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포르쉐...? 포르쉐의 7080을 함께 한 모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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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포르쉐...? 포르쉐의 7080을 함께 한 모델들
  • 박병하
  • 승인 2022.12.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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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전통의 메르세데스-벤츠, 바이에른의 자존심 BMW 등과 더불어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독일의 고급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인 포르쉐(Porsche AG). 포르쉐는 리어엔진 스포츠카 911과 그 파생 모델들을 위시한 전통의 스포츠카 제조사이자, 카이엔, 파나메라, 마칸 등의 고성능 고급 승용차들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포르쉐에게도 고난의 세월이 존재했다. 포르쉐는 카이엔의 출시 이전인 1990년대, 그동안 포르쉐는 첫 차인 356시리즈와 1962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911 시리즈 이후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이 없었다. 즉, 자금줄 노릇을 해 줄 모델이 911 외에 없었던 것. 물론 포르쉐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운전하기 쉬운 보급형 모델을 만들기 위해 폭스바겐, 아우디 등과 손잡고 브랜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 등장했던 포르쉐들은 하나같이 포르쉐의 오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저평가받는 모델들이기도 하다. 포르쉐의 힘겨웠던 시절을 함께 했던 그 때의 모델들을 간단하게 둘러 본다.

포르쉐 914
1970년에 등장한 이 작고 경쾌한 2인승 스파이더는 폭스바겐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차다. 912의 후속 차종으로서 등장한 이 차는 작고 컴팩트한 차체에 폭스바겐제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을 리어미드십으로 탑재한 모델로, 높은 접근성과 경쾌한 주행성능을 겸비해 오늘날 718 박스터의 먼 조상으로도 여겨지는 모델이다.

이 차는 폭스바겐의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을 얹은 914/4와 포르쉐의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얹은 914/6의 두 갈래로 나뉜다. 4기통 엔진을 탑재하는 914/4는 79~99마력의 성능을 내는 1.7~2.0리터 4기통 엔진들을, 그리고 6기통 버전인 914/6은 109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포르쉐의 2.0리터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사용한다. 공차중량은 6기통 버전인 914/6조차 985kg에 불과해, 경쾌한 성능을 자랑했다. 타르가 루프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폭스바겐과의 협력을 통해 생산된 모델이기 때문에 'VW(폭스바겐)-포르쉐'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기도 했던 이 차는 상당히 많은 숫자가 판매되었다. 특히 출시 당시인 1970년도에는 자사의 주력 모델인 911보다 더 많은 숫자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링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1970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에 오르기도 하는 등, 상당히 호평 받았다.

하지만 포르쉐는 이 차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릴 수 없었다. 전세계에서 판매된 914의 절대다수는 4기통 엔진을 탑재한 914/4였고, 정작 포르쉐가 생산한 914/6은 폭스바겐과의 협상결렬로 제조 단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바람에 차량 가격이 당시 911의 엔트리급 트림과 큰 차이가 없어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이 차는 포르쉐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포르쉐 배지를 달고 있는 폭스바겐"으로 저평가되기도 한다.

포르쉐 924
914의 후계 차종으로 개발된 이 차는 본래 폭스바겐이 아우디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었던 '폭스바겐-아우디 스포츠'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개발이 진행되는 중에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개발이 중단된 것을 포르쉐가 사들이면서 개발을 계속 이어 나갔다. 이 때문에 포르쉐 924는 이전까지의 그 어떤 포르쉐와도 닮지 않은 모습과 특징을 지닌다.

먼저 이 차는 포르쉐 최초의 전방엔진 자동차다. 첫 양산차인 356부터 라인업의 중추를 이루는 911은 아예 폭스바겐 비틀의 후방엔진 배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고, 914마저도 미드십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후방에 엔진이 탑재되는 구조였다. 그런데 924는 그와는 정반대되는 전방엔진-후륜구동 스포츠카다. 여기에 당시 유행하고 있었던 사각형의 팝업 헤드램프를 적용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며, 직선적인 외관을 지니고 있었다.

이 차는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부품들이 이것저것 섞여 들어가 있었다. 이는 개발 당시에 단가를 절감하기 위해  다른 차종과의 부품 공유율을 높이고 폭스바겐의 생산 라인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구동축 등, 섀시와 관련된 부분은 대부분 폭스바겐의 것을 가져다가 썼다. 심지어 전륜 서스펜션, 스티어링 시스템, 히터 유닛 등은 1세대 골프(Golf)의 것을 가져다 붙였고, 후륜 서스펜션은 비틀의 것을 가져왔다. 엔진은 아우디 100이 사용하는 4기통 엔진을 얹었다.

이 때문에 당초에는 전륜구동 차량으로 개발될 예정이었으나, 포르쉐는 전륜구동으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운동성능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구동방식은 후륜구동으로 설정하고, 위에 나열한 부품들을 절묘한 조율과 세팅으로 조합해 경쾌하고 뛰어난 핸들링을 가진 FR 스포츠카 924를 탄생시켰다. 1975년 출시된 포르쉐 924는 출시 후 6년 만에 10만대 생산을 돌파하는 등, 선전했다.

또한 기본형 모델 뿐만 아니라 924S, 924터보 등의 고성능 버전도 만들어져 판매되었다. 여기에 RR 레이아웃인 911 대비 우수한 직진 안정성과 양호한 조종성으로 대중적으로 접근ㄹ하기 쉬운 모델이었다는 점도 흥행의 비결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차 역시 포르쉐의 골수 팬들에게는 위의 914 등과 더불어, "이것은 진짜 포르쉐가 아니다"라며 크게 저평가되는 차종 중 하나다.

포르쉐 928
1977년 출시된 이 차는 성능 중심의 스포츠카인 911과 달리,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중시하는 그란투리스모(Gran Turismo, GT) 성향의 모델로 만들어졌다. 1972년 포르쉐에 경영 감독으로 들어 온 에른스트 푸어만(Ernst Fuhrmann, 1918~1995) 박사는 줄곧 "911을 대체할 기함급 모델이 필요하다"며 포르쉐의 경영진을 압박했는데, 이로 인해 개발한 것이 바로 928이었다.

이 차 또한 전통적인 포르쉐의 양산차달과 여러모로 성격이 달랐다. 최고급의 GT 성향을 취하게 되면서 대형화된 차체와 더불어 이 차에만 사용할 신형의 수랭식 V8 엔진을 개발해 적용했다. 이 엔진은 SOHC 방식의 16밸브 4.5리터 V8 엔진으로, 237마력(유럽형) 혹은 219마력(북미형)의 성능을 냈다. 여기에 보다 대형화되고 고급화된 인테리어와 풍부한 편의장비를 갖췄다.

스타일링의 측면에서는 924 등을 총해 보여 준 직선적인 스타일에 원형 헤드램프를 리트럭터블 방식으로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트렁크는 일반적인 노치드 쿠페의 트렁크 리드가아닌, 오늘날의 패스트백형 차량에 사용되는 해치도어 방식을 적용한 점도 눈에 띈다. 1977년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포르쉐 928은 당시 유럽의 자동차 관련 매체와 평론단에서 성능과 편의성을 두루 만족해 상당한 호평을 받았으며, 1978년도에는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초기 판매량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포르쉐의 혈통을 중요시하는 골수 팬들은 928이 등장했을 당시에 이 차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이는 역시 924와 비슷한 이유였다. 전방엔진-후륜구동, 대배기량 V8 엔진, 성능보다 편의성이 중심이 되는 럭셔리 GT라는 점들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로 인해 928은 먼 훗날 대형 5도어 패스트백형 승용차로 태어나게 된 파나메라의 정신적인 조상으로도 여겨진다.

포르쉐 944
1982년에 출시된 이 차는 924의 고성능 버전에 해당하는 924 터보를 대체하기 위한 모델로 기획되었다. 보급형이면서도 고성능 버전이었던 924 터보의 가격대가 911에 근접할 정도로 높았기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924 터보를 대체하면서 자연스럽게 924와 911, 혹은 924와 928 사이에 위치할 '중급기'에 해당하는 모델을 개발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에 924의 모든 바리에이션이 단종되면서 자연스럽게 924의 뒤를 잇는 모델이 되었다.

이 차는 924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디자인적으로 차별성을 부여했다. 924의 경주용 사양인 924 카레라 GT에 적용했던 와이드 바디킷을 기본으로 적용해 사이즈가 커지고  공기역학적으로 더욱 우수한 특성을 갖게 되었다. 해치도어 끄트머리에 적용되어 있는 특유의 스포일러 또한 944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엔진은 928에 사용되었던 5.0 V8 엔진을 절반으로 잘라낸 형태의 직렬 4기통 2.5리터 엔진을 사용했다. 밸브트레인 또한 928 엔진의 SOHC 방식을 적용했다. 여기에 4기통 엔진의 소음을 잡기 위해 별도로 카운터 로테이팅 밸런스샤프트를 적용해 정숙성을 높였다. 최고출력은 155마력을 낼 수 있었으며, 944 터보는 220마력, 944 터보 S 250마력의 성능을 냈다. 후기형의 944는 배기량을 2.7리터로, 944 S2는 배기량을 3.0리터로 배기량을 올리고 성능을 개선했다.

198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된 944는 924 대비 더욱 빠르고 정숙할 뿐만 아니라 개선된 핸들링과 승차감을 제공하는 스포츠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1985년에는 944의 고성능 버전인 '944 터보'를, 1987년도에 944 S, 1988년도에는 '944 터보 S', 그리고 1989년도에는 944 S2라는 고성능 모델을 추가하며 라인업을 넓혔다. 포르쉐 944는 1991년도까지 생산이 이루어졌고, 당시 기준으로 911보다 더욱 많은 숫자가 판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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