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까? - 쌍용자동차 토레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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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까? - 쌍용자동차 토레스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22.09.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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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SUV의 원조집이라 할 수 있는 쌍용자동차의 역사는 굴곡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중형 SUV에 있어서는 그 굴곡이 실로 극과 극을 오갔다. 쌍용자동차는 1988년 국내 최초로 승용차량의 편의성과 세련미, 그리고 전통적인 SUV의 기능성을 양립한 현대적인 유틸리티 자동차인 코란도 훼미리(Forando Family)를 선보인 바 있으며, 1993년에는 국내에 없었던 고급 플래그십 SUV인 무쏘를 내놓으며 크게 도약했다. 심지어 무쏘는 2001년 새로운 최고급 SUV 렉스턴이 등장했음에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 덕분에 이후 쌍용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형 SUV로 오랫동안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2005년 출시된 카이런(Kyron)은 자체개발 엔진 적용 등, 여러 기술적 진보가 있었음에도 허술한 디자인과 완성도로 인해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채 2011년 쓸쓸히 단종을 맞게 되었고, 그 이후로 10여년 간 쌍용의 중형 SUV 자리는 공석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2022년, 쌍용자동차가 새로운 '중형' SUV를 내놓았다. 그 차가 바로 토레스(Torres, 프로젝트명 J100)다. 쌍용 토레스는 출시 전 스케치 공개 당시부터 큰 화제가 된 바 있으며, 출시 직전 선공개 당시에는 스케치에 담긴 거의 그대로의 모습으로 양산화되는 것이 알려지고 사전계약 당시 가격 및 사양도 경쟁차종에 비해 합리적인 구성을 제시함으로써 사전계약 첫날만 무려 12,383대를 기록, 6월 말에는 27,000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쌍용자동차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기자는 이전에 시승행사를 통해 쌍용 토레스를 시승한 바 있고, 시승기 또한 작성한 바 있으나, 이번 시간에는 토레스를 다시금 만나보면서 시승행사 당시에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까지 하나하나 들여다 보고자 한다.

이번에 시승한 토레스는 상위 트림인 T7(3,020만원, VAT 포함, 개소세 3.5%기준)에 사륜구동(200만원), 무릎에어백(20만원), 딥컨트롤패키지(100만원), 사이드스텝(45만원), 사이드스토리지박스(30 만원), 하이디럭스 패키지(170만원), 투톤 익스테리어패키지(40만원) 등의 옵션을 적용한 차량으로, 합산 가격은 3,625만원(VAT 포함)이다.

쌍용 토레스는 외관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쌍용차의 새로운 디자인 비전 및 철학인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Powered by Toughness)’를 바탕으로 디자인한 첫 작품에 해당하는 토레스는 정통파 SUV의 디자인 요소들을 보다 현대적이면서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선이 굵고 투박하며, 곳곳에 각이 살아 있는 과감한 시도가 실로 돋보인다. 이러한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던 원천으로는 토레스의 신차출시 현장에서 밝힌 "새롭게, 쌍용차 답게"라는 비전과 더불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전면부에서는 거화 시절부터 만들어 왔던 카이저(Kaiser Jeep)社 CJ(Civilian Jeep, 민수용 지프) 기반의 코란도와 뉴 코란도, 그리고 무쏘의 얼굴들이 시시각각으로 스쳐 지나간다. 또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도드라지는 세로 기둥과 뒤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루프 형상은 1993년을 전후해 등장한 코란도 훼미리의 후기형 모델을 문득 떠올리게 한다. 쌍용자동차의 '좋았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모델들의 단편적인 요소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새로운 얼굴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쌍용자동차의 디자인 팀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반면 측면을 바라보게 되면, 이 차가 뼛속까지 정통 오프로더가 아닌, 전륜구동 기반의 도심형 크로스오버 SUV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차는 현행 코란도의 섀시를 바탕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렇다고 토레스의 과감함이 숨겨지지는 않는다. 그 화려함 만큼은 여느 정통 오프로더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곧게 뻗은 어깨선과 반듯하면서도 우람한 볼륨감을 가진 전후 펜더 및 캐릭터 라인, 그리고 두터운 C필러로 단단한 느낌을 잘 살리고 있으며, 커스터마이징으로 적용 가능한 C필러 수납함도 눈에 띈다. 또한 루프와 차체 외판이 서로 분리되어 있어, 투톤 색상을 적용 가능하다. 이러한 모습들은 랜드로버 디펜더나 토요타 FJ 크루저 등, 해외의 유명한 오프로더 모델들에게서 모티브를 얻어온 것 같기도 하다.

뒷모습에서는 테일게이트 중앙부의 두툼한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는 스페어타이어를 테일게이트 뒤편에 거치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서 살린 것으로, 그 옆으로 붙어 있는 테일게이트 손잡이 역시 그와 같은 맥락으로 디자인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저 부분에 별도의 수납공간은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손잡이 또한 풀 타입 핸들이 아닌, 안쪽에 버튼이 내장된 형태다. 이러한 형태 또한 감성적인 면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쌍용 토레스의 제원 상 길이x폭x높이는 각각 4,700x1,890x1,720mm다. 그런데 이 수치는 쌍용자동차가 지목한 경쟁차종 중에서 현대자동차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보다는 작다는 느낌을 준다. 싼타페의 길이x폭x높이는 4,785x1,900x1,685mm이고, 쏘렌토는 4,810x1,900x1,695mm로, 길이 면에서 85~110mm 정도, 폭에서 10mm의 차이를 갖는다. 한편 또 다른 경쟁차종인 르노코리아의 QM6에 비하면 더욱 큰 몸집을 가지고 있다. 반면 휠베이스의 경우에는 2,680mm로, 싼타페의 2,765mm나 쏘렌토의 2,815mm에 비해 확실히 짧다. 심지어 저 2,680mm는 코란도와 동일한 수치이며, 투싼/스포티지의 2,755mm보다도 짧다. 이는 현행 코란도의 섀시를 바탕으로 개발되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점에 따라서는 이 차의 실질적인 경쟁상대를 싼타페 및 쏘렌토가 아닌, 투싼 및 스포티지로 보는 견해도 있다.

외관 디자인에서 받았던 놀라움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외관은 언제든지 대자연으로 뛰어 들 것만 같은 정통파 오프로더의 상남자스러운 모습인 반면, 실내는 실로 현대적이면서도 고급감까지 고려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로로 쭉 뻗은 대시보드와 상단에 돌출되어 있는 대형의 디스플레이, 브라운/블랙 투톤 가죽으로 마감된 인테리어는 토레스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SUV라기 보다는 승용 세단에 훨씬 가까운 모습이다. 심지어 센터페시아 둘레에는 비상등을 제외하면 물리 버튼이 하나도 없이 깔끔한 모습이다.

스티어링 휠은 상당히 큰 편이다. 림 하부는 물론 상부까지 D-컷 처리가 되어 있어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에는 계기반 설정, 크루즈컨트롤, 안전장비 조작부 등, 다양한 기능 버튼들이 몰려 있는데, 다행히 이쪽에는 터치 패널을 적용하지 않고 모두 물리버튼으로 처리했으며, 조작도 어렵지 않다. 변속 장치는 전통적인 플로어체인지 레버식을 사용한다. 그리고 송풍구 하단에는 풀 LCD 터치스크린으로 되어 있는 공조장치 및 기능 조작부가 자리하는데, 여타의 유사한 방식 대비, 반응속도도 빠르고 터치 인식도 정확하여 나쁘지 않은 사용성을 제공한다. 적어도 중앙 디스플레이에 구겨넣는 방식보다는 몇 배는 사용하기 편한 구조다. 단, 열선/통풍 기능을 작동하는 데 있어서 중간과정이 있다는 소소한 아쉬움이 있다.

좌석은 최근의 쌍용자동차 모델들답게 전반적으로 탄탄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시트의 경도는 단단한 편이지만 장시간 주행했을 때 배기거나 하지는 않는, 우수한 착좌감을 경험할 수 있다. 시승차인 T7 트림을 기준으로 앞좌석은 8-way 전동조절 기능과 더불어 열선 및 통풍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 또한 통상적으로 통풍 기능이 상위트림에만 적용되는 타사 차종과는 달리, 하위 트림인 T5에도 앞좌석 열선 및 통풍 기능만큼은 기본으로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토레스의 뒷좌석은 가족을 위한 SUV로서 훌륭한 공간을 제공한다. 레그룸도 만족스럽지만, 무엇보다도 헤드룸이 아주 넉넉하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는 특유의 C필러까지 상승하는 루프형상의 적용, 그리고 루프 안쪽의 공간을 잘 활용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체격이 큰 성인 남성에게도 여유로운 거주성을 제공한다. 여기에 기본으로 적용된 리클라이닝 기능을 활용한다면 거주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리클라이닝의 조절 폭이 다소 작다는 점은 아쉽지만, 기본적으로 등받이 각도 자체가 적당히 누워 있는 편이기에 충분히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703리터, 선반 제거 시 839리터의 용량을 제공하며,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662리터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 넉넉한 적재공간 덕분에 토레스는 짐이 많아지는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을 더욱 여유롭게 만들어줄 수 있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여유로운 헤드룸 덕분에 차박을 할 때에도 동급 대비 한결 여유로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토레스는 그동안 디젤 엔진 라인업을 주역으로 삼아 왔던 쌍용자동차의 양산차들 가운데 가솔린 파워트레인을 본격적으로 전면에 내세운 모델이다. 이 차량에 탑재되는 파워트레인은 티볼리, 코란도 등에 사용된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아이신의 3세대 6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전륜구동계 혹은 전륜구동 기반의 상시사륜구동이 적용된다. 이번에 시승한 토레스는 상시사륜구동이 적용된 모델이다. 토레스에 탑재된 가솔린 엔진은 티볼리를 시작으로, 뷰티풀 코란도 등에 적용된 바 있는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단, 토레스에 적용된 엔진은 코란도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엔진으로, 170마력/5,000~5,500rpm의 최고출력과 28.6kg.m/1,500~4,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쌍용 토레스는 지금까지 기자가 시승했던 쌍용자동차들 가운데 가장 정숙한 차다. 특히 가솔린 엔진을 채용하고, 체급도 중형급으로 올라가면서 더욱 충실한 N.V.H 대책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파워트레인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상당히 적은 편이며, 외부소음 차단에도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다. 여기에 승차감 또한 패밀리카로서의 이용에 초점을 맞춘, 부드러운 성향의 승차감을 가지며, 다소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주변 시야확보도 유리해, 쾌적한 운행환경을 제공한다.

다만 브레이크의 응답성으로 인해 잠시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종종 든다. 이는 티볼리 출시 이전의 쌍용자동차들에서 나타났었던 반응과 유사하다. 일반적인 승용차량들보다 더 빨리, 더 깊게 밟아야 비로소 제동력이 발휘되는, 꽤나 늦은 응답성을 보인다. 밟는 순간부터 거의 즉답에 가깝게 반응하는 통상적인 승용차량의 브레이크 응답성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적응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속력은 중형급 크로스오버로서 전혀 부족하지 않다. 힘이 아주 넘쳐나지도 않지만, 결코 부족하지 않다. 다운사이징 개념이 접목된 1.5리터급의 터보 엔진은 중형 체급에 걸맞은 동력을 제공하며, 흐름이 빠른 구간에 진입하거나 추월 가속을 하는 데 있어서도 충분한 순발력을 제공한다.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는 동력성능이며, 추월가속시에도 의외로 똘똘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고속 주행 중에는 공기와 별로 친하지 않은 차체 형상 때문인지, 풍절음도 약간 난다는 점 외에는 딱히 지적할 만한 부분이 없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성능을 보여준다.

단, 조종성능에 있어서는 전형적인 도심형 크로스오버서의 한계가 명확하다. 오늘날에는 도심형 크로스오버 차종들이 전통적인 승용 세단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기에, 감성적인 측면에서 세단에 준하는 안정감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대체적인 추세인데 반해, 굉장히 전통적인 방법론을 고수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주행질감은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조금 갈릴 수 있을 만한 부분이라고 본다. 이렇게 전형적인 SUV다운 반응과 주행질감은 한편으로는 지극히 쌍용차다운 색깔로서 비춰지기도 한다.

쌍용 토레스에는 쌍용자동차의 능동안전장비 패키지가 모두 적용 가능하다. 먼저,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기준으로 선행차량과의 거리유지가 가능한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IACC(Intelligent Adaptive Cruise Control)을 시작으로, 차로이탈 방지장치(LKAS), 긴급제동보조, 사각지대 경고 및 충돌 방지 장치, 후측방 교행 및 충돌 방지 보조 기능, 안전하차 경고 기능 등, 다양한 장비들이 적용되어 있다. 특히 차로이탈 방지장치의 경우, 타이어가 차선에 접촉할 정도로 이탈이 확실시되는 지점부터 경고 및 개입하는 타사 시스템들과는 달리, 훨씬 선제적으로 개입해서 방향을 잡아주는 느낌이다. 

연비의 경우에는 공인연비와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공인연비는 시승한 사륜구동 모델을 기준으로 도심 9.3km/l, 고속도로 11.4km/l, 복합 10.2km/l로, 코란도에 비해 아주 약간 낮은 수준이다. 실제 주행을 하며 기록한 구간 별 평균 연비는 도심 8km/l대, 고속도로 12km/l대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중형급의 SUV로서 대체로 무난한 수준이라고 보여진다.

쌍용자동차 토레스가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또 다른 이유로는 바로 '가성비'를 꼽을 수 있다. 표면 상으로의 경쟁상대인 현대자동차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 그리고 르노코리아의 QM6 등에 비해 낮은 시작가를 가지고 있음은 물론, 실질적인 경쟁상대인 현대자동차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상품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는 주문이 밀려들면서 6개월까지 늘기는 했으나, 초기 출고 대기 기간이 3개월 내외로, 거의 1년씩 밀리고 있는 투싼 및 스포티지에 비해 훨씬 빨랐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쌍용자동차의 토레스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디자인과 도심형 크로스오버로서 무난한 완성도, 나름대로 알찬 상품 구성을 합리적인 가격에 담아 낸 매력적인 차다. 일단 디자인부터 경쟁차종과 확실하게 차별화를 이루고 있고 여러 한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한 중형급 SUV의 가치에 충실하게 구성한 패키징을 선보이며 'SUV 전문제조사'의 이름값은 확실히 하는 완성도, 그리고 상품이라는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등, 쌍용자동차가 사활을 걸고 작심하고 만든 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력적인 외관과 충실한 상품구성, 그리고 전반적으로 모나지 않은 성격을 겸비한 토레스는 '포스트 티볼리' 시대를 여는 차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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