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길게, 더 오래 달리는 전기차가 주는 기쁨 - 쉐보레 볼트 EV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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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길게, 더 오래 달리는 전기차가 주는 기쁨 - 쉐보레 볼트 EV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20.08.2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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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기차 시장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져만 가고 있다. 2020년도를 기점으로 크게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와 더불어 내연기관 자동차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전기차로의 이행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흐름은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지엠에서 판매하고 있는 대표 전기차, 볼트 EV가 최근 주행거리 '400km'의 벽을 깨 화제다. 국내 기준으로 기존 대비 31km가 늘어난 414km의 동급 최장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인증 받은 것이다. 주행거리가 업그레이드된 2020년형 쉐보레 볼트 EV 를 경험해 본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4,593~4,814만원.

2020년형 쉐보레 볼트EV는 최초 출시 당시와 비교했을 때, 외관 상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사실 상 신규 외장 색상이 적용된 점이 전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면부의 디자인 일부가 수정되었다고 하지만,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현재 큰 변화를 맞은 신형 쉐보레 양산차들의 디자인들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혼자 동떨어져 보이지는 않으며, 쉐보레의 자동차임을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다.

쉐보레 볼트 EV의 외관은 국내 출시 후 3년차를 맞은 지금에도 크게 투박해 보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뉘여 놓은 계란과 같은 형상을 가진 B세그먼트급 MPV에 가까운 외형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외관은 비교적 소형의 체급에 해당하는 전기차들이 주로 사용하는 형태인데, 이는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으면서도 공기역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형상이기 때문이다. '3리터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차'로 개발되었던 옛 아우디 A2와 2세대 이후의 토요타 프리우스, 프리우스보다도 먼저 등장한 혼다의 초대 인사이트 등이 모두 이러한 형태로 개발된 사례다.

이렇게 양산차 제조사들이 자사의 전기차를 MPV, 혹은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형태로 디자인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배터리 때문이다. 바닥은 낮고, 지붕은 높은 MPV나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디자인은 배터리를 바닥에 수납하도라도 실내공간 침해가 적기 때문이다. 

실내 또한 기존과 동일하다. 차분한 다크 그레이 톤의 내장재에 가하학적 패턴의 화이트 패널을 중간에 덧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달리 말하자면, 친환경 자동차임을 드러내 놓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시보드의 화이트 패널로 인해, 난반사가 생겨서 사이드미러를 확인할 때 방해가 되기도 한다.

다른 디테일 또한 모두 최초 출시 때와 동일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우뚝 솟아 올라 있는 팔걸이도 그대로이며, 스티어링 휠, 시프트레버 등, 처음 볼트 EV를 만났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다. 실내의 바닥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상부의 공간이 충분하고, 쉐보레 양산차 답지 않게 전방 시야 또한 매우 우수하여 답답한 느낌은 거의 주지 않는다. 

운전석은 크기에 비해 충실한 착좌감을 지니고 있으며, 신체를 전반적으로 잘 지지해 준다. 차의 바닥이 높은 데다, 시트 포지션이 상당히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높다는 느낌까지 들지는 않는다. 통상적인 MPV의 시트포지션에 비해 약간 더 높은 정도라고 보면 된다. 앞좌석은 열선 기능을 제공하며, 좌석의 조절은 모두 수동 레버로 이루어진다.

공간 면에서도 여전히 만족스럽다. 뒷좌석의 경우, 바닥이 평탄하여 한층 쾌적하며, 성인 남성에게도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시트는 소형화 설계를 통하여 뒷좌석의 체감 공간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 천장의 공간도 될 수 있는 대로 음푹 파 놓아서 앞좌석에서도, 뒷좌석에서도 머리가 걸리는 일이 없다. 좌석을 막론하고 시트 포지션도 낮지는 않으나, 이러한 설계 덕에 볼트EV의 체감 공간은 일반적인 B세그먼트 해치백 이상의 거주성을 갖는다. 

트렁크 공간은 딱 일반적인 소형차에서 기대할 수 있을 만한 정도. 접이식 뒷좌석을 지원하므로,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뒷좌석을 접게 되면, 성인용 자전거도 수납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쉐보레 볼트 EV는 150kW급 고성능 싱글 모터 전동 드라이브 유닛을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204마력, 최대토크는 36.7kg.m에 달한다. 이는 수치 상으로만 따진다면 2.5~3.0리터급 가솔린 엔진에 버금가는 수치다. 발진가속력이 우수한 전기차답게, 0-100km/h 가속 시간은 7초 이내로 끝낼 수 있다. 가속성능만 따지면, 고급 자동차 제조사의 스포츠세단과도 견줄 수 있는 성능이라고 할 수 있다.

쉐보레 볼트 EV는 전기차다. 전기차는 자동차에서 가장 큰 소음과 진동을 유발하는 '엔진'이 없다. 따라서 시동을 건 이후에도 차내에서 몸으로 감지되는 시그널이 없다. 사실 쉐보레 볼트 EV를 비롯한 전기차에 시동을 건다는 것은, 시동이라기보다는 차내의 '전원을 인가'하는 행위에 더 가깝다고 보면 될 듯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통상 전기차들의 계기반과 디스플레이는 통상의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과하게 화려한 그래픽과 이펙트를 보인다. 차내에 전원이 활성화된 것을 시각적으로 알리기 위함이라고 본다. 

 

정숙성은 차량의 체급에 비해 아주 우수하다. 잘 봐줘야 B세그먼트 기반 MPV 수준의 크기지만 일단 엔진이 없는 데다, 전기모터 자체의 구동음도 상당히 작게 들어 오는 덕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차량의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들이 조금 더 부각이 되는 편이다. 물론 귀에 거슬릴 정도의 소음은 아니고, 통상적인 준중형세단에 상응하는 수준의 정숙성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승차감은 작은 몸집에 맞지 않게 묵직한 느낌이다. 서스펜션의 설정은 적당히 단단한 질감에 가까워서 탄력이 느껴진다. 작은 요철에는 유연하게, 큰 요철에는 든든하게 대처한다. 또한 서스펜션 설정과 더불어 인상적인 부분은 단단함이 느껴지는 볼트 EV의 차체구조다. 볼트 EV는 차의 기골이 단단하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태생부터 전기차로 설계되어 바닥에 무거운 배터리가 수납되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낮아서 매우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이렇게 우수한 정숙성과 승차감을 제공하는 볼트 EV는 일상적인 운행에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가속력은 여전히 강하고 활기차다. 최초 구동시점에서부터 최대토크가 터져 나오는 전기차답게 시원스럽게 추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속 초기부터 힘차게 밀어주는 추진력 덕분에 발진가속이 아주 시원하다. 빠른 순발력은 비단 주행 성능의 측면뿐만 아니라 급작스럽게 가속이 필요한 경우에도 유용하다. 단, 고속도로 등지에서 추월가속을 할 때에는 발진가속 때보다는 확실히 더디게 느껴진다. 이 역시 전기차의 주된 특징 중 하나다. 운동성능도 여전히 준수하다. 기본적으로 강건한 차체구조를 지닌 데다가 무거운 배터리를 바닥에 심은 덕분에 체급에 비해 안정감 있는 몸놀림을 선사한다. 스티어링 시스템의 조작감도 적당히 묵직하고 응답성도 훌륭한 편이어서 운전자로 하여금 자신 있게 차를 다룰 수 있도록 해준다. 다른 전기차들 중에서도 '달리는 맛'이 확실히 다르다. 뛰어난 조종 질감은 쉐보레 볼트EV를 시승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쉐보레 볼트 EV는 '원-페달 드라이빙(One-pedal Driving)'의 개념을 새롭게 적용했다. 원-페달 드라이빙이란, 자동차의 가/감속을 가속 페달 하나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페달 1개 짜리 범퍼카와 비슷한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적극 활용하는 경우, 회생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론 상 에너지 손실을 줄이면서도 더욱 편리한 운전이 가능하다. 

 

쉐보레 볼트EV의 원페달 드라이빙은 상당한 수준으로 동작한다. 시프트 레버를 'L 레인지'로 전환하고 나면 통상의 'D 레인지' 대비 한층 강력하게 회생제동을 거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가속 페달 조작을 통해 속도를 조절하거나 감속, 제동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차량이 완전히 정차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충분한 거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경우에는 볼트EV의 특장점 중 하나인, 스티어링 휠의 리젠 온 디맨드(Regen on Demand) 스위치를 이용하면 조금 더 이른 시점에 완전히 정차시킬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주행은 오른발에 걸리는 부담을 크게 줄여주기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크게 도움이 되며, 손실되는 에너지까지 더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2020년형 쉐보레 볼트 EV의 핵심은 바로 늘어난 최대 주행거리에 있다. 쉐보레 볼트 EV는 최초 출시 당시에는 최대주행거리가 383km였지만 2020년형부터는 414km에 달하는 최대주행거리를 자랑한다. 이는 현재 국내 출시된 소형 체급의 전기차들 중 가장 긴 주행거리다. 이와 같은 향상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는 66kWh급의 대용량을 실현한 신형 배터리 팩 덕분이다. 이 배터리 팩은 대한민국의 LG화학에서 공급하는 288개의 리튬-이온 배터리셀로 채워져 있으며, 최적의 열 관리 시스템으로 기존 대비 배터리 수명과 효율을 모두 향상시켰다. 새로운 배터리팩을 가지게 된 볼트 EV는 기존에 시승했었던 모델들에 비해 확실히 주행거리가 늘어 났음을 알 수 있다. 시승 당시와 거의 동일한 환경에서 배터리의 소모가 더욱 억제되어 있으며, 약 200km 정도를 시승 당시와 동일한 코스로 주행한 결과, 기존 대비 잔여 주행거리가 30~40km 이상 높게 기록되었다.

쉐보레 볼트 EV는 잇단 경쟁차종의 등장으로 인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주행거리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전기차의 최대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주행거리에 대한 걱정(Range anxiety)을 어느 정도 해소시킴으로써, 구매 시의 저항감을 크게 낮춰줄 수 있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업그레이드된 주행거리로 거듭난 쉐보레 볼트 EV는 더 길게, 더 오래 달리는 전기차가 주는 기쁨을 오롯이 안겨줄 수 있는, 매력적인 전기차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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