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코리아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AMG 스피드웨이에서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2(Porsche World Road Show 2022)를 개최했다. 이번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2의 미디어 세션에서는 포르쉐의 다양한 차량을 AMG 스피드웨이의 트랙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는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Taycan)의 슈팅브레이크 버전인 타이칸 터보 S 크로스 투리스모(Taycan Turbo S Cross Turismo)의 트랙 체험을 다룬다.
이번에 트랙에서 경험하게 된 차량은 그 중에서도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타이칸 터보 S 크로스 투리스모'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크로스 투리스모는 타이칸 터보 S과 동일한, 761마력(오버부스트 사용시)의 최고출력과 107.1kg.m의 최대토크를 자랑하는 전기 구동계를 사용한다. 0-100km/h 가속은 타이칸 터보 S 대비 불과 0.1초 차이인 단 2.9초에 끝낼 수 있으며, 타이칸 터보 S와 마찬가지로, 고도의 소형화 기술이 집약되어 현재 시판되는 전기차 모델들 가운데 가장 높은 출력밀도를 갖는 차종이기도 하다.
포르쉐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4도어 쿠페 형태에 가까운 타이칸에 보다 넉넉한 여유공간을 더해 실용성을 높인 '왜건', 내지는 '슈팅브레이크'에 가까운 모델이다. 또한 세계 최초로 등장한 왜건형 전기차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왜건의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길쭉한 형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매끈한 실루엣이 인상적인 타이칸에 비해 뒤쪽이 부풀려진 형태를 갖는다. 따라서 세단/쿠페형인 타이칸에 비해 조금 더 덩치가 크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뒤쪽이 크게 확대된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뒤쪽의 길이는 타이칸과 크게 다르지 않아, 테라스 해치백에 가까운 외형을 하고 있다.
실내는 의외로 공간이 부족하지 않았던 타이칸의 공간을 더 늘려놓은 차량인만큼 더욱 여유가 있다. 특히 뒷좌석의 헤드룸이 더욱 여유가 생겨서 패밀리카로서도 설득력 있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트렁크 용적은 기본 405리터이며, 뒷좌석을 접으면 1,171리터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또한, 전면부에 위치하는 프렁크(Frunk)는 총 84리터의 용적을 제공한다.
인테리어의 대부분은 타이칸과 마찬가지로, 파나메라와 유사하지만 극단적인 수평기조와 더불어 단순화를 꾀한 인테리어 덕분에 미래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시트 또한 고급 세단의 것과 같이 상당히 편안하면서도, 탑승자의 신체를 탄탄하게 붙잡아 준다. 확실히 스포츠카의 버킷시트다운 감각이다.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기본적으로 전기차이기 때문에, 별달리 설정에 손을 대지 않는다면, 고요한 차내 분위기를 유지한다. 그저 타이어 구르는 소리와 미약한 전자기음 정도만이 살살 귓전을 간지럽힐 뿐이다. 또한 서킷에서만 주행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단단하면서도 몸을 피곤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승차감을 지니고 있다. 전반적으로 단단한 차체구조와 무게중심이 휠베이스 안쪽 하부에 몰려 있는 전기차 특유의 안정감, 그리고 절묘한 설정의 서스펜션 덕분이라고 본다.
서킷에 진입하기 전,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고 코스에 오른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고 서킷에 오르자, 타이칸 때 경험했었던 미래적이고 기계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는 구동음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든다. 그리고 차량의 성격 또한 굉장히 달라져서 스포츠카같은 감각이 손목과 허리로 전달된다.
이 독특하고도 기계적인 사운드와 더불어, 동력 전달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전기모터의 특성으로, 고성능 전기차 특유의, 오직 '0'과 '1'만이 존재하는 엄청난 가속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폭발적으로 돌진해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속도계의 숫자 역시 무서운 기세로 솟구치고 있음에도, 차량 자체는 일체의 요동 없이 안정감을 유지하기 때문에 기묘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4도어 버전의 타이칸에 비해 더 무거움에도 순발력의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심지어 통상의 전기차와는 달리 변속기도 존재하기에 톱스피드도 상당히 높다.
브레이크 성능 역시 발군이다. 타이트하게 감겨 돌아가는 코너를 앞에 두고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조작하자, 재빠르게 속도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하중이 이동하는 순간을 캐치하고 부드럽게 스티어링 휠을 감는 순간, 4도어 버전의 타이칸과 한 점의 차이도 없는, 뛰어난 안정감으로 코너의 안쪽을 민첩하게 파고든다. 준대형 에스테이트급의 차체를 지녀, 움직임이 서툴 것이라는 지레짐작을 하는 이들에게는 예상 외의 반전매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킷 주행을 하면 할수록 스포츠카다운 감각들이 살아 있다. 코너 곳곳에서 마치 그보다 한 체급 더 작은 스포츠세단의 영민함을 느낄 수 있다. 일체감이 상당히 높은 스티어링 시스템과 더불어, 전기차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 그리고 포르쉐만이 빚을 수 있는 탄탄한 섀시 등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타이칸 터보 S 크로스 투리스모는 태생이 배터리 기반의 전기차(BEV)다. 타이칸 터보 S 크로스 투리스모의 공차중량은 2,320kg에 달하는데, 이는 체급 상으로 동급에 해당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들에 비해 훨씬 무거운 것이다. 이 때문에 제동쪽에 가해지는 부담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계속되는 서킷 주행에도 타이칸 터보 S 크로스 투리스모는 좋은 상태를 유지했다. 이러한 점 역시, 타이칸 터보 S 크로스 투리스모가 스포츠카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에서는 타이칸 터보 S 크로스 투리스모 외에도 그 보다 한단계 낮은 '타이칸 터보 크로스 투리스모' 또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타이칸 터보 크로스 투리스모는 터보 S에 비해 80마력 가량 낮은 680마력(오버부스트 사용 시)의 최고출력에 86.7kg.m의 최대토크를 자랑하며, 0-100km/h 가속 시간은 3.3초에 불과하다.
타이칸 터보 크로스 투리스모는 터보 S에 비하면 확실히 등급의 차이를 느낄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쪽도 막상 체감하게 되면 만만치 않은 성능에 놀라게 된다. 오버부스트 사용 시 600마력을 넘나드는 강력한 최고출력과 80kg.m이 넘는 최대토크가 2톤이 넘는 몸집을 가뿐하게 밀어주며, 고성능 전기차만의 퍼포먼스를 경험하는 데 있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이쪽도 운전대를 잡고 있는 내내, 포르쉐의 혈통임을 직감할 수 있는 정교한 주행성능을 선사한다.
이번에 경험하게 된 포르쉐의 타이칸 터보 S 크로스 투리스모는 특별한 경험을 안겨준 차다. 물론 전기차로서 최대의 상품가치라고 할 수 있는 최대주행거리가 274km에 불과하다는 점은 뼈 아픈 부분이라고 본다. 하지만 적어도 트랙에서만큼은 확실히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의 진면목을 느끼게 해 줄 만큼, 스포츠 모델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기에, 향후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