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전동화(Electrification)'라고 할 수 있다. 전동화는 순수 전기로만 구동하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에 전기모터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까지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에는 이 전동화라는 개념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5년 폭스바겐 그룹으로부터 촉발된 디젤게이트 사건, 그리고 이를 전후하여 날로 대두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문제 등으로 인하여 세계 각국(특히 EU)의 자동차의 배출가스 규제가 가혹할 정도로 강화되면서 전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내연기관을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는 배출가스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각 제조사에 할당되어 있는 배출가스 쿼터를 단 1g도 차지하지 않아, 다른 내연기관 자동차에 배분할 배출가스 쿼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21세기 '자동차의 미래'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전기차. 그렇다면 세계 최초의 전기차는 언제 만들어졌을까? 놀랍게도, 세계 최초의 전기차가 등장한 것은 무려 19세기의 일이다. 심지어 세계 최초의 가솔린 엔진 자동차로 꼽히는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바겐(Benz Patent-Motorwagen)이 등장하기도 전에 나타났다. 자동차 역사의 초창기에 등장한 전기차들을 살펴본다.
세계 최초의 전기차 - 구스타브 트루베의 삼륜차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전기차는 1881년, 프랑스의 발명가 구스타프 트루베(Gustave Trouvé, 1839~1902)가 발명한 삼륜 자동차였다. 이 삼륜차는 동년에 즈음하여 등장한 개선된 납축전지와 지멘스의 전기모터를 영국에서 개발된 세발자전거에 접목하여 완성되었다. 이 최초의 전기자동차는 1881 4월, 파리 시내의 발루아 거리를 따라 성공적으로 주행 시험을 마치면서 세계 최초의 전기와 전기모터를 동력원으로 하는 최초의 전기차가 되었다. 이 혁신적인 이동수단을 개발한 구스타프 트루베는 훗날 이러한 추진 방식을 선박에도 결합하여 최초의 선외기(Outboard Motor)도 발명하였고, 전기를 사용하는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여, 레지옹 드 뇌르(Légion d'Honneur) 훈장을 수여 받기도 했다.
세계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 토머스 파커의 전기차
구스타프 트루베의 전기차가 일종의 청사진을 제시한 프로토타입이라면, 이를 처음으로 양산화한 사람은 영국의 토머스 파커(Thomas Parker,1843~1915)였다. 그는 납축전지를 제조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1883년부터는 발전기까지 생산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영국 최초의 노면전차(Tram)에 사용될 발전기와 장비들을 공급하고 있었다. 토머스 파커는 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여 1894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4륜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의 전기택시 - 버시 일렉트릭 캡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1890년대 말, 영국에서는 전기로 구동하는 택시가 만들어져 보급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전기 기술자 월터 버시(Walter C. Bersey, 1847~1950)가 개발한 이 전기 택시는 총용량 170Ah의 납축전지로 8마력의 전기모터를 구동시켜 움직였다. 이 택시는 초기형 전기모터가 내는 독특한 구동음으로 인해 벌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납축전지의 무게가 무려 711kg에 달했으며, 최고 14km/h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 전기 택시는 총 77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발명왕 에디슨도 전기차를 만들었다?
현대적인 필라멘트식 전구를 상용화한 것으로 유명한 토머스 에디슨(Thomas A. Edison, 1847~1931) 역시 전기차를 개발한 적이 있다. 그는 말년에 '자동차 왕' 헨리 포드와 절친한 사이였고, 그가 자동차 회사를 일으키는 데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에디슨은 초기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되고 있었던 그 시절, 자신이 개발한 니켈-철(Ni-Fe) 배터리로 구동하는 전기차를 개발했다. 에디슨의 니켈-철 배터리는 납축전지 대비 에너지 밀도가 더욱 높고, 충전 시간도 한층 짧아, 전기차의 배터리로서 좋은 특성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저온에서 효율 및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