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만의 언어로 완성된 전기차 - 렉서스 UX300e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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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만의 언어로 완성된 전기차 - 렉서스 UX300e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22.06.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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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코리아가 렉서스 브랜드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UX300e를 국내에 선보임과 더불어,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국내에서 전기차 인프라가 가장 잘 다져진 지역인 제주도에서 진행된 본 행사는 제주시와 서구포시 일대를 아우르는 왕복 150여 km의 코스로 진행되었으며, 같은 날 출시한 차세대 중형 크로스오버인 'NX'의 시승행사도 함께 진행되었다. 이번 시승기에서는 렉서스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UX300e를 먼저 다룬다. VAT 포함 가격은 5,490만원

하이브리드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디자인
UX300e는 하이브리드 버전의 UX250h 모델과 비교했을 때, 차이점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특유의 날카로운 인상부터 후미의 핀타입 테일램프, 날렵한 형태를 강조한 차체 형상까지 내연기관 혹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는 일반형 UX와 거의 모든 것이 동일하다. 

하지만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하이브리드 레터링이 있었던 자리를 대신해 자리한, 순수 전기차임을 나타내는 일렉트릭(Electric) 레터링이고, 다른 하나는 전용으로 설계된 17인치 알로이 휠이다.

이 휠은 '에어로 벤틸레이팅 휠'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이 휠은 특유의 형상 덕분에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것은 물론, 주행 중 하부의 신설계 언더커버와 더불어, 공기저항을 줄이고 공기의 흐름을 최적화하여 주행거리의 하락을 막고, 성능의 향상에도 기여한다.

인테리어 또한 하이브리드 버전의 UX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100% 순수 전기차인 만큼, 몇 가지 다른 점이 존재한다. 전기차를 위해 몇 가지를 변경한 계기반과 전용 시프트레버가 그것이다. 계기반은 기존 UX의 계기반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잔여 주행 가능거리 및 회생 제동력 표시기 등, 전기차의 운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이질감 없이 전달한다. 또한 시프트레버의 경우, 럭셔리 쿠페 LC의 것과 동일한 전자식 변속 레버를 사용한다.

여기에 UX300e의 경우에는 하이브리드 차종인 UX250h 대비 더욱 늘어난 트렁크 용량을 갖는다.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 버전의 UX는 트렁크룸 하부에 시동용 배터리 등의 구성요소가 위치했다. 그 때문에 얼마 전 단종된 동사의 CT를 연상케 할 정도로 높은 트렁크 바닥을 가져, 크로스오버 차종으로서 상당히 부족한 수준의 적재공간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UX300e의 경우, 이러한 구성요소가 모조리 사라진 덕분에, 한층 낮게 설계된 트렁크룸 바닥을 통해 더욱 넉넉해진 303리터의 적재용량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충실한 동력원, 준비된 설계기반
렉서스 브랜드의 첫 순수 전기차 UX300e는 203마력의 최고출력과 30.5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4KM'형 모터를 사용한다. 이는 하이브리드 버전인 UX250h와 비슷한 수준의 최고출력이다. 그러나 UX250h의 전기모터는 엄연히 '보조동력'이고, UX300e의 전기모터는 '유일한 동력원'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토크는 훨씬 더 높은 것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팩은 총용량 54.4kWh이며, DC 급속충전(50kW, 최대 125A) 기준으로 75% 충전에 50분, 완충에는 8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AC 완속충전(200V, 16A) 기준으로 완충에 약 14시간이 소요된다. 배터리 팩에는 효율적인 사용을 위한 전용 냉각 시스템은 물론, 과충전 방지 시스템이 모두 내장되어 있다.

또한 렉서스 UX는 토요타 그룹의 글로벌 아키텍처(GA)계열의 GA-C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TNGA는 2011년도경에 개발이 시작되어 2015년도부터 본격 도입하기 시작한 설계개념으로, 처음부터 하이브리드와 같은 '부분적인 전동화'부터 전기차와 같이, '완전한 전동화'까지 모두 고려해 개발되었다. 즉,  '준비된 설계기반'인 것이다. UX가 기반을 두고 있는 GA-C는  최신형의 토요타 야리스, 코롤라, 아쿠아(프리우스C) 등이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작은 체급에 '렉서스다움'을 오롯이 담아내다
전기차는 대부분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에서 소음과 진동을 유발하는 제1 원인인 내연기관에 비해 현저히 적은 소음과 진동을 내는 전기 모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차의 정숙성은 동력원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아닌, 그동안 내연기관의 소음 및 진동에 묻혀있었던 온갖 크고작은 소음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스리고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봐야 한다. 그리고 내연기관의 빈 자리를 꿰어 찬 각종 전자장치들에서 발생하는 백색소음들도 정숙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간혹 전기차에서만 발생하는 이 특유의 소음 때문에 위화감을 느껴, 전기차는 고사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마저 꺼리는 이들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전기차를 개발하는 제조사에서는 이러한 점들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렉서스 UX300e는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소음들을 실로 철저하게 다스리고 있다. 각종 전자장치에서 발생하는 백색소음이나 배터리팩 냉각용 팬 소음도 잘 억제되어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엔진의 소음과 진동에 파묻혀 있었던 소음들마저 철저하게 차단시켜두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소형 크로스오버 사이즈의 작은 체급에서 빈틈없이 구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했었던 소형급의 전기차들 가운데 단연 최고의 정숙성과 쾌적함을 경험할 수 있다. 렉서스는 가장 작은 체급의 전기차에서 렉서스다운 정숙성을 구현하기 위해 소음이 유입될 수 있는 차내 곳곳을 튼실한 방음재로 마감하는 한 편, 배터리 팩 자체를 하나의 방음재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소음저감 어쿠스틱 글라스를 전면 도어 창에 채용한 것도 모자라,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 기능까지 적용했다고 한다.

승차감 역시 인상적이다. 통상의 소형급 전기차들의 경우에는 배터리팩으로 인해 무거워진 중량을 감당하기 위해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고 이 때문에 안정감은 있을지언정, 유연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UX300e는 다르다. 물론 동형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UX250h AWD 모델과 비교해도 170kg이나 더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버전의 UX250h와 다를 바 없는 유연하고도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현대적인 전기차들의 구조적 특징(휠베이스 안쪽에 가장 무거운 배터리팩이 탑재되어 무게중심을 잡은 구조)으로 인해 하이브리드 모델 대비 안정감이 추가로 더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 전기 모터의 힘을 최대로 끌어내는 순간, 이제까지의 전기차에서 느낄 수 없었던 '익숙하고도 자연스러운' 느낌에 놀라게 된다. 특히, 회전수의 상승에 따라 부드럽게 동력을 전개하는 렉서스의 내연기관 자동차들에게서 나타나는 것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전기차는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전기모터의 특성에 따라, 동력의 전개에 있어서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굉장히 다른 느낌을 준다. 통상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들은 회전수의 상승에 따라 대체로 완만한 언덕을 그리고 하강하는 곡선을 띄고, 과급(터보, 수퍼차저)엔진의 경우에는 특정한 회전수부터 일정하게 토크가 유지되는 곡선을 갖는다. 반면 전기차는 구동의 시작부터 최대토크가 발생하고 이후 반비례 그래프처럼 급격히 하강하는 토크 곡선을 가진다. 전기차의 체감 초기 응답성이 뛰어난 이유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에 익숙한 운전자에게는 자칫 '위화감'을 들게 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초장부터 차가 갑자기 튀어나가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일 때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성질 급하기로는 세계에서 톱클래스인 데다, 정체가 극심한 도심에서 주행하는 경우가 많은 대한민국의 운전자들에게는 이러한 특징이 오히려 가점요소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 뛰어난 초기 응답성으로 인해 "차가 잘 나간다"라는 느낌을 주기 좋고, 교통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해 줄 수 있는 순발력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렉서스의 이름을 걸고 태어난 첫 전기차는 이러한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초장부터 튀어나가는 모습이 아닌, 가속페달 조작량에 따라 부드럽게 동력이 전개되느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본바탕이 전기차이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급하게 내리 밟으면 그만큼 확실하게 동력을 전개해 준다. 하지만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 상술한 위화감을 느끼게 만들 만한 상황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렉서스측에서 신차가 나올 때마다 항시 강조하는 "리니어(Linear)한 동력 전개" 특성을 높은 완성도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리니어한 느낌이란, 운전자의 의도, 즉 가속페달 조작량에 따라 1부터 10까지 일정하게 동력이 상승하는 느낌을 말한다. 이는 '동력의 전개'라는 측면에서 렉서스가 생산하고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특성이다.

그런데 이렇게 내연기관 자동차에 가까운 부드러운 가속 특성을 얻기 위해서는 고도의 동력제어가 필요하다. 구동 시작지점에 몰려 있는 전기 모터의 토크 전개 특성을 체감상으로는 최대한 느낄 수 없도록 억제하면서 전기차의 순발력은 순발력 대로 챙기고 있는 이 설정이 참으로 절묘하게 느껴진다. 이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어 오면서 축적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자사 내연기관 자동차들에서 나타나고 있었던 '렉서스다운' 특성들을 전기차에 높은 완성도로 구현했다는 점은 UX300e를 시승하면서 가장 인상깊게 남는다.

핸들링의 측면에서도 렉서스만의 자연스러운 느낌이 살아 있다. UX300e를 위해 별도로 개량한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을 적용해 몸집에 비해 묵직한 몸을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물론 하이브리드 버전에 비해 확실히 무거운 느낌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둔하다는 느낌을 안겨주는 일은 없다. 오히려 스티어링 휠을 감을 때마다 머리가 확실하게 움직여주는 느낌과 더불어, 후륜의 추종성도 뛰어나 자신감 있게 차를 조종할 수 있다. 이 덕분에 한라산 자락의 좁고 구불구불한 산악도로에서도 진중하고도 영민하게 몸을 비틀며 즐거운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차를 운전하면서 이토록 자연스러운 질감을 느끼게 해 준 차가 도 있을까 싶다.

장점만큼이나 분명한 단점들
물론 렉서스 UX300e는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는데,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아무래도 환경부 공식인증 기준으로 233km에 불과한 최대주행거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렉서스 UX300e는 지난 2020년 하반기 일본서 발표됐을 당시, WLTC 기준으로 367km의 최대주행거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환경부 기준으로는 233km(상온)로, WLTC 기준 대비 134km나 수직하강한 값이 나온 것이다.

반면 이 날 시승행사에서 UX300e는 완충 후 총연장 150km 이상의 코스를 주행했다. 여기에서는 일상적인 운행은 물론, 테스트를 위한 급가속 등의 과부하, 그리고 도심지 내 정체구간도 통과하는 등의 영역까지 고루 거쳤는데, 이 과정에서 시승에 동원된 대부분의 차량의 배터리 잔량이 50%, 혹은 그를 아주 약간 못 미치는 정도로 남아 있었으며, 1회 완충에 일상적인 주행환경에서 대략 300km 내외의 거리를 여유롭게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달리 생각해 보면 이 차도 일부 수입 전기차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환경부식 주행거리 인증 절차의 피해자라고도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단점이 있다면 충전방식에 있다. 일본산 전기차들과 같이, 차데모(CHAdeMO) 방식만 사용한다는 것도 국내 시장에서는 큰 단점으로 꼽힌다. 국내는 DC콤보가 표준규격인데, 굳이 차데모 규격으로 가져왔다는 점은 지적받을 만한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렉서스코리아는 UX300e의 정식 출시 이전에 국내의 충전기 제조사인 대영채비와 협력하여 전국 렉서스 네트워크에 전용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이에 어느정도 대비를 하기는 했다.

그러나 차데모 규격의 공용 충전기가 명백히 비주류인 국내 사정을 감안했을 때, 적어도 어댑터 정도는 마련해주었으면 한다. 나머지 단점은 패널에 비해 상당히 작은 중앙 디스플레이를 들 수 있겠다. 차량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주행질감이 최우선이라면 실로 매력적인 전기차
렉서스 UX300e는 근래 경험했던 전기차 중 가장 잘 만들어진 느낌을 준 차다. 특히, 동력을 전개하는 감각에 있어서, 고도로 정교한 동력제어와 자사 내연기관 자동차들의 감각을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게 재현해낸 것이 실로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주행을 하면 할수록, 렉서스 브랜드의 이름을 건 전기차를 만들어내기 위해 렉서스의 개발진과 테스트 드라이버들의 고심을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국내 시장 기준으로는 위와 같이 뼈 아픈 단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UX300e는 비슷한 체급의 다른 전기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과 쾌적함을 안겨주며, 이미 그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인상을 남겼다. 따라서 주행질감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거나, 전기차를 구매하고는 싶지만 전기차의 특성들에 거부감이 느끼는 운전자라면, 렉서스 UX300e를 경험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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