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년 넘는 전기차 역사 한 눈에 보기
상태바
1백년 넘는 전기차 역사 한 눈에 보기
  • 모토야
  • 승인 2021.08.24 1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금의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전기차'를 들 수 있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대두하게 된 것은 2015년 폭스바겐 그룹으로부터 촉발된 디젤게이트 사건과 함께, 지구온난화 문제가 크게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 특히 EU의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는 2020년을 기점으로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되었으며, 이렇게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는 전세계의 자동차 제조사들을 옥죄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너도나도 전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전기차는 배출가스를 단 1mg도 생성하지 않는 자동차이자, 자동차 제조사들의 입장에서 가장 빠르고 손쉬운 수단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1대의 전기차를 팔게 되면, 다른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차지해야 할 배출가스 쿼터를 확보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국내를 비롯해 전세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생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렇듯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들을 밀어내고 '미래의 모빌리티'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각광을 넘어 점점 우리의 현실로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역사는 의외로 가솔린 엔진 자동차보다도 먼저 등장했을 정도로 긴 역사가 있다. 세계 최초의 전기차는 19세기 후반인 1881년에 만들어져, 올 해로 140년에 달하는 역사를 자랑한다. 세계 최초의 전기차로부터 지금까지, 역사에 남은 전기자동차들을 살펴본다.

1. 전기차 역사의 시작(~1910년대)
초기의 전기자동차는 증기기관, 가솔린 엔진 등과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특히 19세기 말~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가솔린 엔진을 비롯한 내연기관의 효율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지 못했다. 이 시기만 해도, 자동차의 동력원으로 증기기관이 상당히 널리 사용되고 있었던 시절이었고, 제대로 된 가솔린 엔진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전기차의 경우에도 오늘날과 같은 브러시리스 모터가 아닌, 고전적인 브러시드 모터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효율이 썩 좋지는 못했지만, 가솔린 엔진에 비하면 동력성능 면에서 밀릴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 시기만 해도, 전기자동차는 상당히 각광을 받고 있었다.

세계 최초의 전기차 - 귀스타브 트루베의 삼륜 전기 자동차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전기차는 1881년, 프랑스의 발명가 귀스타브 트루베(Gustave Trouvé, 1839~1902)가 발명한 삼륜 자동차였다. 이 삼륜차는 동년에 즈음하여 등장한 개선된 납축전지와 지멘스의 전기모터를 영국에서 개발된 세발자전거에 접목하여 완성되었다. 이 최초의 전기자동차는 1881 4월, 파리 시내의 발루아 거리를 따라 성공적으로 주행 시험을 마치면서 세계 최초의 전기와 전기모터를 동력원으로 하는 최초의 전기차가 되었다. 이 혁신적인 이동수단을 개발한 구스타프 트루베는 훗날 이러한 추진 방식을 선박에도 결합하여 최초의 선외기(Outboard Motor)도 발명하였고, 전기를 사용하는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여, 레지옹 드 뇌르(Légion d'Honneur) 훈장을 수여 받기도 했다.

세계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 토머스 파커의 전기차
구스타프 트루베의 전기차가 일종의 청사진을 제시한 프로토타입이라면, 이를 처음으로 양산화한 사람은 영국의 토머스 파커(Thomas Parker,1843~1915)였다. 그는 납축전지를 제조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1883년부터는 발전기까지 생산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영국 최초의 노면전차(Tram)에 사용될 발전기와 장비들을 공급하고 있었다. 토머스 파커는 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여 1894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4륜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최초의 '레인지 익스텐더'? - 로너 포르쉐
오늘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Range Extender)로 불리는 '레인지 익스텐더'는 과거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일종으로 분류되었다. 과거에 '직렬식 하이브리드'로 구분되었던 이 방식은 디젤-전기기관차에서 사용되는 방식과 같이, 내연기관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구동은 전기모터가 단독으로 담당한다. 그리고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문턱에 있었던 1900년, 독일의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che)와 오스트리아의 야콥 로너(Jacob Lohner)가 공동 개발한 '로너-포르쉐 믹스테-바겐(Lohner-Porsche Mixte-Wagen, 이하 로너 포르쉐)'이다. 이 차는 내연기관을 발전기로 사용하여 축전지에 전력을 공급하고, 이 전력을 이용해 네개의 바퀴에 인-휠 타입으로 내장된 브러쉬 모터를 구동하는 상시 4륜구동 방식의 혁신적인 자동차였다. 이 차는 1905년까지 약 300대가 넘게 만들어져 판매되었다.

2. 암흑기(1920~1950년대)
이 시기에 다다르게 되면, 전기자동차는 더 이상 시장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게 된다. 무겁디 무거운 납 축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자동차는 이 시기를 전후하여 급격하게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1920년대에 오늘날 국제 유가의 지표로 꼽히는 미국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est Texas Intermediate, WTI)'가 본격적으로 채굴되기 시작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세계 시장에는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휘발유가 대량으로 공급되기 시작했고, 헨리 포드의 '모델 T'가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가솔린 엔진 자동차를 중추로 하는 모터리제이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전기차는 시장에서 빠르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20년대가 지난 이후, 전기차는 한동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3. 다시금 조명 받기 시작하다(1960~1990년대)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전기차는 조금씩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배출가스로 인한 '공해'가 문제시되기 시작하면서 '더러운'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깨끗한' 자동차를 찾는 목소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를 전후해서 전기차에 대한 연구가 다시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고, 일부 제조사에서는 양산형 전기차를 내놓아 민간에 판매도 하는 등, 하나둘씩 전기차의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EV1보다 빠르게 등장한 양산형 전기차 - 피아트 판다 엘레트라
이탈리아 최대의 자동차 제조사 피아트는 전통적으로 내실이 탄탄한 소형 승용차로 유명했다. 그 중에서도 피아트 124와 판다(Panda)는 저렴하고 튼튼하고 실용적인 웰-메이드 소형차의 표본으로 통한다. 그리고 1990년, 이 판다를 기반으로 하는 자사 최초의 순수 전기차, 판다 엘레트라(FIAT Panda Elettra)를 내놓는다. 후술할  GM의 ‘EV1’보다도 훨씬 먼저 시장에 등장한 이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저출력의 모터를 사용했고, 일반적인 납축전지를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또한 내연기관 자동차를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 중에서는 굉장히 빠른 시기에 개발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판다의 기본구조가 워낙에 단순했기에, 전기차로의 변환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 차는 일반형 모델 3대분에 맞먹는 가격으로 인해 대중화에는 실패했지만, 당시로서는 선진적인 시도로 통했다.

비운의 전기차 - GM EV1
미국 제너럴모터스(이하 GM)가 개발한 이 전기차는 세계에서 최초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생산된 전기차라는 의의가 있다. 이 차는 1990년 美 캘리포니아 주에서 '무공해' 차량의 생산 및 판매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 차는 경량의 알루미늄 합금 섀시를 사용하는 2도어 쿠페형 자동차로 만들어졌다. 모터는 AC 모터를 사용했고, 배터리는 초기에는 납축전지를 사용했으나, 이후 생산분에서는 한층 효율이 뛰어난 니켈-수소 배터리를 사용했다. 이 차는 1996년도부터 캘리포니아 주의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리스 형식을 빌어 판매가 이루어졌는데, 소비자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이후의 모든 상황은 EV1에게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워낙 제조원가가 높아 이익이 적었던 데다, 전기차의 시대가 오는 것을 막으려 했던 미국 정유업계의 로비, 그리고 무공해 자동차 생산 의무화에 반발한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연합하여 소송을 벌이는 등, 모든 상황이 EV1에 안 좋게 흘러갔다. 그리고 결국 1999년도까지만 생산되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이 차량을 임대한 소비자들로부터 전량 회수 및 폐차되었다. 이 차의 기구한 스토리는 2006년작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는가(Who Killed the Electric Car?)'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도 조명되면서 이 차를 소재로 한 노래까지 만들어졌다. 유명 밴드 자우림의 곡 'EV1'이 그것이다.

4. 날개를 펴다(2000~2010년대) 
전기차에 대한 연구는 21세기 들어 한층 활발해졌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었음은 물론, 유가 상승과 경제 위기 등이 겹치면서 세계 각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이용하는 자동차를 개발할 필요를 절감하고 있었다.

전기차의 대중화에 앞장서다 - 닛산 리프
일본 닛산자동차(이하 닛산)의 리프(Leaf)는 1990년대부터 닛산이 진행하고 있었던 '전기차 프로젝트'의 산물이자, 세계 최초로 전세계적인 상업적 흥행을 거둔 전기차 모델로 평가 받는다. 당시의 전기차들은 주로 도심에서의 이용을 전제로 A세그먼트급 이하의 작은 차체를 주로 사용하는 데 반해, 리프는 일반적인 C세그먼트급 해치백에 준하는 차체와 넉넉한 실내 공간을 지니고 있다. 이 덕분에 성인 5명이 충분히 승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실용성 면에서도 우수함을 입증하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는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2세대 리프가 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이 차량은 국내에서도 1세대 모델과 2세대 모델이 모두 판매가 되었으나, 한국닛산이 철수하면서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이 차량과 설계기반을 공유하는 르노 조에(Zoe)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