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힘, 그리고 품격까지 간직한 클래식 GT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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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힘, 그리고 품격까지 간직한 클래식 GT들
  • 모토야
  • 승인 2020.03.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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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Gran Turismo, Grand Tourer)란 ‘장거리를 안락하고 고속으로 운행할 수 있으면서도 넉넉한 공간과 고급 편의장비를 갖춘 고성능 자동차’로 요약할 수 있다. 근래에는 GT라는 단어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조금이라도 고성능이거나 스포티한 요소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차종에 붙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통파 GT에게는 요구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전통적인 GT는 큰 차체에서 오는 넉넉한 실내 공간 및 트렁크 공간, 그리고 고속 크루징이 가능하면서도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해야 한다. 전형적인 GT는 길이 4미터 중~후반대의 대형의 2~3도어 쿠페형 차체를 지닌다. 대부분의 퓨어 스포츠카들이 길이 4미터 내외의 짧은 차체를 지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큰 차체는 2명의 성인을 위한 넉넉한 실내 공간 및 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GT형 쿠페들은 2+2 좌석 구성과 더불어 트렁크에 골프백 1개 정도는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울러 큰 차체는 장거리를 고속 항주하는 데 유리하고 승차감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GT에 해당하는 차종은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와 영국 등지에서 주로 만들어졌다. 특히 이탈리아의 페라리의 경우, 오늘날에는 슈퍼카 내지는 스포츠카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적어도 로드카 부문에서 이들의 진짜 전공은 GT다. 오늘날에는 럭셔리 세단으로 유명한 마세라티는 본래 스포츠카 전문 제조사로, 우수한 GT 모델들을 많이 만들어 냈다. 또한 타도 페라리를 외치며 나타난 람보르기니도, 그 시작은 GT였다. 영국은 이탈리아 못지 않은 GT 강국으로, 오늘날까지 살아 남은 벤틀리, 롤스로이스, 애스턴마틴 등은 모두 GT 모델을 운영 중이다. 196~70년대를 수놓았던 영국과 이탈리아의 GT 5종을 꼽았다. 

페라리 250GTE
페라리의 ‘250 시리즈’는 경주차로도, GT로도 모두 빼어난 성능과 아름다움을 겸비하여 역대 페라리들 중에서도 걸작으로 손꼽힌다. 그 중에서도 ‘250 GTE’는 페라리의 첫 2+2 좌석 배치를 가진 4인승 GT 모델로,  250 시리즈의 우수한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했다.

250GTE는 GT에게 요구되는 우아하고 매혹적인 외관이 돋보인다. 이 아름다운 자태는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의 작품으로, 역슬렌트 형상을 이루는 전면부와 간결하고도 시원스럽게 뻗은 사이드 라인, 그리고 단정하게 맞물려 떨어지는 루프라인 등, GT에게 요구되는 우아함을 완벽에 가깝게 갖췄다. 실내는 최고급 가죽으로 마무리되어 차의 격조를 한껏 높여주었다. 여기에   페라리의 걸작 경주차 250GTO에게서 물려 받은 콜롬보 계열의 티포 128E 엔진을 심장으로 했다. 물론, 경주차의 사양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으므로, 240마력으로 디튠한 버전을 사용했다. 250GTE는 1960~1963년까지의 3년여 동안 무려 1,000대를 판매한 베스트셀러 차종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당시 페라리의 든든한 힘줄이 되어 주었다.

재규어 E-타입
재규어의 스포츠카 E-타입은 자동차회사로서 재규어의 이름을 높인 걸작으로 손꼽힌다. 재규어 E-타입은 아름다운 외양과 놀라운 성능으로 영국 자동차 산업의 황금기를 장식한 자동차로 기억되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재규어 E-타입은 재규어 자동차의 역사를 이끌어 왔던 스포츠카, XK 시리즈를 잇는 모델로 태어났다. 이 차의 매끈하고도 유려한 차체 형상은 항공기 엔지니어 출신인 말콤 세이어(Malcolm Sayer)의 손길로 완성된 것이다. 기나긴 보닛과 짤막한 트렁크 리드를 가진,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의 정석을 보여주는 디자인이다. E-타입은 당시 르망 레이스를 호령하던 C-타입과 D-타입에게서 물려 받은 강력한 직렬6기통 파워트레인과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 차체를 가져,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재규어 E-타입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총 7만 2,500여대가 팔려 나간 베스트셀러 차종이기도 하다. 현재의 재규어 F-타입은 이 차를 정신적으로 계승한 후손이다. 

마세라티 기블리
지금의 마세라티 기블리는 마세라티 브랜드의 엔트리 모델로서 기능한다. 그렇지만 역사 상 처음으로 등장한 마세라티 기블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GT 형태의 자동차였다. 1967년 태어난 마세라티의 초대 기블리(Tipo AM115)는 페라리 데이토나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고성능 스포츠카 중 하나로 통했다.

초대 마세라티 기블리의 외관은 매우 낮은 루프와 롱 노즈/숏 데크 형상으로 요약되는 당대 스포츠카의 전형적인 비례를 따르고 있다. 이 대형 쿠페의 직선적인 스타일의 차체는 당시 카로체리아 기아(Ghia)에 몸담고 있었던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빚어낸 작품이다. 또한 절제의 미학으로 완성된 아름다운 외관 뿐만 아니라, 성능 면에 있어서 마세라티에 큰 전환점을 부여했다. 기블리의 심장은  4.7리터 V8엔진으로, 325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을 자랑했다. 이 덕분에 기블리는 6.8초만에 0-60mph(약 96km/h) 가속을 마칠 수 있으며 265km/h에 달하는 최고 속도를 자랑했다. 이는 당대에 등장한 스포츠카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성능이었다. 이 덕분에 초대 기블리는 마세라티의 향후 신차 개발에 있어서 본격적인 고성능화로 전환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애스턴마틴 DB5
애스턴 마틴 DB5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의 차로 유명하다. 애스턴 마틴 DB5는 애스턴 마틴 DB4의 후속 차종으로 등장한 모델로, 설계와 섀시는 애스턴 마틴에서, 외관 및 실내는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투어링 슈퍼레게라(Touring Superleggera)에서 맡았다.

애스턴마틴 DB5의 매력적인 보닛 아래에는 282마력/5,500rpm의 최고출력을 내는 직렬 6기통 엔진을 탑재되어 있었다. DB5의 엔진은 DB4 밴티지에 사용되었던 것과 동일한 사양의 엔진으로, 시속 230km/h까지 질주할 수 있었다. 차체는 특허 기술로 제작된 마그네슘 합금 차체이며, 후륜에는 라이브 리어 액슬 서스펜션을 적용해 운동성능도 뛰어났다. 애스턴마틴의 고성능 GT카 DB5는 투어링 수퍼레게라가 빚어낸 아름다운 외관과 007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으며, 스카이폴 등에서도 얼굴을 비춘 바 있다.  

람보르기니 350GT
람보르기니의 첫 양산차는 슈퍼카가 아니다. 바로 GT다. 이는 창업주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선호에 기인한 것이었다. 람보르기니의 첫 슈퍼카 '미우라(Miura)'가 그의 몰래 진행되고 있었던 것도 그의 그러한 GT사랑에 기인한 것이었다. 람보르기니의 첫 차는 그의 소원대로, 정통 GT로 만들어졌는데, 이 차가 바로 350GT다.

350GT는 지금의 람보르기니의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아하고 신사적인 품격을 갖춘 GT였다. 350GT의 유려한 외관은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투어링(Touring Superleggera)의 작품으로, 전형적인 롱 노즈/숏 데크 형상에 충실하다. 그리고 이 우아한 보닛 아래 자리한 심장은  지오토 비자리니(Giotto Bizzarrini)가 설계한 3.5리터의 V형 12기통 엔진으로, 270마력의 최고출력을 냈으며, 0-100km/h 가속 시간 6.8초, 최고속도 약 250km/h의 성능을 자랑했다. 튼튼한 튜브 프레임 섀시와 코일스프링 댐퍼가 적용된 4개의 독립식 서스펜션은 우수한 핸들링을 제공했고, 진공 서보의 도움을 받는 디스크 브레이크로 차체의 움직임을 다스렸다. 처음 만들어진 차종임에도 당대의 GT에 요구되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 350GT는 람보르기니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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