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의 개척자, 람보르기니 미우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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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의 개척자, 람보르기니 미우라 이야기
  • 모토야
  • 승인 2022.08.0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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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제조사 페라리(Ferarri S.p.A)는 알파 로메오 출신의 레이서, 엔초 페라리(Enzo Ferrari)가 설립한 F1 레이싱 팀,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의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로 시작했으며, 지금도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지탱하는 힘줄로 기능하고 있다. 페라리는 경주용 자동차에 사용된 기술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능과 고급스러움을 겸비한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 GT)모델들을 시작으로 다양한 스포츠카를 제작해 왔다.

그리고 이와 오랫동안 대척점에 서 있있던 또 다른 스포츠카 제조사가 있으니, 그곳이 바로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Automobili Lamborghini, 이하 람보르기니)다. 창업주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Ferruccio Lamborghini)는 오랫동안 기계공학을 공부해 왔던 그는 2차대전 이후 농업용 트랙터 제조사를 세워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이자, 자동차와 스피드를 사랑하는 지중해 상남자였다. 그가 람보르기니를 세운 이유가 '타도 페라리'라는 것은 이미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람보르기니가 타도 페라리를 부르짖게 된 것은 페루치오가 소유하고 있었던 한 대의 페라리로부터 비롯되었다. 페루치오는 자신이 구입한 페라리 250GT SWB의 클러치에 결함을 발견했다. 기계공학에 정통한 그는 이 결함을 엔초 페라리에게 알리고, 이를 함께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페라리 본사가 위치한 모데나를 방문했으나, 그에게 돌아 온 것은 '문전박대'와 "트랙터나 만들던 사람이 차에 대해 뭘 알겠느냐"는 조롱이었다. 그는 한 사람의 공학자로서 이러한 모욕을 참을 수 없었고, 그 때문에 "페라리보다 더 빠른 차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회사를 세운 것이다.

'타도 페라리'를 목표로 설립된 람보르기니는 처음에는 슈퍼카가 아닌, 페라리의 전공인 GT로 상대하려고 했다. 이는 페루치오의 GT 선호와 더불어 페라리의 주 종목으로 직접 대결하고자 했던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신생 제조사였던 람보르기니의 차는 페라리에 비해 눈에 덜 띄일 수 밖에 없었다. 한편, 람보르기니 공장의 한 구석에서는 매일 밤마다 소수의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비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이들이 만들고 있었던 것은 오직 극상의 성능만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순수 스포츠카 'P400'이었다. 

엔지니어들이 P400 몰래 개발했던 것은 이 차가 페루치오의 개인적인 선호에 맞지 않아, 정식으로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페루치오에게 이 차를 보여주자, 그는 이 차에 '미우라(Miura)'라는 이름을 직접 지어주기까지 하는 등, 대단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오직 극강의 성능을 뽐내는 미우라 회사의 이름을 알리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페라리를 이긴다'는 회사의 모토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는 미우라를 내놓으면서 이전까지 없었던 영역인 '슈퍼카'라는 영역을 개척했다. 그리고 그동안 GT와 스포츠카를 제작하고 있었던 페라리와의 성능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며, 마침내 "페라리보다 더 빠른 차를 만든다"는 창업의 목표를 성취했다. 그리고 미우라는 오늘날까지 투우 소의 이름을 빌려 쓰고, 리어미드십 V12 엔진을 장착하는 등, 람보르기니 플래그십 슈퍼카의 전통을 세운 모델이 된다.

지금까지도 미우라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탁월한 엔진 성능이다. 미우라는 배기량 4.0리터와 60도의 뱅크각을 갖는 V12 엔진은 P400, P400S, P400SV 모델에서 각각 최대 출력 350마력, 370마력, 385마력을 내는 4개의 40 IDL 3L 웨버 컨뷰레이터를 탑재했다. 이러한 성능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라는 타이틀을 가져가기에 충분했다.

미우라는 출시 직후부터 영화 감독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가 되었다. 미우라는 총 43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종종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렇게 람보르기니는 성능으로 페라리를 이긴 미우라를 통해,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슈퍼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며, 1980~1990년대 수많은 스포츠카 제조사들이 사라지고 있었던 가운데서도 끝끝내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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