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럭셔리 SUV라는 개념을 제시하다 - 람보르기니 LM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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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차]럭셔리 SUV라는 개념을 제시하다 - 람보르기니 LM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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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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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SUV'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람보르기니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어주고 있는 차가 있다. 바로 '우루스(Urus)'다. 람보르기니 우루스는 람보르기니의 슈퍼카를 크로스오버로 번역한 듯한, 강렬한 인상의 외관 및 실내 디자인과 더불어, 막강한 성능의 파워트레인과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주목 받으며 SUV의 전성시대인 오늘날, 람보르기니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우루스는 람보르기니 최초의 SUV가 아니다. 최초의 '크로스오버'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람보르기니 우루스는 기반 설계부터 전통적인 방식의 SUV와는 거리가 먼, 현대식의 크로스오버형 차량에 훨씬 가깝다. 그렇다면, 람보르기니 최초의 SUV는 과연 어떤 차인가? 람보르기니가 만든 최초의 SUV는 개발 목표부터 남달랐다. 람보르기니가 독자적으로 진행했던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의 험지를 누비는 '미 육군'의 발이 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 '정통파' SUV였다. 이 차의 이름은 'LM002'다.

지난 기사에서는 LM002의 설계 기반이 된 군용차량, 람보르기니 치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LM시리즈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세상에 없었던, '럭셔리 SUV'라는 개념을 제시하다
람보르기니는 미국의 '모빌리티 테크놀로지 인터내셔널(Mobility Technology International, 이하 MTI)'이라는 회사와 손을 잡고 미국의 '고기동성 다목적 차량(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HMMWV)'사업에 투입할 코드네임 '치타(Cheetah)'의 설계 및 제작에 나섰다. 

하지만 MTI의 설계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데다, 미군의 요구에도 따르지 않않다. 이 때문에 신형 군용차량으로의 채택은 고사하고 테스트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실패로 인해 MTI사는 다른 기업에 합병되어 버렸고, 이 소식을 들은 BMW가 람보르기니에 의뢰했던 설계용역 계약을 파기하는 등, 악재가 잇달았다. 이에 람보르기니는 졸지에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이 군용차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되살리고자 했다. 그래서 이미 물 먹은 미국 시장은 포기하고 세계의 군대에 판매하기 위해 대대적인 설계 변경을 시도했다. 기본적으로 설계결함이 있었고 미국 시장에서 이미 퇴짜를 맞았던 치타를 그대로 양산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치타를 자신들의 컨셉트에 맞춰 대대적인 개수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작업은 바로 '심장 이식'이었다. 람보르기니는 허약했던 크라이슬러 V8 엔진 대신, 337마력의 최고출력과 426Nm(약 43.43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람보르기니 V12 엔진을 얹었다. 새 엔진은 기존 크라이슬러 V8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화끈한 성능을 냈다.

그리고 더 크고 무겁고 강력해진 엔진을 전방으로 탑재하게 되면서 차체의 기본구조를 대대적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람보르기니는 차량의 기골에 강철 뷰트 스페이스프레임을 적용해 치타에 비해 강성을 월등히 높였다. 이 과정에서 기존 치타 시절 2톤 남짓이었던 중량이 크게 늘어 2,600kg까지 올라갔다. 또한 엔진을 전면으로 옮겨 달면서 후방에 넉넉한 공간이 형성되어, 이를 적재함으로 사용했으며, 경우에 따라 6명의 병력을 탑승시킬 수 있었다.  

구동계 또한 변화가 생겼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선택식으로 동작 가능하여, 운전자가 원할 때는 온전히 후륜구동으로만 주행할 수 있다. 사륜구동 주행시에는 전륜은 25%, 후륜에는 최대 75%까지 구동력 편향 배분이 가능했으며, 차동기어 잠금장치까지 내장되어 있었다. 

외관은 치타 시절에 비해 거의 직선형에 가깝게 디자인되었다. 이를 통해 더욱 손쉽게 장갑판을 덧대 방어력을 보강할 수 있는 이점도 지녔다. 아울러 태생이 군용차량이었던 만큼, 지붕과 도어 전체를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이렇게 완성된 새로운 군용차량은 'LMA002'라는 이름을 달고 1982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정식으로 공개됐다. 이 차는 사우디아라비아 육군에서 관심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실제로 양산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으며, 군용차로서 이 차를 채용한 국가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람보르기니는 난감했다.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한 군용차량 LMA002가 또 실패하면서 이제 남은 곳은 민수시장 밖에 없었다. 그리고 람보르기니는 이 차를 대체 어떤 자동차로 일반에 판매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당시는 SUV에 대한 관념도 희박했고 사륜구동 자동차 자체가 승용차 보다는 '상용차'로서 비춰지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람보르기니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이를 타개하고자 했다. 바로 세상에 없었던 '초호화 SUV'라는 컨셉트다. 

람보르기니는 LMA002의 외관 디자인을 대폭 가다듬고, 인테리어를 대대적으로 손봤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안전규제에 맞춘 등화류를 적용하는 등, 일반 도로용 자동차로서의 전환을 꾀했다. 그리고 1986년, 람보르기니의 첫 번째 SUV 모델이자, 세계 최초로 럭셔리 SUV라는 개념을 제시한 'LM002'가 태어나게 되었다.

LM002는 투박하기 이를 데 없었던 기존 군용차량의 디자인을 대폭 가다듬는 한 편, 내부를 최고급 가죽과 목재 장식 등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그리고 심장을 더더욱 화끈한 것으로 바꿨다. 바로 슈퍼카 쿤타치(Countach) LP5000 QV에 적용하고 있었던 5.2리터 람보르기니 V12 엔진이다. 이 엔진은 461마력의 최고출력과 50.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여 0-100km/h 가속에 단 7초, 그리고 최고속도는 210km/h에 이르는 괴물같은 성능을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여기에 당대 가용한 최대한의 편의장비들을 다량으로 투입하여 완성된 LM002는 당시에도 상당한 고가품이었다. 또한, 장비중량이 2톤 후반대인 엄청난 덩치를 가졌음에도 당대 가장 빠른 SUV 차량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나름대로 혁신적인 컨셉트를 내세운 람보르기니 LM002는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SUV가 대세를 넘어 '상식'으로 굳어지고 있는 오늘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겠지만, 당시에는 SUV란, 거의 상용차에 가까운 차종으로 인식되고 있었기에, '초호화 SUV'라는 개념은 지나치게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가격마저 일반적인 SUV를 아득히 뛰어 넘는 주제에 오프로드 성능과 견인력 등이 종래의 사륜구동 자동차 대비 큰 우위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LM002는 극히 소수의 차량만이 만들어졌다. 1986년도부터 1993년 사이의 7년간 단 300여대만 만들어졌는데, 이는 한 해 평균 40대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초 목적에 걸맞게, 의외로 부유층에게는 확실히 어필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또한, 이 차는 중동의 부호들 사이에서도 꽤나 인기가 있었던 차종이었다고 전해지며, 사담 후세인의 아들, 우다이 후산(Uday Hussein)이 소유한 차량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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