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녀석들]혼다 타입 R -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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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녀석들]혼다 타입 R -중편-
  • 박병하
  • 승인 2022.11.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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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의 차별화 전략들 중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바로, 고성능 모델들을 필두로 한 이미지 마케팅이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BMW 'M', 메르세데스-벤츠 'AMG', 아우디 'RS' 등은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고성능 서브 브랜드로 통하고 있다. 이러한 고성능 서브 브랜드는 단순히 판매량만을 늘리기 위한 가지치기용 라인업이 아니다. 고성능 서브 브랜드 소속의 자동차들은, 제조사의 기술력을 비롯한 모든 개발 역량이 총동원되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제조사와 브랜드를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해당 제조사가 가진 전통과 같은 온갖 무형의 가치들이 담겨있어, 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동원할 수 있는 최신예의 기술들을 총동원하여 제작되는 '브랜드의 총아', 고성능 자동차들은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어 소비자들에게 좀 더 강인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목적이다. 이른 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스피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드림카로 불리기도 하며,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이러한 고성능 라인업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게 된다. 모토야 에서는 이러한 특별한 녀석들을 연속 기획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이번에 다루게 될 강력한 브랜드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혼다기연공업(이하 혼다)의 고성능 라인업, '타입 R(Type R)'이다.

지난 기사에서는 혼다 타입 R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았다. NSX 타입 R을 시작으로 다져진 기술과 철학은 오늘날의 혼다 타입 R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타입 R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혼다의 창립 이념인 "기술은 사람을 위해(技術は人のために)"에 점차 가까워져가면서 오늘날에는 일상에서의 편안함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서킷에서도 최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성숙한 고성능차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이번 기사에서는 NSX 타입 R의 이래 지금까지 등장한 12대의 혼다 타입 R 차량들을 둘러본다.

NSX 타입 R(NSX-R, 1992, NA1)
앞선 기사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는 NSX 타입 R은 "쾌적한 F1 경주차"를 메인 컨셉트로 개발된 NSX에서 '쾌적'이라는 요소를 배제하고 오로지 트랙에서의 랩타임 단축과 더욱 직관적인 조종성을 제공하는 순수한 스포츠카로 재탄생한 모델이다. 그리고 탄생과 함께 30년을 이어오고 있는 혼다 타입 R의 역사를 열었다. 일반형 NSX 대비 120kg을 감량한 극한 다이어트와 더불어, 응답성이 더욱 향상된 V6 엔진과 트랙주행에 최적화한 섀시 세팅으로 자동차 애호가들은 물론, 일본 내 많은 아마추어 레이싱 팀들의 사랑을 받았다. 

인테그라 타입 R(1995, DC2/DB8)
혼다 인테그라(Honda Integra)는 본래 혼다의 준중형급 전륜구동 세단 모델이었고, 그 파생형으로 쿠페 모델이 존재했다. 인테그라 타입 R은 3세대 인테그라 쿠페를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인테그라 타입 R은 3세대 인테그라의 페이스리프트에 적용될 요소들을 선적용하여 더욱 깔끔한 디자인을 지녔으며, 전용의 터널형 리어 윙과 타입-R 전용의 경량 알로이 휠이 적용돼 더욱 스포티한 외관을 지녔다. 여기에 혼다 타입 R 개발진의 철학에 입각해 여러 부분에서 집요할 정도로 경량화를 꾀하는 한 편, 차체 강성에 해당하는 곳곳을 보강함으로써 총체적인 성능의 향상을 꾀했다.

여기에 혼다 타입 R 개발진의 성향이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었던 B18C V-TEC DOHC 엔진은 1.8리터의 배기량에 11.1:1에 이르는 고압축비와 고회전 중시 설계로 200마력/8,000rpm의 최고출력과 19.0kg.m/6,2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이 엔진은 숙련공이 수작업으로 엔진 부품을 연마해가며 완성한 엔진으로, 당시 양산차용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으로서는 최고 수준인 배기량 1리터 당 111마력의 고성능을 발휘했다. 여기에 가속 및 핸들링에 유리하도록 기어비를 다소 짧게 설정한 전단 수동변속기를 맞물렸고, 심지어 헬리컬 기어 방식의 차동제한장치(Limited Slip Differential, LSD)까지 채용했다. 이러한 덕분에 인테그라 타입 R은 전륜구동이면서도 후륜구동 쿠페를 긴장하게 만드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시빅 타입 R(1997, EK9)
인테그라 타입 R이 상당한 인기를 끌자, 혼다는 또 다른 타입 R 모델을 발표했는데, 이 차가 바로 최초의 시빅 타입 R(Civic Type R)이다. 초대 시빅 타입 R은 6세대 시빅을 기반으로 초기 타입 R의 성향을 충실히 반영한 '철저한 경량화'와 더불어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과 '강화된 섀시'로 구성되어 있다. 이전에도 시빅에는 고성능 버전인 'Si'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시빅 타입 R은 그 보다 한 차원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시빅 타입 R은 인테그라 타입 R과는 다른, 1.6리터 V-TEC 엔진을 사용했다. 이 엔진은 1.6리터의 배기량으로 185마력을 내는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으로, 강력한 힘과 걸출한 응답성을 지녔다. 그리고 한층 가볍고 단단해진 섀시를 가진 시빅 타입 R은 기존의 전륜구동 소형차의 상식을 뒤집는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빅 타입 R은 지금까지도 타입 R의 명맥을 이어 오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어코드 타입 R(1998)
혼다 타입 R 모델들 가운데에는 놀랍게도, 중형 세단인 어코드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모델은 일반형 어코드 대비 60kg의 경량화와 더불어, 전용으로 튜닝된 2.2리터 V-TEC 엔진을 채용하는 한 편, 인테그라 타입 R에 적용된 것과 유사한 터널형 리어윙과 전용 경량 휠 등, 타입 R의 작법을 그대로 따라서 완성되었다. 이 차는 일반형 어코드 대비 한층 향상된 성능과 주행 경험을 제공했으며, 유럽 시장에서만 한정적으로 판매한 모델이다.

인테그라 타입 R(2001, DC5)
2대 인테그라 타입-R(DC5)은 혼다의 내수용 스페셜티카, 프렐류드와의 통합으로 만들어진 4세대 인테그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01년부터 일본 내수시장을 시작으로 시판이 이루어졌으며, 미국에서는  아큐라(Acura) 브랜드의 RSX(Rally Sportscar  eXperimental)로 판매하였다. 한층 매끄럽고 날렵해진 디자인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선대의 터널형 리어윙과 엔케이(Enkei)제 전용  경량 알로이 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한편 동력 성능은 선대에 비해 한층 향상되었다. 2대 인테그라 타입-R의 엔진은  K20A 엔진으로, 실린더 내경과 행정이 각각 86.0mm로 동일한 '스퀘어 엔진'이었다. 이 엔진은 220마력/8,000rpm의 최고출력과 21.0kg.m/7,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으며, 변속기는 전용의 6단 수동변속기를 사용했다. 여기에, 선대와 같이 헬리컬 기어식 LSD를 채용했다. 또한, 희한하게도, 고성능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일본의 국토 교통성에서 지정한 저배출가스차량 인증제도(低排出ガス車認定制度) 기준을 통과함과 동시에 8~11km/l 가량의  실연비를 보여주는 등의 일면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빠른 전륜구동차"를 논함에 있어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차들 중 하나로 남았다.

시빅 타입 R(2001, EP3)
2대 시빅 -타입 R은 2대 인테그라 타입 R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 "탄환(弾丸) 핫 해치"를 컨셉트로 개발된 2대 시빅 타입 R은 2대 인테그라 타입 R과 공유하는 K20A DOHC i-VTEC 엔진을 사용했다. 단, 성능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는데, 최고출력은 215마력, 최대토크는 20.6kg.m를 냈다. 엔진 자체는 동형이지만, 배기 시스템의 차이로 인해 성능 차이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이 차는 일본이 아닌, 영국에서 생산되었으며, 일본 내수시장용에도 영국 시장에 제공되었던 유니언잭 엠블럼도 적용이 가능했다고 한다. 2004년에는 마이너 체인지를 거치는 과정에서 인테그라 타입 R과 같이 저배출가스차량 인증제도를 통과하기 위한 조정이 가해졌다. 2대 시빅 타입 R은 영국을 비롯해 해외에서는 인기가 좋은 편이었으나, 일본에서는 과거에 비해 3도어 해치백의 인기가 크게 식어버린 바람에, 잔존개체가 상당히 적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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