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동차 산업계의 젊은 피 - 라다 그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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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자동차 산업계의 젊은 피 - 라다 그란타
  • 모토야
  • 승인 2020.05.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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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러시아의 자동차 산업은 미국이나 서구권에 비하면 10년 이상 뒤떨어져 있다고 보는 평가가 많다. 러시아의 자동차 산업은 소련 시절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서방세계와의 기술적인 교류가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이었던만큼, 자동차 산업이 사실 상 정체되어 있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단일 모델이 30년 이상 판매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곤 했으며, 지금도 반세기에 가깝게 생산이 이어지고 있는 차종이 존재할 정도다.

그동안 모토야에서는 구 소련 시절에 만들어졌던 자동차들을 살펴 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젊은 피'이자, 현재 시장에서 현역으로 활발하게 뛰고 있으면서도 수출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모델을 알아보고자 한다. 물론 이 차도 등장한 지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기는 했지만, 기존의 러시아계 자동차들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현대화가 이루어진 모델이며, 초창기 라다 쥐굴리가 그랬듯이, 기본에 충실한, 튼튼하고 저렴한 소형 세단이다. 이 차의 이름은 '라다 그란타(Lada Granta)'다.

라다 그란타(Lada Granta, ВАЗ-2190 Ла́да Гра́нта)는 2011년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러시아 '아브토바즈(АвтоВАЗ, AvtoVAZ)'의 소형 승용차다. 아브토바즈는 '볼가 자동차 공장(Во́лжский Автомоби́льный Заво́д, ВАЗ, VAZ)'을 전신으로 하는 러시아의 자동차 기업으로, 올해로 창사 50주년을 맞은 러시아의 토종 자동차 제조사다.

아브토바즈는 소련의 국민차 '라다 쥐굴리(Lada Zhiguli, ВАЗ-2101 Жигули)'를 시작으로 다양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2012년도에 현재 프랑스 르노 그룹(Groupe Renault)의 자회사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라다(Lada)'는 이 아브토바즈의 수출용 브랜드이며, 현재 르노와의 제휴관계를 통해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라다 그란타는 아브토바즈의 모기업 르노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차다. 이 차는 2004년 출시한 라다 칼리나(Lada Kalina, Ла́да Кали́на)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라다 그란타는 러시아 내수시장과 수출시장 모두를 공략하기 위해 기존 러시아제 승용차에 비해 한층 향상된 감성품질과 패키징으로 태어났다. 이 차는 성격 상, 40여년 먼저 등장한 라다 쥐굴리의 뒤를 잇는 차라고 볼 수 있다. 이 차는 2010년을 전후하여 러시아에서 소형세단의 인기가 상승함에 따라 발빠르게 개발이 진행되었다.

라다 그란타의 외관은 서방에 비해 10년 이상 뒤처져 있는 느낌을 주었던 그동안의 러시아제 자동차에서 상당히 벗어난, 현대적인 외관을 가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모난 곳 없이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는 무난한 모습의 외관 디자인은 기존에 라다가 생산했던 승용차들 대비 월등히 진보된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러시아 자동차들의 특유의 높은 지상고는 그대로 갖고 있다.

라다 그란타는 길이 4,260mm, 폭 1,700mm, 높이 1,500mm라는 아담한 몸집을 가졌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사실 상 멸종된 '소형 세단'에 가까운 제원이다. 휠베이스는 2,476mm다. 

실내는 저가형 소형차가 가져야 할 간소한 구성을 따른다. V자형을 이루는 스타일의 대시보드는  좌우에 메탈 장식을 더해 멋을 냈고 블랙 톤의 인테리어 색상을 적극 사용하여 차분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좌석은 직물시트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차종에 따라 다양한 패턴으로 꾸며진다.

차량의 설계와 생산 방식 역시 한층 현대적으로 진화를 이루었다. 라다 그란타는 과거완 달리, 처음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설계 방식을 도입하여 개발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고, 서방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었던 로봇을 이용한 조립공정까지 도입했다. 이 덕에 라다 그란타는 현재 러시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자동차들 중 가장 현대적인 생산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 차종 중 하나다.

라다 그란타는 2018년을 기해 한 차례의 페이스리프트를 맞았다. 페이스리프트를 맞은 라다 그란타의 디자인은 한층 현대적인 감각으로 변모한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디자인 요소들은 아브토바즈가 2012년 이탈리아에서 공개한 엑스레이(XRAY) 컨셉트의 것을 상당부분 차용하고 있으며, 2015년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동명의 컴팩트 SUV 모델과도 접점이 있다.

라다 그란타는 세단형을 기본으로, 다양한 파생모델을 가지고 있다. 세단형 외에도 5도어 패스트백형인 그란타 리프트백(Granta Liftback)과 더불어, 5도어 해치백, 스테이션 왜건, 스테이션 왜건 기반의 크로스오버 모델인 그란타 크로스(Granta Cross), 그리고 세단형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고성능 지향의 그란타 스포트(Granta Sport)의 총 6종에 이른다.

아브토바즈는 당대 기준으로 높은 기본성능을 지녔던 라다 사마라의 전례를 따라, 이 차를 모터스포츠 무대에 투입하고 있다. 아브토바즈 소속의 라다 스포트(Lada Sport) 팀은 라다 그란타를 기반으로 한 경주차를 2012년도부터 월드 투어링카 챔피언십(World Touring Car Championship, WTCC)에 투입하고 있다. 이 외에도 라다 그란타의 원메이크 레이스인 라다 그란타 컵(Lada Granta Cup)에도 사용되고 있다.

라다 그란타는 러시아 내수 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솔라리스(액센트)를 비롯한 다수의 소형 세단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출시 이래 지금까지 러시아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라다 그란타는 저렴한 가격과 기존에 비해 한층 현대화된 구성을 통해 모국인 러시아뿐만 아니라 이집트,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라다의 주력 제품이자, 수출의 역군으로 활약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저가형 브랜드인 닷선(Datsun)을 부활시킨 닛산에서 이 차를 기반으로 하는 닷선 온-두(Datsun on-Do)를 제3세계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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