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크로스오버 SUV - 푸조 3008 GT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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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크로스오버 SUV - 푸조 3008 GT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20.01.0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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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SUV 3008,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능을 내는 모델인 3008 GT를 시승했다. 푸조 3008은 5008과 함게 푸조의 주력 크로스오버 모델로, 지난 2017년도부터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3008은 2008, 5008 등과 함께 푸조의 주력 차종으로 활약하고 있다. 푸조 3008GT를 시승하며 푸조 SUV의 매력에 대해 알아 본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4,932만원.

푸조 3008의 외관 디자인은 푸조가 현재 전개하고 있는 디자인 언어가 가장 극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사례다. 208과 508, 그리고 뒤이어 등장한 308의 디자인이 새로운 기조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적인 디자인이었다고 한다면, 푸조 3008과 5008은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보다 전면적으로 반영한 예라고 할 수 있다.

푸조 3008에 나타나 있는 푸조의 디자인 언어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양감(量感)의 연출’을 중시하는 조형이라고 할 수 있다. 양감이란 부피나 무게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요소를 말하며, 입체감을 연출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렇게 양감을 크게 강조한 조형은 푸조 양산차의 디자인 뿐만 아니라, 푸조 디자인 랩(Peugeot Design Lab)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는 분명 놀라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시승한 3008은 2.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GT모델로, 전용 외장 사양을 더해 그 자체만으로도 스포티한 분위기로 가득한 3008에 과감함을 더했다. 한층 용맹하고 과감한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날렵한 인상의 헤드램프는 물론, 입체적인 형상과 패턴을 적용한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하부의 스키드 플레이트가들어간 전용의 범퍼에 이르는 디테일들에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뒷범퍼에는 매립형의 듀얼 테일파이프‘처럼’ 보이는 장식을 마련해 스포티한 스타일링의 마무리를 짓는다.

3008의 외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실루엣이다. 양감을 강조한 조형으로 인해 결코 체급이 크지 않은 차종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으로 크기가 작지 않게 보인다. 3008 GT는 길이 4,450mm, 폭 1,840mm 높이 1,625mm로 길이에 비해 폭이 상당히 넓고, 높이는 낮다. 차체 크기에 비해 넓은 폭이 3008 GT의 다부진 이미지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다부진 근육을 빳빳한 수트로 감추고 있는 운동선수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차체 상부는 고광택 블랙 페인팅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여, 플로팅 루프 스타일을 연출하는 한 편, 테일램프는 이그졸트(Exalt) 컨셉트카와 같은 기조로 디자인되어, 한층 스타일리시한 뒷모습을 연출한다.

인테리어는 직선과 양감을 강조한 푸조의 디자인 언어와 i-콕핏 개념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구조로 되어 있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가 난다. 대시보드는 상하를 두 개의 큰 덩어리로 나누어 입체감을 더하며, 도어트림으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랩어라운드 스타일을 연출하여 아늑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시승한 3008 GT 모델은 단단한 질감의 가죽 마감재를 듬뿍 사용하여 차별화된 실내 분위기를 제공한다.

푸조의 i-콕핏 개념이 적용된 운전석 둘레는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꽤나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계기반은 상부로 불쑥 솟아 올라 있고 스티어링 휠은 매우 작으며, 심지어 원형도 아니다. 기어 셀렉터 레버는 핸드브레이크 레버처럼 앞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응만 하게 되면 의외로 상당히 편리다. 계기반이 상부에 솟아 있어 시인성이 상당히 뛰어난 데다, 조그마한 직경의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의 입장에서 보다 빠르고 즉각적으로 차를 조종할 수 있게 해 주며, 좁은 길이나 주차를 하는 상황에서도 피로감이 덜하다. 기어 셀렉터 레버는 버튼을 누른 채 잡고 당겨 주기만 하면 된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자동차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생소할 수 있지만 의외로 인체공학적인 배려가 잘 되어 있는 구조다.

돌출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는 현행 푸조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 푸조의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메뉴 구성이 다소 복잡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각 기능 별로 즉시 접근할 수 있는 물리 버튼들을 마련하여 최소한의 사용 편의성은 살렸다. 단, 터치 반응 속도나 처리 속도와 같은 것들은 조금만 더 빨라졌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오디오는 프랑스의 자랑으로 통하는 포칼(FOCAL)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덕분에 PSA계열 차종 중에서 최고 수준의 품질을 경험할 수 있다.

앞좌석은 스포츠 시트에 가까운 구조를 취하고 있다. 착좌감은 편안하게 감싸주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단단하게 붙잡아주고 있는 느낌이며, 쿠션도 대체로 단단하게 설계되어 있다. 대형의 사이드볼스터와 사이서포트 등으로 격렬한 기동에서도 신체를 잘 지지해 준다. 또한 착좌부를 알칸타라로 마감하여 스포티한 감각은 물론, 몸이 잘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앞좌석은 전동조절 기능과 3단계의 열선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뒷좌석 또한 단단한 질감의 가죽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착좌감 역시 단단한 느낌이 많이 들고, 알칸타라 덕분에 몸이 잘 미끌리지 않는다. 반면 공간은 성인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넉넉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체로 C세그먼트 해치백보다 약간의 여유가 있는 수준의 공간이라고 생각된다. 아주 비좁지는 않지만 아주 넉넉하지도 않은 정도다. 가족용 SUV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는 공간이다.

다소의 아쉬움이 있었던 뒷좌석 공간과는 달리, 트렁크 공간은 차급에 비해 넉넉한 편이다. 3008의 트렁크 용량은 기본 590리터로, 동급에서도 상당히 큰 수준이다. 뒷좌석은 스키스루와 6:4 분할접이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670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 트렁크 바닥재를 들어 올리면, 임시 스페어타이어와 함께, 추가적인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라인업 내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푸조 3008GT의 심장은 PSA의 2.0리터 BlueHDI 디젤엔진이다. 이 엔진은 177마력/3,750rpm의 최고출력과 40.82kg.m/2,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 8단 변속기(EAT8)를 사용하며, 구동방식은 전륜구동이다.

푸조 3008GT는 작은 체급에 디젤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크로스오버 SUV로서 무난한 수준의 정숙성을  지닌다.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에 속하지만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운행 중에 나타나는 소음이나 정숙성 역시 마찬가지. 4기통 디젤 엔진으로서 회전질감이 나쁘지 않으며, 일상적인 운행에서도 큰 부족함은 없다.

승차감은 탄탄한 느낌이다. 다만 거친 노면에서는 의외의 여유를 보여준다. 자잘한 요철 하나하나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는 않는다. 불필요하게 차에 탄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반면 과속방지턱 같은 큰 요철을 통과한 후에는 침착하고도 절도 있게 자세를 바로 잡는다. SUV라기보다는 동사의 승용 해치백에서나 느낄 수 있는 질감에 꽤나 가깝다. 후륜 서스펜션을 토션빔을 사용하고 있는데, 의외로 거칠지 않은 데다, 노면 추종성 또한 나쁘지 않다.

가속페달을 힘껏 내리 밟게 되면 다부진 차체가 힘차게 전진을 시작한다. 디젤엔진 특유의 묵직한 소음과 함께 가속 초기부터 경쾌하게 달려 나간다. 8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나쁘지 않다. 엔진의 동력을 꽤나 착실하게 앞바퀴로 밀어 넣어 준다. 1.5리터 모델 대비 확실히 높은 수준의 가속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고속에서도 안정감을 올곧게 유지하는 차체 또한 인상적이다. 이 체급에서 이 정도의 직진안정성을 가진 SUV는 흔치 않다.

코너링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선보인다. 덩치가 의외로 작은 편인 데다 넓은 폭과 윤거, 그리고 EMP2 플랫폼의 낮은 무게중심이 날렵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고 본다. 직경이 작은 스티어링 휠은 격렬한 주행에서 즉각적으로 차를 조종할 수 있게 만들어 주며,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의 피드백도 충실한 편에 속해 자신감 있게 차를 다룰 수 있다. 빠른 판단과 조작을 요하는 상황에서도 충실하게 대응하며, 서투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헤어핀과 같이 급격하게 감겨 들어가는 저속 코너에서도 안정감을 쉽게 잃지 않으며, 네 바퀴가 노면을 단단하게 붙잡아 준다. 차체의 움직임도 묵직함보다는 경쾌한 느낌이 더 크게 든다. 따라서 주행을 하면 할수록 동사의 해치백인 308의 모습이 종종 떠오르게 된다. 전형적인 크로스오버 SUV가 아닌, 해치백에 가까울 정도로 경쾌한 몸놀림은 3008을 주행하면서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그립 컨트롤도 변함 없이 탑재되어 있다. 이는 전자식 지형감응장치다. 여기에 가파른 내리막길에 대응할 수 있는 힐 어시스트 디센트(Hill Assist Descent Control) 장치도 갖추고 있다. 이들 장치는 순수한 전륜구동의 한계 영역을 넓혀주는 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제대로 갖춰진 4륜구동만큼의 주파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상시사륜구동계가 존재하지 않는 푸조 3008에게 큰 도움을 주는 장비라고 할 수 있다.

연비 또한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3008GT의 공인 연비는 도심 11.8km/l, 고속도로 14.6km/l, 복합 12.9km/l로 평범한 수준인데, 실제 체감되는 연비는 그보다 더 뛰어나다. 도심에서는 에코 스톱/스타트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경우에는 공인연비에 근접한 연비가 나타난다. PSA의 3세대 스톱/스타트 시스템은 마치 잘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엔진 제어에 가까울 정도로 시동충격이 없다시피하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하게 되면 공인 연비를 크게 상회하는 연비를 경험할 수 있다. 출발 가속 후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해 100km/h로 정속주행하게 되면 17~18km/l대의 우수한 연비를 경험할 수 있다.

푸조 3008G T는 순수한 SUV라기보다는 SUV의 옷을 입은 해치백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다부진 차체와 스포티한 스타일링에 걸맞은 주행질감과 넉넉한 짐 공간, 그리고 준수한 연비를 지니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전형적인 크로스오버의 모습과는 적잖은 거리가 있지만 그것이 바로 3008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본다. 3008 GT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주행질감, 그리고 뛰어난 연비의 삼박자를 갖춘 매력적인 크로스오버 SU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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