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특집]왜 자동차 회사는 우리말을 차명에 사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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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특집]왜 자동차 회사는 우리말을 차명에 사용하지 않을까?
  • 모토야
  • 승인 2020.10.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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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은 세계 10위권에 드는 규모를 자랑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들 중, 우리말 이름을 사용하는 자동차는 얼마나 될까? 애석하게도, 단 한 대조차 없다. 이는 세계적인 자동차 대국으로서 부끄러운 일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계는 처음부터 우리말 이름에 박하게 굴지는 않았다. 특히 자동차 역사의 초창기에는 국제차량 제작의 시-발, 새나라자동차의 새나라, 신진공업의 신성호 등의 사례가 존재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자동차 공업이 성장하게 되는 70~80년대 들어서는 우리말 이름이 붙은 차들이 천연기념물 수준으로 희귀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첫 독자개발 모델인 현대자동차의 '포니(Pony)'부터 조랑말을 의미하는 영어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난 이후에도, 현대자동차는 우리말 이름을 쓰는 경우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 심지어 새로 출범한 제네시스 브랜드는 아예 외국 브랜드처럼 알파뉴메릭 작명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우리말 이름에 지독히도 박한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자동차는 반도체 등과 더불어 대한민국 제조업의 주요 수출품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고객'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 여기에 내수시장에서마저 "우리말 이름은 구시대적이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편견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말 이름의 사용을 꺼리게 되는 요인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역사를 살펴보면, 적어도 2000년대까지 순 우리말, 혹은 순 우리말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이름의 자동차들이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사례는 극히 적다. 자동차 역사 반세기 동안 박박 긁어 모아도 10종이 채 되지 않는다. 국제차량제작의 시-발 자동차, 새나라자동차 새나라, 신진공업사 신성호, GMK 새마을 트럭, 새한자동차 맵시, 쌍용자동차 무쏘, 대우자동차 누비라, 그리고 삼성상용차 야무진의 8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시아권 국가들 중에서 우리보다 먼저 자동차 보급을 이룩하고 지금도 세계적인 규모로 손꼽히는 일본의 자동차 산업계는 어떨까? 일본의 자동차 산업계 역시, 자국어보다는 외래어에서 유래한 작명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고, 수출용 모델로 갈수록 그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진다. 그렇지만 내수시장용 모델들 같은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적어도 자국어 차명이 절멸해버린 대한민국에 비하면 적극적으로 보일 정도다.

일본의 자동차 산업계에서는 자국어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알맞게 변형하여 사용하는 사례가 많고, 심지어 현재진행형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토요타자동차의 캠리(Camry)다. 캠리는 일본어로 왕관을 의미하는 '칸무리(冠, かんむり)'를 적당히 변형시킨 사례로, 오늘날까지 그 이름을 이어오고 있다. 동사의 수소연료전지차인 미라이(Mirai)의 경우는 아예 자국어로 '미래'를 의미하는 단어다.

이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인피니티 M 혹은 Q70으로 판매되었었던 닛산 푸가의 경우도, 자국어로 '풍아(風雅, 풍류와 문아)'를 의미하는 후우가(ふうが)와 음악용어 푸가(Fuga)의 일본어 독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작명이다. 또한 미쓰비시 eK의 경우, 표기는 알파벳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일본어식으로 읽게 되면 '좋은 경차(いい軽)'가 되는 작명이다.

중국과 같은 경우에는 자동차산업 성장 초기에는 내수시장용 모델들이 주류였던데다, 외래어에 인색한 중국어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자국어 차명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경향은 외국계 기업의 자동차에도 적용되었다. 베이징현대의 위에둥과 둥펑위에다기아자동차의 천리마 등이 그러한 예다. 하지만 근래들어 중국의 자동차기업들이 자사의 양산차들을 수출길에 적극적으로 올리게 되면서, 구미권의 알파뉴메릭 방식의 작명, 혹은 외국어로 작명을 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렇게 아시아의 자동차 업계가 자국어 사용 혹은 활용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에 반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우리말 이름에 박하다. 하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의 이름과 위상은 지난 날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이 높아졌다. 게다가 언어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서를 가장 농밀하게 담고 있다. 따라서 우리말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만의 색깔을 강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며, 이제는 이러한 작명법을 사용하는 것도 수출 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574돌을 맞은 한글날인 오늘,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말 이름을 사용한 자동차가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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