드라이 섬프(Dry-Sump)방식을사용한다. 드라이 섬프는 경주용 자동차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엔진하부의 오일 팬에 엔진오일이 고여 있는 웨트 섬프와는 달리, 엔진오일을 별도의 탱크에 저장한다. 그리고 이를 오일펌프로 직접 실린더 내에 공급한다. 드라이 섬프방식은 오일 팬이 극단적으로 작아져서 엔진을 낮게 배치할 수 있고 급격한 코너링 등의 기동상황에서도 엔진오일이 팬 한쪽에 쏠리는 현상이 없이 엔진오일의 공급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위의 플랫 플레인 크랭크샤프트와 마찬가지로 경주용 자동차나 일부 초고성능 자동차에 사용된다.

터보차저는 288GTO의 엔진과 마찬가지로 일본 IHI(Ishikawajima-Harima HeavyInderstries)에서 공급하는 트윈터보차저를 사용했다. 이 터보차저는 별도의 인터쿨러를 통해 냉각된다. 압축비는 7.7:1이며, 터보 압이 16 psi(1.1bar)에서 478마력/7,000rpm의 최고출력과 58.8kg.m/4,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할 수 있었다. F120A 엔진의 동력성능은 같은 디노 계열에서도 최강을 자랑했다. 이 엔진을 실은 F40은 단 3.9초만에 정지 상태서 100km/h에 도달할 수 있었다.

페라리 티포 F120A 엔진은 오직 F40에만 적용되었으며, 다른 양산차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F40의 F120A 엔진은 F40 LM, F40 콤페티치오네 등, F40을 기반으로 한 다른 레이싱팀의 경주차에서도 교체하지 않거나, 일부 개조를 거쳐 사용되었다. F40 LM의 경우에는 부스트압을 38psi(약 2.6bar)까지 올려 730마력/7,500rpm에 달하는 출력을 내기도 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