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한 일꾼에서 호방한 신사로 - 랜드로버 디펜더 110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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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한 일꾼에서 호방한 신사로 - 랜드로버 디펜더 110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20.09.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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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최근 출시한 정통 오프로더, 올-뉴 디펜더의 시승행사를 열었다. 근 70년의 역사를 잇게 된 랜드로버의 디펜더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랜드로버 디펜더는 랜드로버 브랜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이다. 수십 년 만에 다시 태어난 랜드로버 디펜더를 직접 경험하며 어떤 매력을 품고 있는 지 알아 본다.

랜드로버 디펜더의 외관 디자인은 반세기 전의 디자인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선대 디펜더와는 전혀 다른, 현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 스타일링의 근간은 모두 초창기 랜드로버 시리즈 I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덩치는 상당히 커졌다. 특히 국내 판매되는 모델은 5도어 버전인 110 모델로, 스페어 타이어 제외한 길이만 4,758mm에 2,008의 폭, 그리고 1,967mm에 달하는 높이를 갖는다.

전면부는 초기 디펜더의 모습을 차용하되, 한층 현대적으로 탈바꿈시킨 모습이 인상적이다. 언뜻 보기에는 선대와는 거리가 있는 디자인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디테일 하나하나에는 선대를 계승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특유의 사각형 베젤과 원형 헤드램프 조합, 가로줄 라디에이터 그릴 등이 그것이다. 

측면에서는 그리고 특유의 각진 실루엣을 최대한 반영해 낸 모습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오늘날의 자동차가 가져야 할 공기역학적 특성을 최대한 모려하여 더욱 매끈한 외형으로 다듬어 낸 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뒷모습에서도 선대 디펜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테일램프가 너무 작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 역시 선대의 디자인 요소를 계승한 것이다.

인테리어의 경우에는 하나하나 모듈화된 설계는 물론, 사방에 보이는 대로 수납공간을 마련해 둔 구성이 눈에 들어 온다. 특히 대시보드는 거대한 선반과도 같다. 조수석측 뿐만 아니라 중앙 디스플레이 뒤편, 심지어 운전석측에 이르기까지, 스티어링 컬럼이 지나가는 자리를 제외한 모두를 하나의 큼지막한 선반으로 구성했다. 심지어 대시보드 양끝단은 하나의 손잡이로 설계하여, 지상고가 높은 디펜더에 오르내릴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플로어콘솔 역시 큼직한 수납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센터페시아의 경우에는 또한 꼭 필요한 버튼들만 남기고 간략화된 모습을 보이며, 조작성도 나쁘지 않다.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상당히 크고, 록-투-록이 약 3회전에 이른다. 여기에 변속레버의 경우에도 권총손잡이에서 가져온 듯한 형상으로 디자인되어 조작이 매우 편리히다.

앞좌석은 상당한 수준의 착좌감을 제공한다. 착좌감으로는 동사의 디스커버리의 것에 근접할 정도로 편안하고도 든든한 착좌감을 지니고 있다. 마감재 역시 고급스러운 질감의 소재를 사용하여 만족감을 높여준다. 시트의 조정은 전동식과 기계식(레버식)이 혼재되어 있다. 좌석의 전후거리 조절 및 높이조절은 수동 레버로, 요추받침과 등받이 각도는 전동식으로 조절된다.

뒷좌석은 상당히 만족스럽고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쟁없는 독주를 이어 왔던 지프 랭글러의 경우에는 최근 출시된 4세대(JL)모델에 이르러서야 그나마 납득이 갈 만한 수준의 공간이 나왔고, JK때까지만 해도 비좁은 공간을 제공할 뿐이었다. 하지만 디펜더는 성인에게도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할 수준의 뒷좌석을 만들어 냈다. 뒷좌석은 제한적으로 각도조절이 가능하며, 고급스러운 질감과 착좌감을 지녀, 가족용 SUV로도 손색 없는 구성을 보여준다.

트렁크 역시 상당히 큰 편이다. 기본 857리터의 공간을 제공하며,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946리터에 달하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뒷좌석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등받이만 접는 기능 외에도 소형 해치백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더블폴딩 기능까지 지원하며, 더블폴딩시 평탄한 바닥면을 얻을 수 있어, 다양한 레저 활동에 대응시킬 수 있다. 고향인 영국에서는 이 디펜더를 기반으로 한 상용 모델까지 생산중이기까지 하다. 

완전 신형의 랜드로버 디펜더는 전용으로 개발된 새로운 차체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D7x'라 명명된 디펜더의 새로운 차체구조는 경량 알루미늄합금으로 이루어진 모노코크(일체형)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바디-온-프레임 방식을 사용했던 선대와는 전혀 다른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D7x 아키텍처를 일반적인 승용세단용으로 만들어진 모노코크 구조와 동일시하려 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 차체구조는 전통적인 바디-온-프레임 방식의 프레임과 바디를 하나로 합쳐놓은, 이른 바 '유니바디(Unibody)'라고 불리는 방식을 따라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새로운 랜드로버 디펜더는 전통적인 강철제 바디-온-프레임 방식을 따른 선대 디펜더 대비 구조강도가 무려 3배나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중량의 증가도 억제할 수 있었다. 이를 여실히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견인중량인데, 국내 판매되는 랜드로버 디펜더 모델의 견인중량은 3.5톤을 뛰어 넘는, 3,700kg대의 견인중량을 갖는다. 

국내 시판되는 랜드로버 디펜더는 재규어랜드로버 그룹의 2.0리터 인제니움 디젤엔진을 사용한다. 그 중에서도 디펜더에 탑재되는 2.0리터 인제니움 디젤엔진은 국내 판매되고 있는 재규어랜드로버 차종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내는 사양이 적용된다. 랜드로버 디펜더의 인제니움 디젤엔진은 240마력의 최고출력과 43.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8단 변속기를 사용한다.

구동방식은 당연히 사륜구동. 그것도 승용차를 위해 개발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디펜더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반 기계식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여기에 정통 오프로더의 기본 소양이라 할 수 있는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까지 적용되어 있다.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란, 쉽게 말하자면 대형 화물차에 있는 저단기어(L, 로우 레인지 기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즉, 최대한의 접지력과 견인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최종적으로 바퀴가 회전하는 수를 줄이는 것이다.

이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의 존재 및 작동성 여부는 오프로더의 사륜구동 시스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일부 차종의 경우에는 후륜에 차동제한장치도 함께 적용된다. 또한, 디펜더의 저속 트랜스퍼케이스를 작동시키면 더욱 원활한 험로 돌파를 위해 지상고를 더욱 높여준다.

이번 시승에서는 유명산 일대의 거칠고 험악한 임도를 달리는 코스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아닌,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 빚어진 곳을 달리는 것이다. 시승 코스에는 수많은 돌들과 진흙이 도처에 널려 있었고, 길목의 폭이 비좁아 주의를 기울려야 했다. 그리고 이런 코스야말로 디펜더의 진짜 능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랜드로버 디펜더는 무려 7가지의 주행모드를 제공하는 최신의 랜드로버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이 정교한 전자장비는 노면의 상황에 맞춰 구동륜의 접지력을 실시간으로 제어한다. 터레인 리스폰스는 온로드용으로 짜여진 2개 주행모드와 오프로드용으로 짜여진 5개 주행모드로 나뉜다. 그 중 오프로드용으로 짜여진 프로그램들은 눈길, 진흙, 모래, 암석, 그리고 도하(渡河)의 5가지로 나뉜다. 

오프로드 구간의 첫 번째 관문은 비좁은 임도 코스였다. 좁고 돌들이 많으며, 노면도 전혀 고르지 않는 등, 여러 악조건들이 놓여져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험악한 길을 디펜더는 한 치의 서투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우직하게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이 각 구동륜의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접지력을 제어하여 차량을 항시 통제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덕분이다. 

산을 오르고 또 올라, 마침내 기착지인 유명산 활공장을 앞에 둔 상황에서 또 한가지의 난관이 닥쳤다. 바로 30%이상의 경사면을 가진 경사로였다. '30%'라는 말에 감이 안 올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경사도는 운전석에서 마주했을 때에는 거의 수직에 가깝게 깍아 지른 절벽처럼 보이게 된다. 게다가 전에 내린 비로 인해 노면 역시 고르기는 커녕, 중앙에 큰 도랑이 파여져 있고, 크고작은 돌들이 굴러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행사진행을 위해 만들어진 코스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형태로 이루어진 난관인 것이다.

여기서 랜드로버 디펜더는 다시금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테스트를 위해 아예 경사면 상에서 정지했다가 재출발하는 것까지 시도했지만 몇 초 바퀴가 헛돌더니 그 새 자세를 잡고 노면을 찍어 누르며 등판에 성공해내고 만다. 제대로 된 저속트랜스퍼 케이스를 갖춘 사륜구동 시스템과 뛰어난 지형감응 장비의 환상적인 조화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날 디펜더는 상당히 길었던 오프로드 구간 내내 뛰어난 제어력은 물론, 운전자로 하여금 피로감을 덜 느끼게 해 주었다. 정교하게 튜닝된 서스펜션 시스템과 가볍고도 강건한 알루미늄 합금 차체구조가 험악한 오프로드의 노면에서 들어오는 온갖 충격을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덕분이다. 새로운 랜드로버 디펜더는 이 날 준비된 오픈 오프로드 코스에서 뛰어난 능력을 선사했다. 이 뿐만 아니라 긴 오프로드 구간 주행을 마친 뒤에도 피로감이 훨씬 덜했다. 

랜드로버 디펜더는 온로드에서도 나쁘지 않은 능력을 선보인다. 특히 일상적인 운행환경에서는 일반적으로 정통 오프로더로 알려진 SUV들은 물론, 크로스오버 SUV들과 비견할 만한 편안한 운행환경을 제공한다.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해 주는 하체와 차체구조 등으로 뛰어난 승차감을 제공한다. 이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정통 오프로더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좌우 끝에서 끝까지 3회전에 가까운 스티어링 기어비와 더불어 적당히 여유로운 응답성을 가진 페달 등으로 부드러운 조작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피로도 적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정숙성이다. 통상 이러한 종류의 SUV들은 정숙성을 덜 고려하게 되는데, 디펜더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크로스오버 SUV들과 비교해도 정숙성이 뛰어난 편이다. 인제니움 디젤엔진의 뛰어난 정숙성과 더불어 전반적으로 잘 고려된 N.V.H 대책 덕분에 일상에서 운행하는 것도 하등의 불편한 점이 없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도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면모는 랜드로버 디펜더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정통 오프로더의 경우, 특화분야가 아닌 온로드에서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는 차량의 전반적인 구조와 세팅, 조작계통 및 서스펜션 설정 등에서 온로드 주행을 위주로 하는 도심형 크로스오버들이나 승용 세단과는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랜드로버 디펜더는 달랐다. 물론, 본격적인 단계의 승용형 크로스오버 등에 비하면 다소 높은 차고와 무게중심으로 인해 스포츠카처첨 민첩하게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기본기에 충실한 운동성능을 선보인다. 가속력 또한 충분하다. 예상 외로 커 보이는 덩치에 비해 다소 작은, 2.0리터급 디젤엔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의외로 경쾌한 가속감을 경험할 수 있다.

랜드로버의 새로운 디펜더는 반세기 넘는 전통과 오늘날의 뛰어난 기술력이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생각된다. 재규어랜드로버의 기술력이 총동원된 알루미늄 차체구조와 각종 첨단 전자장비들이 아낌없이 적용되어, 유명산 일대의 험악한 노면을 능수능란하게 통과해냈다. 이를 통해 덩치에 비해 뛰어난 제어력을 가져, 어떠한 노면을 마주하더라도 든든하기 이를 데 없다. 더불어, 고급 SUV에도 견줄 수 있는 편안하고 쾌적한 주행질감까지 선사하며,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랜드로버의 시작이자,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 디펜더는 그렇게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과거의 랜드로버 디펜더가 평민 출신의 우직한 '일꾼'이었다. 반면, 지금의 디펜더는 출신 배경부터 달라진 기분이다. 지금의 디펜더는 호방하고 활동적인 성품을 가진 신사 계급 출신의 기병대 장교 같은 기분이 든다. 당당한 행동거지를 가지고 있지만 신사에게 요구되는 정중함과 교양을 갖추고 있으며, 통도 크고, 맡은 바 임무는 성실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가격대 역시 펄쩍 뛰어 오르기는 했지만, 일상과 비일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신세대 랜드로버 디펜더는 여러모로 매력 넘치는 SUV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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