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이하 포드코리아)가 미국 포드자동차의 중형 픽업트럭, 레인저를 전격 출시했다. 이로써 국내 수입 픽업트럭 시장은 사상 최초로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3개사가 격돌을 벌이게 된다.
포드코리아가 출시한 포드 레인저는 유럽시장 지향의 신개발 디젤 파워트레인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경쟁차종 중 유일한 디젤 모델이기도 하다. 또한, 유럽 시장에서 포드 레인저의 가장 상위 트림에 속하는 와일드트랙과 오프로드 특화 모델인 랩터 모델의 2개 차종으로 출시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포드코리아는 포드 레인저의 출시와 더불어,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인천 영종도에 마련된 특설 코스에서 벌어진 시승행사에서는 레인저의 탁월한 오프로드 성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아울러 이번 시승행사에서는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랩터의 두 가지 모델을 모두 체험할 수 있도록 짜여졌다. 대한민국 수입 픽업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포드의 레인저를 오프로드에서 경험하며 그 매력을 짚어본다. 시승한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의 가격은 4,990만원, 랩터의 가격은 6,390만원(VAT포함, 3.5% 개별소비세 기준)이다.
새롭게 등장한 포드 레인저 중 가장 먼저 시승한 차는 바로 랩터다. 레인저 랩터는 레인저 라인업에서 가장 특별한 차종이다. 파워트레인은 와일드트랙과 같은 2.0리터 디젤 엔진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나머지는 천양지차로 다르다. 특히 외관의 경우에는 미 대륙 본토에서 활약하고 있는 큰형님뻘인 F-150 랩터를 연상케 하는 과격한 인상과 디테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른 것은 외모 뿐만이 아니다. 실내 역시 랩터 전용의 인테리어 테마와 디테일들로 채워져 있다. 레인저 랩터의 실내는 포드 퍼포먼스 DNA를 따르는, 스포티하고 강렬한 감각으로 꾸며져 있다. 레인저 랩터는 와일드트랙 모델에는 없는 패들 쉬프트를 장착하고 있으며, 전용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시트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고성능 모델만의 특별함을 전달한다.
인천 영종도에 마련된 특설코스는 정통파 오프로더가 아니라면 마음놓고 주행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살벌한 수준이었다. 특히 비가 오고 난 이후였기 때문에 진창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고, 노면은 진흙과 더불어 거친 모래와 자갈, 그리고 사람 머리 크기만한 돌들이 사방에 널려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에서 레인저 랩터는 한 점 거리낌 없이 힘차게 달려 나간다. 2.0리터급 디젤 엔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지 그다지 폭발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저회전 토크가 충실한 덕분에 험로를 돌파하는 데 있어서는 부족함 없는 동력 성능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레인저 랩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기골'과 '하체'다. 레인저 랩터는 대대적인 보강이 이루어진 전용의 프레임 섀시와 더불어, '찐' 오프로더들이 사용하는 '헤비듀티(고하중)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있다. 이 덕분에 험악하기 짝이 없는 특설 오프로드 코스에서 전혀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는다. 특히 코스 내에 마련된 점프대를 이용해 점프를 시도했을 때 이러한 강인함을 있는 그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 안정적으로 착지하면서도, 착지시의 크나큰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모습에 취재진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대 90cm 깊이의 강을 도하할 수 있는 레인저 랩터는 코스 내에 마련된 85cm 수심의 코스를 무난하게 소화해 낸다. 접지력이 극도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수중에서도 악착같이 접지력을 확보하는 뛰어난 전자장비의 도움과 더불어, 강력한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의 성능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록-투-록이 거의 3회전에 가까운 넉넉한 스티어링 기어비도 특징이다. 이는 정통파 오프로더라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징이다. 온로드에 비해 더욱 다양한 변수들이 도사리는 오프로드에서 스티어링 기어비가 타이트하다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프로드 환경에서 한층 정밀하게 차를 제어하기 위해 정통 오프로더들은 스티어링 기어비를 크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록-투-록이 2.5회 내외에 불과한 승용차량만 접한 운전자의 경우, 처음 접하는 경우에는 적응할 기간이 필요하긴 하다.
그 다음으로는 레인저 와일드트랙에 올랐다. 레인저 와일드트랙은 일상과 레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범용성을 바탕으로, 오프로더의 감각과 승용 크로스오버의 감각을 겸비한 디자인을 갖췄다. 공기역학을 고려해 디자인된, 남성적인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더불어 랩터에 비해 한층 깔끔한 디테일이 특징이다.
실내 또한, 랩터와는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레인저 랩터가 정통 오프로더로서의 기능성에 충실한 레인저 와일드트랙은 현대적인 승용 크로스오버의 감각을 살리고 있다. 레인저 와일드트랙은 블랙을 기초로 곳곳에 오렌지 컬러의 스티칭과 인서트가 적용되는 전용의 인테리어 테마를 제공한다. 또한, 사실 상 레인저의 최상위 트림에 해당하는 만큼 고급스러운 질감의 가죽 마감재를 아낌 없이 사용하여 특별한 감성을 자아낸다.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함께 특설 코스에 진입하게 되면, 랩터와는 전혀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서스펜션과 섀시의 경우에는 랩터보다는 온로드에 훨씬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따라서 코스 내에서 이동할 때에도, 랩터보다는 아무래도 조금 더 조심스럽게 움직이게 된다. 물론 기본적으로 탄탄한 뼈대를 갖추고 있는 덕분에 통상적인 크로스오버형 차종들과 비교하면 월등히 든든한 느낌을 준다.
와일드트랙은 랩터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지간한 정통파 오프로더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기량을 선보인다. 뛰어난 등판각과 더불어 시시각각 최상의 접지력을 제공하는 지형관리 시스템 덕분에 오프로드에서도 충실한 접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일반적인 크로스오버 차종에 좀 더 가까운, 약 2.7회전 가량의 스티어링 기어비를 지니고 있어 일상적인 운행에서 보다 편리하다.
여기에 랩터 와일드트랙의 경우에는 앞서 시승한 랩터를 훨씬 앞서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다. 바로 온로드에서의 승차감 및 조종성, 그리고 견인능력이다. 레인저 와일드트랙은 최대 3.5톤에 달하는 견인중량을 자랑하는데, 이는 랩터의 2.5톤보다 무려 1톤이나 더 월등한 견인력이다. 따라서 보트나 카라반, 캠핑 트레일러 등의 다양한 레저장비를 활용하기에는 와일드트랙쪽이 훨신 유리하다.
포드자동차의 레인저가 국내시장에 출시되며, 드디어 국내서도 세계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GM과 크라이슬러, 그리고 포드의 픽업트럭 3파전이 열리게 되었다. 특색 있는 상품구성과 더불어, 경쟁차종과는 달리, 국내에서 (아직까지는)선호도가 높은 디젤엔진을 탑재한 포드 레인저가 이 3파전에서 과연 어떠한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