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은... 통한다? - 포르쉐 911 GT3 &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서킷 체험기
상태바
극과 극은... 통한다? - 포르쉐 911 GT3 &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서킷 체험기
  • 모토야
  • 승인 2021.10.27 1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르쉐코리아가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포르쉐 GT 미디어 트랙 익스피리언스’를 개최했다. 이번 시승행사에서는 세대 포르쉐 911 기반의 첫 번째 GT 모델 '신형 911 GT3‘을 비롯해, '718 카이맨 GT4', '카이엔 터보 GT' 등 강력한 레이싱 DNA를 반영한 GT 라인을 국내 출시 전에 미리 만나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시승행사는 포르쉐 스포츠카 DNA와 모터스포츠에서 입증된 '인텔리전트 퍼포먼스'와 '포르쉐 E-퍼포먼스'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기대된다. 그 중에서도 이번 시승기에서는 911 GT3와 타이칸 터보 S의 서킷 체험기를 다룬다.

포르쉐 911 GT3의 외관은 현행의 911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기존 991 시절의 GT3보다 차체가 한층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특유의 드넓은 후륜 트레드로 인해 가뜩이나 커진 덩치가 더욱 커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GT3만의 고유한 디테일들이 더해져, 한 눈에 보기에도 일반 도로보다는 트랙이 훨씬 어울리는 모양새를 지니고 있다.

911 GT3는 일반형에 해당하는 카레라 모델 대비  한층 큰 트레드와 차폭을 갖는다. 여기에 카본파이버로 이루어진 하단의 전용 에어로 파츠와 후방의 거대한 리어 윙은 이 차가 흔한 스포츠카가 아닌, 레이스를 상정하고 제작된 차량임을 분명히 한다. 휠 또한 전용의 알로이휠을 사용하며, 사양에 따라 포르쉐가 자랑하는 카본 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를 적용할 수도 있다.

911 GT3의 운전석은 경주용 자동차의 타이트한 기분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서킷에서 시승한 모델은 고정형의 카본파이버 시트가 적용되어 몸을 절망 옴짝달싹 못하게 붙들어 매는 느낌이다. 물론, 컴포트시트가 적용되는 모델은 일상에서도 용인할 만한 수준의 착석감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운전석에서 보이는 컴팩트한 스티어링 휠과 포르쉐 특유의 계기반 정중앙에 위치한 회전계, 그리고 겉보기에도 복잡해 보이는 수많은 버튼들은 이 차가 진정으로 달리기만을 위해 태어난 차량임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911 GT3의 시동을 건다. 포르쉐의 자동차들은 그들의 전통에 따라 시동 버튼이 스티어링 휠 왼쪽에 위치한다. 시동을 걸고 나니, 강렬한 음색의 시동음이 귀를 콕 하고 찌른다. 그리고 이내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서킷에 진입하고 웜업으로 1랩을 돌 때까지는 노멀-스포츠 모드로 주행을 진행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예상 외로 공격적이지 않은 스로틀 감각과 적당히 묵직한 핸들링 감각 덕분에 편안하게 차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킷에 진입하여 주행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전환하면, 숨겨왔던 본성이 드러난다. 여기에 가변배기 시스템까지 작동된 상태에서 인제 스피디움의 메인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풀 스로틀로 가속을 전개하니, 정말이지 시원스럽고 짜릿한 사운드가 차내를 휘감는다. 8,000rpm을 넘나드는 고회전 자연흡기 복서 엔진의 원초적인 쾌감이 온 몸을 짜릿하게 자극해 온다. 터보엔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이 쾌감으로 인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면 핸들링은 또 어떠한가. 포르쉐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911의 RR(후방엔진-후륜구동계)를 반 세기 넘게 깎고 다듬어 오면서 완성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명장'들이다. 오늘날 포르쉐 911은 '핸들링'에 있어서만큼은 전세계 모든 스포츠카 제조사들의 '귀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선사하는데, 더욱이 그게 원메이크 레이스를 상정하고 제작된 GT3라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수준이다. 정말이지 운전자가 언제든 차를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을 만큼의 정교한 동작을 선보인다. 

하지만 911 GT3는 오직 주인의 명령에 순종하기만 하는 온혈마가 절대 아니다. 물론 기수의 사소한 실수나 리듬 차이는 충분히 감내해 주기는 하지만, 기수가 뭔가 큰 잘못을 하는 순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등에서 떨어뜨려버릴 녀석이다. 아무리 다양한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포르쉐 스타일 RR 구동계의 특성을 잘 아는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아야 100% 그 능력을 발휘해 줄 차다. 즉, 경험이 부족한 자들에게는 다루기 까다로운 주행 특성을 가졌다. 

하지만 승부욕으로 인해 무리해서 차를 제어하려 들 필요는 없다. 서킷 주행의 정석대로만 조종해 줘도 놀라울 만치 빠른 속도로 코너를 요리해대는 모습을 직관할 수 있는 덕분이다. 주행을 하면 할수록 "이게 되네!" 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는 순간들이 심심찮게 나왔을 정도였다. 포르쉐 911의 전통적인 캐릭터를 날 것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차가 바로 이 GT3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스티어링 휠을 감는 순간순간마다, 그리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기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특별한 경험이다. 주행하는 내내 운전자와 자동차가 볼트로 체결된 듯한, 완벽에 가까운 일체감을 제공하는 GT3는 참으로 스포츠카의 '본질'을 일깨워 주는 차였다.

이토록 짜릿한 GT3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만나게 된 차는, 포르쉐 최초의 양산 전기차 모델인 타이칸, 그 중에서도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타이칸 터보 S'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S는 무려 761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하는 포르쉐 최강의 양산차종 중 하나다. 0-100km/h 가속을 단 2.8초에 끝내는 괴물같은 추진력과 더불어 배터리를 비롯한 전기구동계의 소형화 및 경량화에도 힘써, 현재 시판되는 전기차 모델들 가운데 가장 높은 출력밀도를 갖는 차종이기도 하다.

타이칸의 외관은 준대형급의 4도어 쿠페, 혹은 동사의 대형 패스트백 모델인 파나메라와도 유사한 정도의 덩치를 가졌다. 하지만 전고는 상당히 낮고, 보닛의 높이 또한 덩달아 낮고, 여기에 바닥을 끌어 안을 듯이 낮게 깔린 지상고 덕에 스포츠 쿠페 다운 면모가 한층 강조된다. 실내는 의외로 공간이 부족하지 않다. 실내 레이아웃의 대부분은 파나메라와 유사하지만 극단적인 수평기조와 더불어 단순화를 꾀한 인테리어 덕분에 미래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시트 또한 고급 세단의 것과 같이 상당히 편안하면서도, 스포츠카의 버킷 시트처럼 탑승자의 신체를 탄탄하게 붙잡아 준다.

타이칸 터보 S는 전기차다. 그러다 보니 일반 모드에서는 여느 전기차와 다를 바 없이, 차내는 고요하다. 그저 타이어 구르는 소리와 미약한 전자기음 정도만이 살살 귓전을 간지럽힐 뿐이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신체를 잘 지지해주는 시트와 절묘한 설정의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 또한, 여느 고급 세단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서킷에 진입하여 웜업을 마치고 주행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변경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마치 SF 영화나 게임 등에 등장하는 우주선, 혹은 전기 레이싱카의 그것을 방불케 하는 오묘한 매력의 고주파 사운드가 차내의 스피커를 통해 또렷하게 들려오는 한 편, 차량의 성격 또한 굉장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 사운드와 더불어, 동력 전달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전기모터의 특성이 가감없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상태에서는 말 그대로 '밟는 순간 튀어나가는' 엄청난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다. 911 GT3와 같이, 고성능 내연기관을 탑재한 스포츠카의 엔진이 전해주는 소음이나 진동에서 오는 긴장감은 없다. 차내는 정말이지 너무 조용한데 속도는 무서운 기세로 치솟으니 이건 이것대로 간담이 서늘하다.

인제 서킷의 메인 스트레이트에서 온 몸의 털이 바짝 곤두서게 하는 무시무시한 가속을 체험하고 나서 만나는 첫 번째 코너에 진입하면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눌러밟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빠르게 속도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하중이 이동하는 순간을 캐치하고 부드럽게 스티어링 휠을 감아 코너에 진입하자, 놀라울 정도의 안정성을 과시하며 코너의 가장 안쪽 부분을 거침없이 파고든다.

타이칸은 체급으로 따지자면 준대형급의 4도어 쿠페에 해당하는 차종이다. 그런데 인제서킷에 산재한 코너 곳곳에서 마치 그보다 한 체급 더 작은 스포츠세단의 영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체감이 상당히 높은 스티어링 시스템과 더불어, 전기차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 그리고 포르쉐만이 빚을 수 있는 세상 탄탄한 섀시에 이르기까지, 스포츠 감각으로 충만한 차의 면모를 실시간으로 경험하게 된다. 덩치도 제법 큰 편이고,몸무게도 상당한 편이지만, 적어도 서킷에서 주행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차의 크기와 무게를 체감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탄탄하고 정교하게, 그리고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타이칸 터보 S는 앞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코너와 블라인드 힐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실로 거침없이 내달린다. 첫 맛은 정교한 전자기기지만, 뒷 맛은 여느 스포츠카 못지 않은 포르쉐 타이칸 터보 S를 인제 서킷에서 경험한 것은 실로 특별한 경험으로 남는다.

이번 시승행사는 그야말로 정통 스포츠카의 '극'과 전기차의 '극'을 모두 경험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서킷에서 경험하게 된 포르쉐의 911 GT3와 타이칸 터보 S는 그 태생과 방향성이 서로 양 극단에 서 있는 모델들이다. 하지만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있다. 이 두 차는 달리고, 돌고, 서는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의 본질에 누구보다도 충실하다. 자동차의 본질적 가치를 극한까지 끌어올림으로써 실로 원초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 두 차 모두 나무랄 데 없는 수작들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사의 모든 차종을 '스포츠카'라고 주장하는 포르쉐의 자신감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