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미국', 아메리칸 머슬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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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미국', 아메리칸 머슬카들
  • 모토야
  • 승인 2020.12.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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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헐리우드 영화 등의 매체에서 단골 출연하는 머슬카. 아메리칸 머슬카는 유럽식의 스포츠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미국식’의 고성능 자동차다. 정확히는 유럽식 스포츠카와는 성능을 추구하는 관점과 방향성이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머슬카는 유럽식 스포츠카와는 그 태생부터가 다르다. 유럽식 스포츠카는 과거부터 구 귀족이나 신사 등, '유산 계급의 장난감'으로 출발했지만 미국식 머슬카의 출발점은 '대중문화' 혹은 '생계수단'에서 출발했다. 아메리칸 머슬의 역사는 가깝게는 1950년대 ‘핫 로드(Hot Rod)’가 중흥하기 시작한 시절, 더 멀게는 1930년대 금주령 시절부터 시작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금주령 시절, 마피아들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불법적인 개조를 거친 차들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경주를 벌이던 것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법 공도 레이싱이 발전된 것이 바로 스톡카 레이스, 즉 미국 3대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나스카(NASCAR)다.

아메리칸 머슬카와 유러피언 스포츠카는 고성능을 추구하는 방향성에서 근본적으로 달랐다. 유럽식의 스포츠카는 극한의 성능을 내는 경주용 자동차를 일반도로용 자동차로 변환한 것에 가까웠다. 반면 아메리칸 머슬카는 일반 양산차의 외형은 유지하면서 성능을 높여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엔진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심지어 엔진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론에서도 근본적으로 달랐다. 특히 토탈 밸런스보다는 빠른 가속성능과 최고속도 도달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서 아메리칸 머슬카들은 5.0리터 이상의 대배기량을 자랑하는 V8 엔진을 주력으로 사용했다. 출력이 모자란다면 실린더 보어를 확장하거나 피스톤 스트로크를 늘렸다. 즉, '배기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출력을 높인 것이다. 이것조차 모자라다 싶으면 2차대전 항공기에서 사용되었었던 슈퍼차저를 얹는 등의 방법으로 출력을 높였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머슬카는 유럽식 스포츠카의 작고 날렵한 차체에 비하면 매우 크고 넉넉한 차체 및 섀시를 지니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유럽식 스포츠카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여 접근성이 매우 높았다. 이는 대중으로부터 시작된 자동차 문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머슬카는 오직 직진 성능만 강력할 뿐, 핸들링 등 다른 성능은 등한시하는 차라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럽식 스포츠카를 잣대로 아메리칸 머슬카를 판단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아메리칸 머슬카와 유럽식 스포츠카는 서로가 추구하는 고성능의 방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성능 향상을 위해 그램 단위로 무게를 줄이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유럽식 스포츠카와는 접근법부터가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절정을 이루었던 머슬카들은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날이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 등에 의하여, 1980년대 이후로 정통파 머슬카들은 시장에서 사장되다시피했다. 하지만 1960년대 태어난, 머슬카의 하위호환에 해당했던 ‘포니카(Pony Car)’들을 통해 그 혈통을 잇고 있다. 포니카는 조랑말을 뜻하는 영어 ‘Pony’에서 알 수 있듯이, 정통 머슬카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다루기 쉬운 차체 크기를 지닌다. 포니카는 머슬카들의 몰락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정통파 머슬카들의 역할을 물려 받았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살아 남은 포니카는 3종이다. 

포드 머스탱
미국 포드자동차(이하 포드)의 '머스탱(Ford Mustang)'은 '포니카의 원조'다. 이 차는 우리나라의 기성세대들에게도 '무스탕'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차다. 1960~70년대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던 영화배우 故 신성일氏의 애마로 알려졌기 때문. 1964년 처음 출시된 포드 머스탱은 출시초기 2인승의 캠백형 쿠페 모델만 마련되어 있었으나 뒷좌석을 늘린 패스트백 모델을 발빠르게 출시하는 등, 선택의 폭을 발 빠르게 넓혔다. 그리고 2.8리터 직렬 6기통 엔진, 7.0리터 V8기통 엔진 등 라인업을 다양하게 구축했다.

이러한 덕분에 머스탱은 젊은층은 물론, 중산층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초 포드에서는 머스탱 판매량을 약 10만 대 안팎으로 생각했으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출시되자마자 12만 대를 찍었고 이듬해는 무려 약 60만 대 가깝게 팔려나며 모델 A 이후 가장 성공적인 자동차 중 하나로 남았음은 물론,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포드는 6세대 머스탱을 기점으로 미국 시장에 한정되어 있는 '포니카'가 아닌, 글로벌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스포츠카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쉐보레 카마로
기성세대는 '머스탱의 적수'로, 젊은세대에게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알려진 쉐보레의 카마로는 포드 머스탱의 성공을 지켜 본 GM이 1966년 야심차게 내놓은 포니카 모델이다. 쉐보레 카마로는 머스탱의 대항마로 출발했지만, '저렴함'을 위해 다른 자사 승용차들의 부품들을 공유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카마로의 경우에는 상당한 부분을 독자적으로 디자인된 부품을 사용해 제작했으며, 그 덕분에 기계적으로 완성도가 높았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쌌으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에는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쉐보레 카마로는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 다섯 번의 세대교체를 거치며 오늘날의 6세대로 발전해 왔다. 그리고 현재는 국내시장에서도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3세대부터 OHC 엔진으로 넘어가 버린 머스탱과는 달리, 정통파 아메리칸 스타일의 V8 OHV 엔진을 여진히 고수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정식으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OHV V8엔진 머슬카다.

닷지 챌린저
닷지 챌린저는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유명한, 닷지 차저(Charger)의 하위에 위치하는 포니카 모델로, 1969년 처음 출시되었다. 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의 대항마로서 등장한 챌린저는 같은 계열사였던 플리머스 바라쿠다 등과 플랫폼을 공유하며, 생산성에 치중한 머스탱이나 보다 고급스러운 포니카를 지향한 카마로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닷지 챌린저는 포니카로 시작했지만, 2008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3세대 모델은, 사실 상 정통 아메리칸 머슬카의 요소들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차종으로 평가받는다. 현재의 닷지 챌린저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글로벌화되어가고 있는 위의 두 모델에 비해, 가장 미국적인 테이스트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 5미터에 육박하는 기나긴 차체와 쿠페이면서도 세단에 준하는 실내공간을 가진 대형의 차체, 그리고 대배기량의 OHV V8엔진을 사용하는 등, 정통파 머슬카들의 그것, 심지어 4도어 세단으로 변질된 차저보다도 닷지 차저의 본래 모습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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