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이름을 가진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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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름을 가진 자동차들
  • 모토야
  • 승인 2020.04.03 11: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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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역사 상 가장 먼저 사용한 동력은 '바람'으로 추정된다. 가축과 인력을 제외하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동력원은 바람과 물살 정도가 고작이었고, 최초의 동력 기계인 증기기관이 보급된 것은 수 천년에 달하는 인류의 역사에서 고작 2백년 남짓에 불과하다.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이를 활용한 기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인류는 바람의 힘을 이용한 범선으로 전세계를 오갔다. 바람의 힘이라는 것은 일상에서 갖가지 동력을 사용하고 있는 현대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바람이 가지고 있는 '힘'과 '속도감'은 자동차의 이름으로 사용하기에도 좋다. 바람의 이름을 적극적으로 차명에 사용하는 자동차 제조사는 독일 폭스바겐과 이탈리아 마세라티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 두 제조사 외에도 세계에는 바람의 이름을 빌린 자동차들이 존재한다. 바람에게서 이름을 가져온 자동차들을 간단하게 살펴본다.

 

폭스바겐 파사트
폭스바겐 파사트는 폭스바겐의 D세그먼트 전륜구동 중형세단으로, 국내에서도 유럽형 모델과 북미형 모델이 번갈아 판매되었다가 현재는 판매되고 있지 않다. 올해 중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신형 모델이 국내에 상륙할 예정이다.

차명의 유래가 된 파사트(Passat)는 독일어로 무역풍(Trade Wind)을 의미한다. 무역풍은 중위도 고압대에서 적도의 저압대를 향해 부는 바람으로, 북반구쪽에서는 북동쪽에서, 남반구쪽에서는 남서쪽에서 불며 적도와 만난다. 대항해시대에 대서양을 횡단하는 상선들이 이 바람을 중요한 동력으로 사용한 까닭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폭스바겐 시로코
폭스바겐 시로코는 C세그먼트 해치백 골프(Golf)를 기반으로 개발된 쿠페형 모델로, 스포티한 주행 성능과 독특하고도 스타일리시한 외관으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6세대 골프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2세대 시로코가 판매된 바 있으며, 고성능 모델인 시로코 R까지 판매되었다. 지난 2017년, 생산이 중단되었다.

차명의 유래가 된 시로코(Scirocco)는 북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에서부터 발생해 에게 해와 이탈리아 반도 등지로 불어 오는 남동풍을 말한다. 사막에서부터 불어 오는 고온 건조한 바람이지만 지중해를 건너면서 다습한 바람이 되어 지중해에 폭풍을 만들기도 한다.

 

폭스바겐 보라
폭스바겐 보라는 C세그먼트 해치백 골프(Golf)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준중형급 세단인 제타(Jetta)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 이름은 본래 유럽 시장용 제타에만 사용되었다. 보라는 2001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중국 시장 전용 준중형 세단 모델의 이름으로 사용 중이다. 이 차는 중국 FAW와의 합작으로 개발된 중국 시장 전용 모델이다. 이 이름은 마세라티에서도 사용한 바 있다.

차명의 유래가 된 보라(Bora)는 지중해에서 부는 국지풍의 일종으로, 이탈리아와 발칸반도 사이에 위치한 아드리아 해의 북동쪽에서부터 불어 오는 바람을 말한다. 이 바람은 아드리아해를 타고 발칸반도를 넘어 그리스까지 이어지며, 최대 40m/s의 강풍을 동반한다. 

 

마세라티 기블리
마세라티는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바람의 이름을 자사의 차명에 사용하는 전통이 있다. 이 전통에서 벗어나는 차는 그란투리스모/그란카브리오와 MC12, 콰트로포르테 정도다. 그리고 마세라티가 바람의 이름을 처음 사용한 차가 바로 초대 기블리다. 1967년 태어난 마세라티의 초대 기블리(Tipo AM115)는 페라리 데이토나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고성능 스포츠카 중 하나로 통했다.

현재의 마세라티 기블리는 정통 쿠페형 GT 모델이 아닌 엔트리급 4도어 세단 모델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기존의 마세라티 모델들에 비해 접근성을 높인 구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도 그리고 SUV 모델인 르반떼와 더불어 마세라티의 실적을 책임지고 있다. 차명의 유래가 된 기블리(Ghibli)는 시로코의 또 다른 이름이다. 기블리는 시로코를 리비아 아랍어로 부르는 말로,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름 또한 여기서 유래했다.

 

마세라티 르반떼
마세라티 최초의 크로스오버 SUV 모델인 르반떼는 마세라티의 볼륨 확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세라티 알피에리 컨셉트로부터 출발한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적용한 것과 더불어, 기존의 마세라티 모델들에 비해 한층 우수한 감성품질을 갖췄으며, 가문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뛰어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차명의 유래가 된 르반떼(Levante)는 북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스페인 남부의 지브롤터 해협 방향으로 부는 동풍이다. 이름은 동 지중해에 면한 레반트 지역에서 유래되었다. 이 바람은 발레아레스 제도에서부터 상승하여 지브롤터를 향해 서진하는 이 바람은 지브롤터의 깎아지른 절벽과 만나 마치 구름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모습의 독특한 기상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파가니 존다
파가니의 창업주 오라치오 파가니(Horacio Pagani)가 직접 개발한 하이퍼카 존다는 1999년, 하이퍼카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나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다. 파가니 존다는 충격적인 외관 디자인과 더불어 강력한 AMG의 V12 엔진과  모터스포츠 기술을 집대성한 걸작으로, 공식적으로 2017년까지 생산되었다. 2018년도부터는 신모델인 와이라(Huayra)가 판매중이지만, 구매자의 요청이 있다면 아직도 제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차명의 유래가 된 존다(Zonda)는 안데스 산맥에서 아르헨티나를 향해 불어오는 고온건조한 바람으로, 우리나라의 높새바람과 같이 푄(Föhn) 현상으로 인해 생기는 계절풍이다. 후속 차종의 이름인 와이라 또한 케추아어(Runa Simi)로 '바람의 신'을 뜻하는데, 이는 오라치오 파가니의 모국이 아르헨티나라는 점을 비춰보면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담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람보르기니 우라칸은 2013년 가야르도의 후속 차종으로 등장한 미드십 스포츠카로, 강력한 5.2리터 V10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로 무장하여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최근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우라칸 에보(EVO)가 등장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시판을 개시했다.

차명의 유래가 된 우라칸(HURACÁN)은 람보르기니의 전통대로, 투우 소의 이름을 빌린 것이다. 하지만 이 표현은 본래 카리브 제도의 원주민 타이노(Taino)족의 언어로 '강한 바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영단어 '허리케인(Hurricane)'의 어원이기도 하다. 즉, 투우 소의 이름을 빌렸지만 공교롭게도 그 이름은 바람에게서 나온 것이다. 우라칸이 가진 뛰어난 성능에 잘 어울리는 작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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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2020-04-12 22:33:17
의외로 골프가 빠져있는 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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