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매력의 프렌치 크로스오버 - 푸조 5008 GT 팩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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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매력의 프렌치 크로스오버 - 푸조 5008 GT 팩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21.06.2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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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플래그십 SUV 5008은 7인승 좌석을 갖는 패밀리 SUV 모델로,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적용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스포티한 스타일과 가족용 SUV의 실용성을 양립한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그러한 5008이 최근 큰 변화를 맞았다. 새로워진 5008은 508의 등장 이래 푸조가 새롭게 전개하고 있는 디자인 언어를 반영한 외관의 변화와 더불어 상품성 개선을 거쳤다. 새로워진 푸조 5008을 시승해 보고 어떤 매력을 품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번에 시승한 5008은 2.0리터 디젤엔진을 탑재한 GT 팩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5,780만원.

먼저 외관의 경우, 전면부의 디자인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기존의 308에서 파생된 형태의 디자인에서 현행 508의 전면부 디자인을 연상케 하는 형태로 변화함에 따라 첫 인상부터 크게 달라졌다. 기존의 5008도 상당히 스포티한 스타일이 특징이었는데 새로워진 5008은 그 보다 한 술 더 뜬다.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세로형 주간상시등과 더불어 안쪽으로 오목하게 파여진 입체감 있는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성형된 얼굴은 기존의 5008보다 한층 더 강인하고 매서운 인상이다. 그리고 여기에 GT 모델 전용의 외장사양까지 적용되어 한층 더 스포티한 분위기로 넘쳐 흐른다. 측면과 후면의 디자인은 기존의 5008과 동일하다. 그리고 5008의 새로운 얼굴은 기존 5008의 측면과 후면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초기형부터 직선을 많이 사용하고 단단한 양감을 강조한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이미 상당부분 적용된 덕분이다.

실내 역시 많은 부분이 변화했다. 3008과 공유하는 특유의 입체적인 대시보드 디자인과 푸조식 i-콕핏(i-Cockpit) 개념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으나, 디테일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변화는 바로 i-콕핏의 핵심은 헤드-업 클러스터(이하 계기반)다. 계기반은 기존 대비 시인성이 한층 높아진 새로운 UI 디자인을 제공하여 운행에 필요한 정보를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사용자 설정에 따라 5종의 서로 다른 테마를 제공한다. 플로어콘솔 둘레도 변화가 있었다. 기어레버 옆에 별도로 돌출되어 있었던 기존의 그립 컨트롤 다이얼이 사라지고, 보다 널찍한 수납공간이 생겼다. 그립 컨트롤은 주행모드 상에서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되어 더욱 직관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앞좌석은 스포츠카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 세미버킷형 시트로, 상당히 단단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시트 전반적으로 텐션이 강한 편이다. 특히 이번에 시승하게 된 5008이 스포츠 성향을 띄는 GT 모델이라 그런지, 한층 스포티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단단한 시트는 급격한 기동 중에도 운전자의 신체를 탄탄하게 붙잡아준다. 하지만 장시간의 운행 시, 약간 배기는 느낌도 없잖아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운전석은 전동조절 기능과 전동식 럼버서포트를 제공하며, 메모리 기능, 심지어 마사지 기능까지 제공한다. 반면 조수석의 경우에는 수동 조절레버를 사용할 정도로 편의가 부족한 편이다. 앞좌석은 공통적으로 3단계의 열선 기능을 제공한다. 그리고 508의 등장 이전의 과도기적인 모델이기 때문인지 시트 포지션이 높은 편이다.

2열 좌석 또한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단단한 질감의 가죽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착좌감 역시 단단한 느낌이 많이 들고, 알칸타라 덕분에 몸이 잘 미끌리지 않는다. 공간은 같은 설계 기반을 공유하는 3008 대비 훨씬 넉넉한 편이며, 국산 준중형급 크로스오버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루프 높이가 약간 낮은 감이 있으며, 등받이의 각도도 약간 서 있는 편에 속한다.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아주 넉넉하지는 않지만 용인할 만한 정도의 공간이라고 본다.

푸조 5008은 체급에 맞지 않게 3열 좌석까지 갖추고 있다. 단, 3열 좌석은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편이다. 내부 공간이 비좁아 성인이 탑승하기에는 무리이며, 그저 구색만 갖춰놓은 정도라고 보면 된다.

트렁크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3열좌석을 모두 펼친 상태에서는 237리터에 불과하지만, 3열좌석만 접어줘도 무려 952리터에 달하는 공간이 생긴다. 여기에 2열좌석까지 모두 접게 되면, 도합 2,150리터에 달하는 적재공간이 조성된다. 여기에 조수석 등받이까지 앞으로 접어주면 최장 3.2m에 달하는 긴 물건을 실을 수 있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푸조 5008은 PSA그룹의 2.0리터 BlueHDi 디젤엔진을 사용한다. GT 모델 전용으로 제공되는 이 엔진은 177마력/3,750rpm의 최고출력과 40.82kg.m/2,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EAT8 자동 8단변속기를 사용하며, 구동방식은 전륜구동이다.

푸조 5008 GT는 2리터급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차로서 무난한 수준의 정숙성을 갖는다.  여타의 디젤 차종에 비해 정차 시 소음이나 진동이 거슬릴 정도로 크지는 않은 편이며, 의외로 외부소음 차단에 있어서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장거리를 왕복해야 했던 이번 시승에서도 여타의 디젤엔진 크로스오버 SUV들에 비해 딱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승차감은 탄탄한 편이다. 무작정 단단하기만 한 것이 아닌, 강하게 버텨줄 때는 버텨주고, 부드럽게 넘겨야 할 때에는 부드럽게 넘겨줘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실천하는 느낌이다. 여기에 EMP2 플랫폼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으로 인해 지상고가 높은 SUV임에도 상당히 안정된 느낌을 준다. 이러한 덕분에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에 특히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반면에 동력성능은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스포츠 지향의 GT 모델임에도 가속력이 그다지 스포티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물론, 저속토크가 강력한 디젤엔진인 덕분에, 초기 발진 가속만큼은 상당한 순발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해서 고속까지 착실하게 끌고 가주지는 못하는 편이다. EAT8 자동변속기는 유체클러치 기반의 자동변속기로서 준수한 변속 속도와 직결감을 제공한다.

기동성능 면에서는 여타의 7인승 SUV들 대비 뭔가 한 발 더 가볍게 움직여 주는 느낌이다. 마치 덩치 큰 암사자처럼 묵직하면서도 고양이과 맹수들 특유의 기민한 발재간을 겸비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 덕분에 코너가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악도로에서도 안정감 있는 기동력을 보여준다. 특히 직경이 작은 스티어링 휠 덕분에 차를 한층 직관적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번 시승은 왕복 700km를 넘는 장거리 운행이었다. 그리고 차를 수령한 당일에도 이동해야 할 곳이 있어서 연료를 약간 소모한 상태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게다가 이동하는 동안에도 정속주행을 올곧게 유지하기보다는 도로 흐름에 따라 편하게 운행했다. 즉, 연비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운행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푸조 5008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승 당일부터 차량 반납까지 도합 800km를 웃도는 거리를 달리고도 여전히 연료가 남아 있었을만큼 뛰어난 연비를 기록했다. 푸조 5008 GT의 공인 연비는 도심 13.4km/l, 고속도로 17.4km/l, 복합 15.0km/l지만, 이번 시승에서는 전체 평균 20.8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정속주행을 하는 경우에는 22.0km/l를 약간 웃돌 정도로 뛰어난 연비를 자랑하며, 도심에서도 정체가 심하지만 않다면 공인연비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연비를 기록한다.

이번에 시승한 푸조 5008 GT는 화려함을 한층 더한 외관 디자인에 더해, 사용 편의성을 소폭 개선한 인테리어, 넉넉한 적재공간, 덩치에 맞지 않는 날렵한 주행감각, 그리고 PSA 출신임을 몸소 증명하는 뛰어난 연비에 이르기까지 여러모로 자기만의 매력으로 가득한 크로스오버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만의 색깔이 강하다는 것은 시장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푸조 5008은 가족을 위한 크로스오버 SUV의 덕목을 지키면서도 푸조식 해치백의 날렵한 주행감각을 모두 누릴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프렌치 크로스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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