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성숙해진 4도어 쿠페 - 폭스바겐 아테온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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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성숙해진 4도어 쿠페 - 폭스바겐 아테온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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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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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형으로 거듭난 폭스바겐의 4도어 쿠페 아테온을 시승했다. 폭스바겐 아테온은 10여년 전, 4도어 쿠페의 중흥기에 폭스바겐이 내놓았던 ‘CC’의 뒤를 잇는 모델로,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국내 시장에서도 판매가 시작된 바 있다. 그리고 2022년형으로 거듭나면서 마일드한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많은 부분이 변화했다고 한다. 새로워진 폭스바겐 아테온을 직접 시승해 보며 변화한 사항들을 짚어 본다. 이번에 시승한 아테온은 스포츠 패키지에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적용된 R-라인 4모션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6,090만원(개소세 3.5% 적용시 5,981만 7천원)

아테온 R-라인의 외관은 R-라인 전용의 외장 패키지가 적용되어 한층 스포티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일반형의 아테온이 격식 있는 자리에 어울리는 맞춤 정장과 같은 느낌이라면 아테온 R-라인은 보다 캐주얼한 감각의 세미 정장과 같은 느낌에 가깝다. 또한 장식 등 여러 디테일에서 절제된 느낌이 주를 이루는 일반형과 달리 한층 화려한 디테일을 자랑한다. 시승차의 레드 색상 덕분에 더욱 화려해 보이는 느낌도 든다.

전용 외장 사양이 적용된 전면부는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되면서 한층 굵직해진 크롬 스트립과 더불어, 전용의 범퍼로 스포티한 인상을 강조한다. 범퍼는 하단부를 프론트 스포일러처럼 디자인한 것과 함께 라디에이터 그릴의 라인을 따라 양측의 에어인테이크까지 이어지는 블랙 하이글로스 장식으로 강렬한 인상을 만든다. 여기에 페이스리프트 과정에서 적용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이어지는 형상의 주간상시등으로 보다 미래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파사트 CC로부터 출발한, 4도어 쿠페의 '정석'을 제시하는 간결하고 매끄러운 형상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완만하게 깎아낸 패스트백형루프와 C필러 끝까지 이어지는 쿼터글라스, 은연중에 볼륨감을 강조한 스타일링은 쿠페의 역동적인 분위기와 세단의 중후함을 균형 있게 양립하고 있다. 또한, R-라인 전용의 터빈 형상을 취하는 알로이휠과 휀더 장식을 더해 스포티한 멋을 더한다.

뒷모습 역시 R-라인 만의 스포티함이 잘 드러난다. 보다 스포티한 인상을 만들어 주는 스모크 베젤 테일램프와 더불어, 범퍼 하단 양쪽 끝단에 매립형으로 배치된 머플러 팁, 그리고 블랙 하이글로스 도장 처리된 디퓨저 등으로 꾸며진 뒷모습은 스포츠 세단이 부럽지 않은 감각을 전달한다. 테일게이트는 골프와 유사하게, 중앙의 폭스바겐 엠블럼 상단을 살짝 눌러주면 개폐 손잡이가 돌출되는 구조이며, 후방 카메라 역시 이쪽에 수납되어 더욱 깔끔한 외관을 갖는다.

실내는 파사트와 사실 상 동일한 인테리어를 가졌던 기존 모델과 달리, 전용의 인테리어 테마를 갖춰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물론 기본적인 구조와 레이아웃은 현행의 파사트 GT와 아주 다르지는 않지만 적어도 첫 눈에 보았을 때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고 있기에, 확실히 개선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R-라인의 경우에는 전용의 블랙 원 톤 색상과 카본파이버 장식으로 스포티한 느낌을 더 강조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야간에는 대시보드의 라인을 따라 발광하는 LED 무드조명도 설치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은 폭스바겐의 신형 스티어링 휠로 교체되었고, D-컷 처리까지 적용되어 있어 더욱 스포티하고 감각적인 느낌이 특징이다.  그립감도 준수한 편이다. 페달 또한 R-라인 전용의 논슬립 메탈 페달 키트가 적용되어 있어, 보다 직관적인 조작감을 제공한다. 중앙의 디스플레이는 신규 MIB3 디스커버 프로가 적용되면서 9.2"로 크기가 커지고 해상도가 향상되어 더욱 개선된 사용환경을 제공하며, 하단에는 새롭게 적용한 터치식 공조장치 패널 덕분에 더욱 깔끔한 모습을 보여준다. R-라인에 기본으로 적용된 하만/카돈 오디오는 여타 폭스바겐 차종에 비해 한층 우수한 청취환경을 제공한다.

앞좌석은 R-라인 전용의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시트가 적용된다. 착좌감은 단단한 편에 속하지만, 신체가 직접 닿는 부위들의 경도를 절묘하게 설정해서 불편한 느낌은 없다. 시트 포지션 또한 일반적인 세단에 비해 한 단계 낮은 포지션을 취하고 있어, 일체감 높고, 몰입감 있는 운전환경을 제공하는 데 기여한다. 앞좌석은 전동조절기구와 열선 기능이 적용되며, 운전석에는 메모리 기능과 마사지 기능까지 적용된다. 다만 아쉽게도, 통풍기능은 R-라인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프레스티지 모델에만 적용된다고 한다. 그 대신(?) R-라인의 운전석에는 조절식 허벅지 지지대가 적용된다.

뒷좌석은 여전히 4도어 쿠페형 차종 중 가장 만족스러운 구성을 보여준다. 세단인 파사트를 기반으로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시트 포지션도 적정하게 설정되어 우수한 헤드룸을 가져, 성인 남성에게도 충분한 공간을 제공해, 패밀리카로서도 빠지지 않는다. 중형급 세단들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 또한 뒷좌석에는 양쪽에 열선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아테온은 세단의 트렁크리드가 아닌, 패스트백 차량에 적용되는 해치 도어 방식을 사용한다. 이 덕분에 트렁크 리드를 사용하는 것 보다 더욱 넓은 개구부를 갖게 되어,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하다. 트렁크 공간은 충분히 깊은 바닥과 더불어, 내부 공간이 직선형으로 짜여져 있으며, 공간 자체도 상당히 넉넉하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아테온 R-라인은 2022년형으로 거듭나면서 기존 대비 성능이 향상된 EA288 evo 2.0 TDI 디젤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이 엔진은 기존에 사용했던 90마력/3,500~4,000rpm 사양 대비 10마력 향상된 200마력/3,600~4,100rpm의 최고출력을 내며, 최대토크는 기존과 같은 40.8kg.m를 제공하는데, 기존에는 1,900~3,300rpm에서 최대토크가 발생하지만, 새 엔진은 1,750~3,500rpm에서 최대토크가 발생하여 토크 밴드도 조금 더 길어졌다. 변속기는 7단 DSG를 사용하며, 구동방식은 4모션(4Motion)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아테온 R-라인은 같은 계열의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폭스바겐 차종들 대비 더 정숙한 편이다. 아무래도 이 차는 현재의 폭스바겐에게 있어서,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승용 라인업에서 플래그십에 해당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정숙성 측면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폭스바겐의 2리터급 디젤 모델들이 대체로 아쉬운 정숙성을 보인 반면, 아테온 R-라인은 나름대로 충실한 수준의 정숙성을 경험할 수 있다.

승차감은 일반형에 비해 한층 탄탄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 탄탄함은 불편함으로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교묘하게 조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도입분 전 차종에 기본 적용된 어댑티브 섀시 컨트롤(DCC)를 이용해 앉은 자리에서 무려 15단계로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다. 감쇠력을 조절할 때, 체감 상의 변화량이 의외로 확실해서 정통파 세단의 편안함과 스포츠 세단의 단단함을 한 차에서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운전자의 요구에 맞춤설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큰 강점이라고 보며, 개인적으로 아테온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 중 하나다.

가속성능은 여전히 준수하다. 그런데 이전보다는 확실히 더 좋아졌다는 느낌을 준다. 고작 10마력의 출력 상승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경험해 보면 이전과 분명히 달라진 느낌을 준다. 이는 단순히 출력의 상승 뿐만 아니라, 조금 더 길어진 토크밴드를 갖는 엔진과 우수한 효율을 자랑하는 7단 DSG의 협응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판단된다. 제원 상 0-100km/h 가속 시간은 7.4초로, 기존의 7.7초 대비 더 향상되어 있기도 하다. 이전과 한 가지 공통된 점이 있다면, 구동력이 착실하게 바퀴로 전달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조종성능은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한층 건실해진 하체는 물론, 앉은 자리에서 감쇠력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DCC 덕분에, 적당한 환경만 갖춰진다면 꽤나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낮은 포지션과 더불어 운전자를 충실하게 붙잡아 주는 스포츠 시트와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스티어링 시스템, 그리고 발 끝에 착착 감기는 페달 조작감 덕분에 정통파 스포츠 세단에 근접한 질감의 주행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는 경우에는 엔진과 변속기의 응답성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덕분에 더욱 몰입감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낮은 무게중심을 가진 MQB 플랫폼 기반의 탄탄한 기골과 잘 다져진 하체, 그리고 상술한 직관적인 운전환경이 결합된 아테온 R-라인은 산악도로 같은 구간에서도 덩치에 비해 상당히 영민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충실한 기본기에 더욱 든든해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아테온 R-라인은 여느 스포츠 세단이 부럽지 않은 주행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 뿐만 아니라 아테온 R-라인에는 폭스바겐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IQ.드라이브는 반자율 주행 기능을 비롯하여, 차로 이탈 방지 기능, 사각지대 경고 기능, 후측방 교행 감지 기능 등으로 구성되며, 이 외에 360 서라운드 뷰 카메라 등, 다양한 안전장비가 적용된다.

연비 또한 상당히 우수하다. 아테온 R-라인 4모션의 공인 연비는 도심 12.4km/l, 고속도로 16.2km/l, 복합 13.8km/l인데, 이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아주 우수한 연비라고 할 수 있다. 시승 중 기록한 구간별 평균 연비도 공인연비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는데, 도심에서는 교통 상황에 따라 공인연비에서 ±1.0km/l 내외의 평균연비를 기록했으며, 고속도로에서는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해 100~110km/h로 정속주행 시, 공인연비를 상회하는 18.1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이번에 경험하게 된 2022년형의 폭스바겐 아테온 R-라인 4모션은 기존의 아테온에서 느꼈었던 아쉬웠던 점들이 빈틈 없이 채워진 것은 물론, 이미 좋은 인상을 받았던 장점들은 더욱 강화되면서 더욱 만족스러운 차로 거듭났다. 다만 여전히 디젤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걸리기는 한다. 물론, 4륜구동 자동차로서 상당히 우수한 연비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환경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현재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아득히 추월해버린 작금의 실정에서 지금의 파워트레인은 매력도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전보다 한층 성숙해졌음에도, 디젤 파워트레인 단 하나로 인해 선뜻 고르기가 참으로 어려워지는 차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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