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반떼 MD 시승기
상태바
현대 아반떼 MD 시승기
  • 안민희
  • 승인 2012.03.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반떼는 1995년 3월에 출시된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이다. 엘란트라의 후속으로 나온 1세대 아반떼는 큰 성공을 거뒀다. 준중형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후 이 차는 국내에서는 아반떼, 해외에서는 엘란트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의 모델은 2010년 8월 출시된 4세대다. 현대차는 코드네임 ‘MD’를 붙여 아반떼 MD라고 이름 지었다. 국내에서 2011년 가장 많이 팔린 차다. <포브스>가 선정한 ‘2011 월드 베스트 셀링 카’에 100만대 넘는 판매고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글 안민희|사진 현대자동차

 


현재 현대차의 디자인 테마는 ‘플루이딕 스컬프처’다. 기존의 직선 위주였던 디자인과 확연히 다르다. 복잡한 면으로 역동감을 표현한다. 자동차의 선과 면에 ‘흐름’이란 테마를 더해냈다. 나아가 아반떼는 ‘윈드 크래프트’라는 테마를 내세워 ‘바람의 흐름’을 디자인에 담았다. 앞에서 시작된 바람이 유려하게 옆면을 타고 흘러 사라지는 듯한 모습이다.

MD는 이전 세대인 HD보다 한층 커보인다. 그러나 실제 덩치는 비슷하다. 차체 길이는 5mm, 높이는 55mm 줄었다. 하지만 실내 패키징은 기막히게 해냈다. 앞바퀴를 30mm, 뒷바퀴를 25mm 앞뒤로 밀어내 2700mm의 휠베이스를 확보했다. 그만큼 실내공간도 늘었다.

실내에서는 센터페시아의 특이한 형상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디자인이 기능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또한, 센터페시아의 중간 부분인 에어컨 조절부에 히팅 시트를 포함한 편의 장비 버튼을 집중 배치했다. 그래서 손에 익으면 편하게 쓸 수 있다. MD의 실내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공간을 최대한 뽑아낸 기술이다. 앞좌석 공간에 여유를 둬도 뒤쪽에 빠듯한 느낌이 없다. 준중형급에서는 넘치는 공간이다. 현대차의 장기가 빛을 발했다.

아반떼 MD의 엔진은 직렬 4기통 1.6L 직분사(GDI)다. 이 엔진은 6300rpm에서 최고출력 140마력, 4850rpm에서 최대토크 17.0kg·m를 낸다. 기존 1.6리터 엔진보다 출력을 크게 높였다. 그러나 최대토크가 후반부에 집중돼 연비 주행시 자주 쓰는 영역에선 다소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이다.

변속기는 6단 수동과 자동 가운데 고를 수 있다. 그런데 프리미어보다 위급에선 수동을 선택할 수 없다. 공인연비는 수동이 17.5km/ℓ, 자동이 16.5km/ℓ를 기록했다. 공차중량은 수동 기준 1160kg, 자동 기준 1190kg.

시승차는 프리미어에 가죽 시트와 선루프 옵션을 더한 모델. 열선 시트는 반갑다. 하지만 몸에 딱 맞는 운전자세를 만들기 여의치 않다. 수동식 텔레스코픽은 최고 사양인 톱 모델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옵션으로라도 선택하게 했어야 했다.

도로로 나섰다. 액티브 에코 시스템의 영향인지, 빠르게 단수를 높이며 엔진회전을 억제한다. 시속 60km가 되기 전에 5단으로 변속을 마친다. 액티브 에코 시스템을 끄고 다시 가속했다. 그제야 변속을 미뤄 엔진을 빨갛게 달궈 쓴다.

다시 액티브 에코 시스템을 켰다. 그리고 시속 90~100km로 유유자적 달렸다. 공조장치는 껐다. 변속기는 D모드로 6단에 물렸다. 주변의 흐름에 맞추되 가속 페달은 최대한 얕게 밟았다. 신뢰도가 높진 않지만, 트립 컴퓨터의 연비가 쭉쭉 올라가기 시작한다. 30km 정도 달렸을 때 연비는 24km/ℓ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체 심한 시내에 들어서자 연비는 속절없이 떨어진다. 15km정도 더 달리자 연비는 12km/ℓ까지 떨어졌다. 연비를 의식하지 않고 시내를 달리면, 평균연비는 8~9km/ℓ를 오르내린다.

이번엔 고속 주행. 엔진은 고회전에서 힘을 얻는 세팅이다. 그래서 더욱, 고회전을 활용하지 않는 변속기가 야속하다. 6300rpm에서 최고출력을 내는 엔진인데, 6000rpm쯤에서 냉큼 변속해버린다. 하지만 차체 무게가 그나마 가벼워 속도를 쉽게 높여 간다. 물론 한계는 있지만, 제법 긴박하게 가속을 이어간다.

서스펜션 세팅은 아쉬움을 남겼다. 아반떼의 승차감은 탄탄함을 추구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부드럽다. 불특정다수를 만족시켜야하는 대중차의 한계다. 아반떼는 고속주행 때 몸놀림이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다. 중속으로 완만한 코너를 함껏 감아돌 때 역시 마찬가지다. 종종 차체 뒷부분이 미끌린다. 때문에 미세한 운전대 조작으로 자세를 바로잡아야했다. 전기식 스티어링도 문제였다. 이처럼 차의 자세가 미묘하게 흐트러질 때 손아귀로 아무런 느낌을 전하지 않는다.



아반떼는 듀얼과 사이드, 커튼 등 총 6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달고 안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VDC와 같은 능동적 안전장비는 옵션이다. 옵션 장사는 편의장비로 이어졌다. 심지어 앞뒤로 움직이는 센터 콘솔의 암레스트마저 옵션이다.

하지만 기본형부터 전동식 사이드 리피터 일체형 아웃사이드 미러, 후방주차 보조 센서, 계기판 조명조절 장치 등을 갖췄다.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정확히 꿰고 기본장비를 챙겼다. 이 같은 상품기획력으로, 현대차는 이번 세대 아반떼의 상품성을 성큼 끌어올렸다.

아쉬운 건 가격 또한 과감히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아반떼의 가격은 1340만~1890만원이다. 디럭스, 럭셔리, 프리미어, 탑의 네 가지 트림으로 나눴다. 그런데 옵션을 붙이다 보면 가격은 순식간에 치솟는다. 또한, 가죽시트를 갖추려면 최소한 럭셔리 트림을 사야한다. 결국 비싼 모델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렇다고 꼭 필요한 편의 사양을 담아 트림을 나눈 것도 아니다. 따라서 신중하게 꼭 필요한 옵션을 골라야 한다.

지금 현대차는 좋은 차와 잘 팔리는 차의 경계에 서 있다. 아반떼의 상품성은 뛰어나다. 기발한 솜씨로 넓힌 실내는 매력적이다. 1.6 직분사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강력하다. 적당히 탄탄한 승차감도 장점이다. 나아가 국내 시장을 장악한 업체의 차인 만큼 어디서나 빠르게 수리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모은다.

하지만 과연 아반떼가 적당한 편의장비를 얹어 1900만 원이나 주고 살 가치가 있는 차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아반떼를 대신할 차가 있냐고 묻는다면, 현재로서는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