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의 스마트한 일탈 - 토요타 캠리 스포츠 에디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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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의 스마트한 일탈 - 토요타 캠리 스포츠 에디션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20.07.1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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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요타자동차가 7월 7일(화)부터 10일(금)까지 미디어를 대상으로 '토요타 ENJOY RIDE 미디어 시승회'를 개최했다. 토요타의 다양한 모델 라인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GR 수프라를 제외한 토요타 코리아의 모든 라인업을 만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시승하게 된 차는 지난 2월 출시된 바 있는 '캠리 스포츠 에디션'이다.

캠리 스포츠 에디션은 미국 시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캠리의 'XSE' 트림을 가져온 것으로, 일반형 캠리 대비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과 실내, 그리고 색다른 주행질감을 가진 모델이다. 국내서는 200대 한정 물량으로 판매되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중형세단의 교과서라 불리는 캠리에 스포츠를 더한 캠리 스포츠 에디션을 시승하며 어떤 매력을 품고 있는 지 알아 본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3,710~3,810만원이다.

캠리 스포츠 에디션은 외관에서부터 일반형 캠리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형 캠리만 해도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외관 디자인으로 평가되는데, 캠리 스포츠 에디션은 그 캠리를 더욱 화끈한 외양을 하고 있다. 흡사 파격을 거듭하고 있는 최근의 렉서스 모델들을 연상케 하는, 공격성으로 똘똘 뭉친 스타일링이라 할 수 있다. 전면부만 해도, 헤드램프와 보닛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일체형 그릴을 사용하는 일반형 캠리와는 달리, 다운턴 형상의 3분할 에어 인테이크를 갖춘 범퍼와 함께, 얼굴의 이곳저곳에 예리하게 날을 세워 놓았다.

이 외에도 스포티한 감각이 물씬 흐르는 전용 알로이휠을 비롯하여, 전용 사이드 스커트와 리어스포일러, 2연장 듀얼 머플러와 리어 디퓨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스포츠 세단' 다운 인상을 풍기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시승차는 원톤 모델이지만, A필러부터 C필러 상단까지의 부위를 블랙 컬러 루프(투톤 모델)를 더하면 스포티한 감각은 한층 배가된다.

실내의 디자인 역시 일반형과는 다른 구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차분한 블랙 원톤의 인테리어 테마를 적용하고, 여기에 콘트라스트 스티칭과 블랙 컬러의 장식 패널을 더해 스포티한 감각을 살렸다. 또한, 스티어링 휠 뒤편에는 현행 캠리 모델들 중 유일하게 패들시프트를 적용한 것이 눈에 띈다. 

앞좌석은 전용의 스포츠 시트를 적용하고 있다. 일반형 캠리의 앞좌석과는 형상도 다르고, 착좌감도 꽤나 다르다. 일반형 캠리의 좌석이 가족용 중형세단에게 어울리는 편안한 착좌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면, 캠리 스포츠 에디션의 좌석은 탑승자를 보다 탄탄하게 지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보면 된다. 착좌감 역시 상당히 좋은 편이다. 뒷좌석은 중형세단의 교과서답게, 상당히 넓은 공간을 제공하며, 헤드룸과 레그룸이 전반적으로 넉넉한 편에 속한다. 트렁크 공간 역시 무난한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외모도, 실내도 스포티한 분위기로 채워 넣은 캠리 스포츠 에디션. 실제 주행에서는 어떨까? 일단 파워트레인만 보면, '스포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반형 캠리 가솔린 모델의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내서 판매되는 캠리 스포츠 에디션의 파워트레인은 2.5리터 다이나믹 포스 엔진(Dynamic Force Engine)과 아이신(AISIN)의 신개발 전륜구동형 자동 8단 변속기로 구성되어 있다.

2.5리터 다이나믹 포스 엔진은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토요타그룹이 4세대 프리우스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전개하고 있는 TNGA(Toyota Global Architecture)에 맞춰 설계한 엔진이다. 이 엔진의 가장 큰 특징은 토요타그룹이 자랑하는 다양한 손실저감기술이 총동원된 엔진이라는 점이다. 이 엔진은 통상의 오토 사이클 엔진이 아닌, 앳킨슨 사이클을 사용하고 있으며, 토요타그룹의 D-4S 직분사 기구, 그리고 이 엔진 고유의 '고속연소' 개념을 실현한 내부구조를 채용해 우수한 열효율을 갖도록 만들어졌다. 최고출력은 207마력, 최대토크는 24.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수치상으로 동급의 오토 사이클 엔진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의 성능이다. 

가속력은 무난한 수준이다. 2.5리터급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동력성능에 큰 부족함은 없다.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회전수가 오를수록 뻗어 나가는 특성 덕분에 자연스러운 응답성을 경험하면서 주행에 임할 수 있다. 변속기의 기어비가 꽤나 길게 설정되어 있지만 가속이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하면 한 발 더 경쾌한 느낌을 안겨줄 정도다. 하지만 변속기는 다소 여유를 부리는 편이다. 8단의 단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기어비가 제법 긴 편이며, 수동변속 모드에서의 반응도 약간 느린 편이다. 반면 패들시프트의 조작감은 상당히 좋은 편으로, 묵직하면서도 확실하게 손맛이 있다.

그렇다면 운동성은 어떨까? 전용의 스포츠 섀시를 갖추고 있는 캠리 스포츠 에디션은 일반형 캠리에 비해 약간 단단하게 조여져 있는 느낌을 주며,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 또한 미묘하게 다른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미묘한 차이는 주행질감의 측면에서 상당히 다른 느낌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이는 구불구불한 와인딩로드에 들어섰을 때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다. 일반형 캠리에 비해 한 발 탄탄하게 반응해 주는 차체 덕분에 더욱 자신감 있게 차를 몰아 붙일 수 있다.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의 조작감은 피드백이 충실한 편이고, 적당한 무게감까지 갖췄다. 여기에 탄탄한 차체구조와 탄력 있는 하체가 어우러져 상당히 직관적인 조종성을 제공한다. 물론, 본격적인 스포츠 세단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상을 위한 가족용 세단의 레벨에서 이 정도의 주행질감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이점이라고 생각된다. 

일상에서는 일반형 캠리와 크게 다른 점을 느끼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스포츠'라는 이름의 양념을 더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캠리는 가족과 일상을 위한 중형세단으로서 설계된 자동차라는 본질적인 면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 따라서 정숙성과 승차감에 대해서는 일반형 캠리와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일단 정숙성의 경우, 동급의 가솔린 중형세단들의 기준점으로 삼아도 될 정도로 우수한 정숙성을 선사한다. 다이나믹 포스 엔진의 깔끔한 회전질감과 더불어 정숙한 편에 속한다. 또한 차내의 방음 및 진동흡수 설계가 잘 되어 있는 편에 속하기 때문에 파워트레인으로부터 넘어 오는 소음과 진동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승차감의 경우에는 일반형 캠리에 비해 약간 더 단단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허리에 부담을 안기지 않는다. 노면의 요철을 부드럽게 흡수하면서도, 큰 요철에서 보여주는 반응이 한층 탄탄해 더욱 안정감이 있다. 편안하면서도 안정감을 겸비한 고급스러운 승차감은 캠리 스포츠 에디션의 장점 중 하나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캠리 스포츠 에디션은 상당히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중형세단의 교과서로 통하는 캠리에 '스포츠'라는 이름의 양념을 더해 한층 색다른 맛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일반형 캠리와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외관 디자인에 더해 가족용 중형세단의 기본적인 소양과 임무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주행질감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캠리 스포츠 에디션은 중형세단계의 모범생이 벌인 일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일탈은 아무 생각 없이 벌인 것이 아닌, 대단히 교묘하게 계획되고 실행된 일탈이다. 자신의 본분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은 원하는 것대로 이룬 스마트한 일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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