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산 외모에 국내산 내부, 베어풋 카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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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산 외모에 국내산 내부, 베어풋 카라반
  • 모토야
  • 승인 2022.07.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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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게 접할 수 있는 카라반은 대체로 경사가 진 형태의 전면부와 네모반듯한 상자 형태의 측/후면부의 형태를 띄게 된다. 이러한 형태를 갖게 되는 이유는 고정되어 있는 '구조물'이 아닌, 엄연히 도로로 이동해야 하는 '차량'인 만큼, 크기 면에서 제약이 따르고, 그 한정된 틀 안에서 최대한의 공간을 창출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부 공간은 거주 편의성 증대를 위해 편의시설의 확충으로 연결되며, 이는 카라반의 상품성에 직결되는 사항이기에, 오늘도 전 세계의 RV 제조사들은 공간의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반면, 이는 어디까지나 업계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대형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기조일 뿐이다. 중소규모의 제조사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주류와는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는 제작사들도 많다. 이번에 소개할 영국의 '베어풋 카라반(Barefoot Caravans)' 역시 자신만의 길을 추구하는 제작사 중 하나다.

 

베어풋 카라반은 달걀 모양을 띈, 일체형의 차체와 아기자기한 내부 분위기, 그리고 캠핑에 필요한 것들을 쏙쏙 골라 알차게 갖춘 구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카라반이다. 이 카라반은 이미 지난 2017년에 본지의 기사를 통해 국내에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5년 후인 2022년, 이 베어풋 카라반이 대한민국의 BNV카라반(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청남로 1095-10, 문의 0507-1423-4118)을 통해 정식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베어풋 카라반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특유의 달걀이 누워있는 모양을 한 외관을 1순위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누운 달걀과 같은 형상은 도로 위를 이동해야 하는 차량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꼽힌다. '공기저항의 감소'와 '가용 공간의 확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양립할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2000년에 아우디가 내놓은 A2가 대표적인 사례로, 경유 1리터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압도적인 연비와 동급 최대수준의 실내공간을 양립한 바 있다.

 

전체 5,200mm, 차체 3,560mm, 높이 2,360mm의 아담한 크기로 만들어진 베어풋 카라반은 유럽식 카라반 기준으로 대략 350급에 해당한다. 차체는 가스탱크 수납부로 사용되는 전방 수납함과 도어 몇 개를 제외하면 완전한 일체형의 FRP 구조로 짜여져 있다. 베어풋 카라반의 이러한 구조는 여러가지 장점을 갖는다. 서로 접합되어 있는 방식이 아닌, 처음부터 완전히 일체화된 차체로 구성되어 있는 덕분에 FRP의 가장 큰 장점인 '중량 대비 우수한 강성'과 '가벼운 무게'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베어풋 카라반의 차체는 이미 염색이 완료된 파이버글라스를 이용해 제작되기 때문에 별도의 도색작업도 가해지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베어풋 카라반의 독특한 외형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특징은 또 있다. 바로 FRP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표면처리다. 국내서 제작되는 캠핑카의 벙커나 하이루프 등 RV용 FRP 구조물들은 표면처리가 고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해 베어풋 카라반의 외형은 사출성형을 방불케하는 표면처리 및 마감을 자랑한다. 앞서 언급한 제작방식과 더불어 차체 완성 후 표면을 정교하게 연마하고 코팅하는 공정을 거치는 덕분이다. 필연적으로 제작에 손이 많이 갈 수 밖에 없는 방식이지만 이 덕분에 디자인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특유의 외형을 더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외장 색상은 대체로 파스텔톤의 색상이 마련되며, BNV카라반에서는 총 4종의 외장색상을 제공한다.

 

특유의 동글동글한 외관에 어울리는 디테일들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후미등을 비롯한 모든 등화류는 타원형을 취하고 있으며, 각각의 등화는 항공기의 센서 및 등화류를 연상케 하는 돌출 형태를 띄고 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차체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곡선형의 손잡이와 곡면을 이루는 전후면 창, 그리고 측면의 이중 패널 디자인으로 둥근 외형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보조제동등 설치가 필수인 국내 관련법상, LED 보조제동등을 후면창 내부에 설치해 기준을 만족시켰다.

 

여기까지는 영국 현지에서 생산/판매되는 베어풋 카라반과 동일하다. 하지만 인테리어의 경우에는 영국 현지의 것과는 다르다. BNV카라반이 국내서 판매하는 베어풋 카라반은 인테리어를 국내에서 직접 제작 및 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특유의 차체 구조로 인해 기본적인 평면 구성은 동일하지만 인테리어의 마감 품질과 색상 선정 등은 영국 현지의 모델 대비 오히려 더 우수하다고 본다. 심지어 영국 본사에서도 놀라움을 표했다고 할 정도니, 인테리어의 품질에 대해서는 마감 품질에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테리어를 굳이 국내에서 작업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완제품으로 도입시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가격 상승을 막고, 국내 시장에 요구에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BNV카라반 이정미 대표이사는 "만약 베어풋 카라반을 완제품의 형태로 직도입을 하게 되면 절대 지금의 가격을 실현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인테리어를 국내에서 진행한 덕분에 품질 향상 및 상품성 강화는 물론, 영국 현지와 동일한 수준의 가격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전시된 차량의 경우에는 국내 RV 시장에서 선호되고 있는 화사한 화이트 원 톤으로 마감되어 영국 현지 모델 대비 한층 화사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색상 선정 덕분에, 태생적으로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베어풋 카라반의 내부를 시각적으로 더욱 넓어 보이도록 만들어준다. 여기에 차내의 3면에 위치한 대형의 창으로 뛰어난 개방감을 실현한다. 내부 평면 구성은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유효활용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전방에 거실과 침실을 겸하는 공간을 두고, 그 뒤로 주방과 화장실을 둔 구조다.

 

거실의 소파는 성인 5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을 갖는다. 또한, 좌측 소파의 착좌부 일부가 파여져 있는 영국 현지모델과는 달리, 좌우가 동일한 크기의 착좌부를 가져, 모든 인원이 최적의 거주성과 편의성을 누릴 수 있다.

 

소파는 현재 네 개의 패턴과 색상이 적용된 옵션이 있어, 나에게 적합한 색상을 선택하면 된다. 만약 다른 색상의 소파를 원할 경우에는 BNV 카라반 측에 문의하면 소비자의 감성에 적합한 색상의 소파를 적용할 수 있다.

 

거실의 상부는 개방형의 수납장이 마련되어 있어, 잡다한 물건들을 보관하기 좋다. 또한 좌측 소파의 하단에는 전기실을 겸한 추가 수납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공간을 활용해 짐을 넣어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편의시설의 증설에도 활용할 수 있다.

 

소파를 변환하여 침대로 만드는 과정 또한 영국 현지 모델 대비 더욱 간단하다. 좌우 소파의 착좌부 밑으로 설치된 날개형 확장 베드를 꺼내 연계하고 그 위로 등받이만 두면 간단하게 침대로 사용할 수 있다.

 

침대로 변환했을 때에는 최대길이 185cm, 폭 180cm의 침대가 완성된다. 성인 2명과 어린이 1명이 함께 취침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크기를 가지며, 부부 혹은 커플이 사용한다면 가정과 같은 넉넉한 침대 공간을 누릴 수 있다. 매트리스 역시 국내서 제작되며, 물성이 우수한 폼을 사용해 누웠을 때의 질감이 우수하다.

 

주방 또한 영국 현지의 사양과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영국 사양은 2구 가스레인지 일체형의 싱크보울 및 수전을 사용하는 반면, BNV카라반 사양은 1구 인덕션과 독립형 싱크보울 및 수전,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LP가스의 사용에 유달리 거부감을 드러내는 국내 시장의 요구에 맞춘 것이다. 냉장고 역시 영국 현지와는 다르게, 국내 시장에서 선호되는 도메틱(Dometic)社의 45L DC제품이 적용되며, 전자레인지 또한 클라쎄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인덕션의 좌측에는 인입식 220V 소켓이 마련되어 편의성을 높였다.

 

화장실의 경우에는 영국 현지의 것과 거의 같은 사양이며, 탬버도어를 이용해 출입한다. 화장실의 바닥은 욕조처럼 깊숙하게 파여 있는 구조가 특징적인데, 이는 샤워를 할 때, 천장에 머리가 닿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곡선 구조의 고유의 형상으로 인해 머리쪽 공간이 좁은 것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용변을 보는 경우에는 별도의 발판을 이용하여 높이를 맞춰 사용하는 방식이다. 수전은 샤워기 겸용이며, 코너 세면대를 마련하고 있다.

 

화장실 탬버도어의 오른편에는 옷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한정된 공간을 유효하게 활용하면서도 편의성까지 확실하게 챙기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옷장의 하단에는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국내 문화에 맞게, 신발장까지 마련하고 있다.

 

설비 또한 국내 시장의 선호에 맞춘 구성이 특징이다. 난방은 트루마 콤비 4e 온수 보일러/히터를 이용하며, 청수통은 별도로 내장되지 않으나, 별도의 외장형 청수통을 이용해 직수 방식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배터리는 역시 총 300Ah 용량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적용하며, 영국 현지 사양에는 없는 에어컨도 적용된다. 베어풋 카라반에 적용되는 에어컨은 전력소모가 적은 제품으로, 300Ah 배터리 팩으로 약 8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서 선호하는 바닥난방 시스템까지 적용된다. 여기에 천정의 환기창을 제거하는 사양을 별도로 제시하고 있는데, 천정의 환기창을 제거하게 되면, 제한 높이 2.3m의 지하주차장에 출입이 가능해진다. 환기창을 설치한 모델의 높이는 2.35m이다.

 

상품에 있어서 '현지화(Localisation)'는 실로 중요한 요소다. 원산지에서는 선호되지만 현지에서는 선호되지 않거나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가 존재한다면, 그 상품의 시장 진입에 있어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사람의 몸이 직접 닿고, 아예 그 안에서 숙식까지 해결해야 하는 RV라면, 이러한 현지화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BNV카라반이 베어풋 카라반에 가한 현지화는 아주 성공적이라고 본다. 베어풋 카라반의 매력 포인트인 감각적인 외관 디자인과 가볍고 탄탄한 구조 등의 장점은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영국과는 주거 및 캠핑 문화가 다른 한국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구성을 취함으로써 장점을 극대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닝 레일를 이용해 사용할 수 있는 타프도 BNV 카라반의 이정미 대표이사가 직접 개발해 감성 캠핑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성능을 발휘한다. 이 타프는 본사인 영국의 베어풋 사에서도 수입해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격 역시, 영국 현지와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베어풋 카라반의 영국 내 판매 가격은 32,500파운드(한화 약 5,063만원)인데, BNV카라반에서 판매하는 베어풋 카라반은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5,300만원이다. 현지 가격은 옵션으로 제공하는 요소들이 많아, 실 구매가는 더욱 높아지는 데 반해, BNV카라반의 베어풋 카라반은 대부분의 편의사양을 기본으로 제공한다는 차이가 있다. 독특한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국내에서 선호되는 요소들로 알맹이를 꽉꽉 채운 베어풋 카라반은 근래에 경험한 카라반 중 가장 인상 깊은 모델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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