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만의 현대차 경차... 경차 시장의 활력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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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만의 현대차 경차... 경차 시장의 활력소 될까?
  • 모토야
  • 승인 2021.09.0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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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오늘(1일), 신개발 초소형 크로스오버 모델, '캐스퍼'의 외관 이미지를 공개했다. 현대차는 "캐스퍼는 실용성 및 안전성, 개성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여 기존에 없던 새로운 차급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모델"이라고 소개한다.

현대자동차 캐스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차체 크기와 엔진이다. 캐스퍼의 길이는 3,595mm, 폭은 1,595mm, 그리고 높이는 1,575mm다. 엔진은 1.0리터 MPI 엔진과 1.0 T-GDI 엔진의 두 가지를 사용한다. 이는 길이 3,600mm 미만, 폭 1,600mm 미만, 높이 2,000mm 미만, 그리고 배기량 1,000cc 미만으로 규정되어 있는 현행의 대한민국의 경차 규격을 완전히 충족하는 것이다. 즉, '경(輕)형 크로스오버 SUV'가 되는 것이며, 2002년 단종된 아토스(ATOZ) 이래, 근 20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 신형 경차 모델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경차 시장은 축소 일로에 놓여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경차 시장이 한 번의 중흥기를 거치고 2008년 경차 규격의 변화로 인해 또 한 번 도약을 맞은 이후, 경차는 시장에서 서서히 홀대받기 시작했다. 특히 2012년도 이래, 국내 경차의 신차 등록 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2년도까지만 해도 15.7%의 점유율을 보였던 2020년도에는 고작 6.7%에 불과한 수준으로 떨어져, 사실 상 '몰락'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경차 시장의 경쟁구도도 사실 상 무너진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서 생산되고 있는 경차는 기아 모닝과 레이, 그리고 쉐보레 스파크의 단 3종뿐인데, 그 중에서도 쉐보레 스파크는 올해를 끝으로 단종을 맞는다. 게다가 스파크를 생산했던 창원 공장은 완전히 다른 글로벌 신차 생산을 위한 도장공장으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후속 차종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 캐스퍼의 등장은 장기적인 침체로 몰락 직전까지 내몰리 경차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북돋워 줄 모델로 주목되고 있다. 경차는 비록 통상의 소형차나 준중형급 차종 대비 공간이나 성능 면에서 크게 불리하지만, 일반 차량에 비해 유지비가 낮아,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 초년생이나 세컨드카로 꾸준한 수요가 있으며, 중고차 시장에서도 대접이 좋기 때문에 적게나마 항상 수요가 존재한다.

여기에 현재의 경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 역시 캐스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소다. 현재 경차 시장에서 가장 최신 차종으리고 할 수 있는 모델은 2017년 출시된 기아 모닝이다. 쉐보레 스파크는 2015년에 최초 출시된 모델이며, 박스형 경차인 레이는 2011년 첫 출시된 모델이다.

물론 세 차종 모두 근래에 페이스리프트를 한 번씩 거친 모델이기는 하다. 그러나 쉐보레 스파크는 이미 최초 출시 후 5년이 넘은 모델이고 레이는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은 노후모델이다. 그나마 데뷔 4년차를 맞은 3세대 모닝이 그나마 '젊은 피'이기는 하지만, 현대-기아의 대략적인 모델 체인지 주기가 5~6년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그리 '신선한' 상품은 아니다. 이러한 노장들이 아직도 현역으로 버티고 있는 경차 시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인 현대 캐스퍼가 등장한다는 것은 신선한 바람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캐스퍼가 매력적인 이유는 또 있다. 그 동안 일본제 경차에서나 나타날 법했던 'SUV' 스타일의 경차라는 점이다. 그 동안 국내의 경차 시장은 제조단가를 낮출 수 있는 '해치백' 스타일의 경차들이 주류였다. 경차 왕국으로 통하는 일본에서도 경차 시장의 주력은 단연, 제조단가와 획득단가가 낮은 해치백형 경차가 주류다. 그러나 일본 시장의 경우에는 경차 시장의 규모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다양한 스타일의 경차들이 일찍부터 등장한 바 있다. 따라서 그 동안 국내에 없었던 SUV 스타일의 경차인 캐스퍼는 시장에서 충분히 주목을 끌 만 하다.

물론 현대 캐스퍼가 국내 경차 시장에서 '주류'로 올라설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열쇠는 가격이다. 캐스퍼는 현재 외관만 공개된 상태이고, 가격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기아 모닝 보다는 확실히 높은 가격대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MPV형 경차를 표방하는 레이가 모닝 대비 훨씬 높은 가격임에 비춰보면, 캐스퍼 역시 레이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대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작은 체급일수록 가격대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모닝을 뛰어 넘는 판매량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대한민국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작은 차를 홀대하는' 정서도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렇듯 현재 침체되어 있는 경차 시장의 환경과 일부 변수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현대차가 근 20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경SUV 캐스퍼는 적어도 10년 이상 침체가 이어져 왔던 경차 시장을 향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캐스퍼가 과연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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