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있는 고집쟁이 - 영국의 수제 스포츠카들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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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있는 고집쟁이 - 영국의 수제 스포츠카들 (상편)
  • 모토야
  • 승인 2020.05.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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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래,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몰락'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영국은 한 때 수십 개의 제조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1960년대 나타난 브리티시 레일랜드(British Leyland)의 등장은 영국 자동차 산업의 생태를 바꿔놓았다.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통폐합을 맞으면서 경쟁이 사라지고 파업이 잇달았으며, 제품 경쟁력은 수직낙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0년대, 브리티시 레일랜드가 무너지면서 여기 속해 있던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회사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 운이 좋아야 독일, 중국, 인도 등을 비롯한 해외 자본에 팔려나가는 신세가 되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순수한 영국 자동차 제조사는 없다"는 극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의 자동차 제조업은 그 기반마저 무너지지는 않았다. 지금도 영국은 각종 자동차 부품은 물론, 완성차 생산 역시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금도 재규어, 랜드로버, 롤스로이스, 애스턴 마틴, 벤틀리, 로터스, 맥라렌 등,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최고급/고성능 자동차 제조사들이 영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다. 또한 영국은 유럽권 국가들 가운데서도 모터스포츠 기반이 여전히 탄탄하기에, 여기서 파생되는 각종 첨단 기술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영국에는 이 외에도 규모는 작지만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철학과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자동차를 만드는 소규모 제조사들이 상당 수 존재한다. 이른 바 백 야드 빌더라고도 불리우는 영국의 소규모 자동차 제조사들은 주로 강렬한 개성을 심고 표출할 수 있는 스포츠카를 주로 만든다. 영국의 소규모 제조사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스포츠카들을 둘러보자.

TVR 그리피스
영국 수제 스포츠카 전문회사 'TVR'은 강력한 성능과 원초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스포츠카 제조사로, 카이메라, 서베라, 터스칸, 사가리스 등의 다양한 수제 스포츠카를 제작해 왔다. 그 TVR의 가장 최신작이 바로 2세대를 맞은 그리피스(Griffith)다. 1세대 그리피스는 TVR의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통하지만, 새로운 그리피스는 보다 현대적인 TVR로 다시 태어난 모델이다.

지난 2017년 굿우드에서 공개된 바 있는 신형의 TVR 그리피스는 TVR 최초로 에어백을 탑재(!)하는 등, 여러모로 현대화가 이루어지면서도 맥라렌의 수장 고든 머레이(Gordon Murray)와 영국의 엔진 장인 코즈워스(Cosworth)가 개발에 참여, TVR 본연의 원초적인 즐거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모델로 개발되었다. 고든 머레이의 독자적인 스페이스 프레임 섀시와 코즈워스의 자연흡기 5.0리터 V8 엔진으로 무장한 TVR 그리피스는 0-100km/h 가속을 4초 이내에 끊고, 최고 320km/h의 속도로 질주할 수 있다. 현지 가격은 11만 8천달러(약 1억 4,459만원).

카파로 T1
이 차는 마치 레이스 트랙에서 금방이라도 뛰쳐 나온 듯한 외형을 하고 있다. 영국의 카파로(Caparo Vehicle Technologies)라는 회사에서 만들어진 이 차는 스포츠카라고 하기에는 뭔가 선을 넘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차체의 외형부터 포뮬러 경주에 출전하는 경주차와 거의 같은 오픈휠 타입이고, 차체 후방에는 경주차 스타일의 리어윙까지 설치되어 있다. 게다가 놀랍게도, 1인승이 아닌, 2인승 좌석이 설치되어 있다. 당연하게도, 운전석은 오른쪽에 있다.

카파로 T1은 스포츠카의 범주를 초월한 괴물이다. 이 차의 운전석 바로 뒤에는 코즈워스가 공급하는 실린더 당 4밸브의 3.5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되어 있는데, 이 엔진부터 심상치 않다. 이 엔진은 경주차 내지는 슈퍼카급에서나 사용되는 드라이섬프 윤활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고, 575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이 무려 10,500rpm에서 터져 나온다. 42.8kg.m의 최대토크는 9,000rpm에서 뿜어져 나온다. 사실 상 경주용 자동차의 엔진을 싣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카파로 T1의 몸무게는 고작 470kg밖에 되지 않는다. 이 덕분에 카파로 T1은 정지 상태에서 단 2.5초만에 100km/h에 도달하고, 100mph(약 161km/h)까지 단 5초도 걸리지 않는다. 

캐이터햄 세븐
캐이터햄 세븐(Cataham7)은 본래 로터스의 모델로, 1957년에 등장한 동명의 차를 원형으로 한다. 이 차는 로터스의 창업주인 콜린 채프먼의 설계 사상이 그대로 반영된 차라고 할 수 있다. 오로지 ‘달리는 것’ 하나만을위해 만들어진 이 차는 처절할 정도의 경량화를 꾀했다. 이 차의 구성은 주행이 가능한 롤링 섀시에 알루미늄판 몇 장을 덧대어 놓은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성능은 확실해서 로터스의 손꼽히는 스테디셀러로 통했다. 그리고 1973년,로터스가 이 차의 생산 중단을 결정하자, 이 차의 판매를 위탁받았던 캐이터햄이 로터스로부터 세븐에 대한 생산 설비 및 권리를 사들였고 이를 통해 '캐이터햄 세븐'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캐이터햄 세븐은 주문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고를 수 있다. 스즈키의 경차에 사용하는 배기량 660cc짜리 3기통 엔진에서부터 엔진 명가 코스워스(Cosworth)의 손길을 거친 2.0~2.3리터의 포드 듀라텍 V6엔진을 선택할 수도 있다. 엔진은 사양에 따라 80~310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이 엔진들은 수치 상으론 오늘날의 스포츠카에 비해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이 엔진들이 고작 490~575kg에 불과한 세븐의 섀시에 얹혀진다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캐이터햄 세븐은 전세계적으로도 압도적인 중량 대 출력 비를 가진 차 중 하나로, 가장 고출력 엔진을 장비한 620R은0-100km/h 가속에 고작 2.79초밖에 걸리지 않는 괴력을 자랑한다. 

모건 4/4
목재로 뼈대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수제 자동차 제조사 모건(Morgan)의 스포츠카 4/4는 외형 상으로는 그저 오래된 스타일의 클래식카 정도로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차는 위의 캐이터햄 세븐과 함께 진짜배기 영국식 초경량 로드스터의 원형이다.

1955년 첫 양산차가 공장을 나선 이래, 지난 2019년까지 무려 64년간이나 생산되었던 모건 4/4 중 가장 최근까지 만들어졌던 차량에는 11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포드의 1.6리터 엔진을 사용했다. 수치 상으로는 흔한 소형 승용차의 성능밖에 되지 않지만 단 795kg밖에 나가지 않는 모건 4/4의 깃털같은 몸무게로 경쾌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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