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시빅 1.8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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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시빅 1.8 시승기
  • 안민희
  • 승인 2012.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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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다의 베스트셀러, 시빅은 혼다를 정의하는 차 중의 하나였다. 타입 R로 대변되는 1.6ℓ 자연흡기 180마력의 시대가 지나고, 혼다는 환경과 대중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타입 R은 단종의 길을 맞았지만 시빅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날카로운 면은 줄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모습으로.

글 안민희|사진 류 민


시빅은 2011년도에 출시된 차가 맞다. 단지 2011년도에 출시한 차 같아보이지 않을 뿐이다. 혹평을 할만큼의 디자인은 아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미래 지향적인 실내와 겹쳐보면 아쉬울 뿐이다. 마치 1980년대에 21세기를 상상해 만든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다.

운 전석에서 보는 시빅의 인테리어는 운전자 중심의 형태를 갖췄다. 하지만 디자인적 강조가 지나친 부분이 있다. 운전석 쪽을 향한 멀티미디어 조작부는 버튼의 크기를 키워 시인성과 조작성은 좋았지만 레고 장난감 같은 촌스러운 감각을 남겼다. 또한 2분할 계기판(디지털 속도계, rpm게이지)를 위해 디자인한 대시보드의 형태는 약점이 있다. 시중에서 파는 내비게이션을 달기 어려운 디자인이다. 그렇다고 내비게이션을 선택해 추가할 수도 없다.

5 인치 모니터를 정보 표시용으로 달았지만 너무 작게 느껴져 아쉽다. 7인치 모니터를 달고 내비게이션을 적용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옵션과 아기자기한 구성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 입맛에는 투박하게 느껴질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구성이 아쉽다.


뒷 좌석에서 보는 실내는 아이보리색 가죽과 회색, 검정색 플라스틱 내장재의 사용이 잘 어우러졌다. 하지만 헤드룸이 부족하다. 키 180cm인 기자가 뒷좌석에 정자세로 승차할 경우 헤드룸이 부족하여 머리를 숙여도 천장에 닿았다. 결국 허리를 살짝 떼고 조금 불편한 자세로 승차할 수밖에 없었다. 시트의 가죽은 소파와 같은 재질이다. 폭신하고 말랑하다.

시빅은 1.8리터 SOHC엔진을 5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1267kg의 가벼운 차체를 끌고 달린다. 파워트레인의 구성은 단촐해 보이지만 i-VTEC이라는 혼다 특유의 기술을 더했다.

한 때 혼다의 VTEC(가변 밸브 타이밍 엔진 컨트롤)을 장착한 차들은 NA(자연흡기)엔진의 끝판왕이었다. 8000rpm을 돌리고, 1리터당 최대 125마력을 내는 엔진. 이 엔진이 튜너의 손에 들어가면 고회전 이상의 초고회전을 지향하는 머신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러던 VTEC 기술이 인텔리전트(Intelligent)의 i를 붙이고 친환경 머신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빅 1.8리터 SOHC엔진에 사용된 i-VTEC 기술은 저회전대에서는 한 실린더당 한개의 흡기 밸브를 사용한다. 이후 고회전대로 넘어가면 나머지 흡기 밸브를 여는 동시에 로커암을 조절해 밸브 타이밍을 짧게 변화시킨다. 이를 통해 엔진은 저속회전에서 중속회전대까지는 토크를 최대한 끌어낸다. 고속회전대에서는 더욱 엔진이 빠르게 회전하게 한다.

때 문에 시빅은 고회전으로 돌릴수록 엔진의 회전감각이 올곧게 전해져왔다. 1-2 단에서 완전히 스로틀을 열어 가속할 때는 i-VTEC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고회전에서 힘들이지 않고 더욱 빠르게 회전수를 올리는 감각이다. 단, 1.8리터 140마력 엔진의 한계인지 3단 가속부터는 회전 질감이 약해진다.


시 빅은 i-VTEC만이 아닌 ECON 시스템을 더함으로써 연비 효율성 향상에 더욱 주력했다.ECON은 전자식 스로틀을 기반으로 엔진 스로틀의 개폐를 스스로 조절한다. 하지만 가끔 운전자의 의지를 막는다. 100km/h의 항속 주행 중 스로틀을 절반에 가깝게 열었음에도 엔진 회전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ECON을 해제하자 그 때부터 엔진 회전수를 올리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ECON을 켠 상태에서는 의도적으로 깊게 가속 페달을 누르지 않을 경우 가속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추월 가속시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시 빅은 경쟁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탄탄한 승차감을 가졌다.코롤라가 상대적으로 물렁한 서스펜션으로 도로의 충격을 부드럽게 처리했다면, 시빅은 조금 더 탄탄한 서스펜션이 도로의 충격을 일부 걸러내고 운전자에게 전한다. 노면의 잔 진동이 느껴지는 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 댐핑의 상하폭(댐핑 스트로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특수한 일부 구간에서는 연쇄적인 잔 진동을 만들어냈다.

운 전 감각은 준중형 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만큼이다. 전륜에는 맥퍼슨 스트럿을 달고, 후륜에는 멀티 링크를 달아 조금 더 후륜의 안정성이 느껴진다. 엔진의 출력은 1.8리터 140마력으로 최근의 추세에서는 평균적이다. 5단 자동 변속기는 제원의 숫자 비교시에만 아쉬울 부분이다. 주행 중에는 전혀 아쉬울 바가 없다.
 
시빅의 비교대상이 되는 차라면 토요타 코롤라일 것이다. 1.8리터 엔진에 자동 4단 변속기를 얹고 가격 2590만원-2990만원으로 비슷하다. 또한, 현대 아반떼도 사정권 내에 들어올 수 있다. 아반떼의 경우에는 가격이 제법 올라 상위 모델에 선택사양을 추가할 경우 시빅과의 가격 차이는 크게 줄어들었다.


아 반떼와 시빅의 차이는 사실 크지 않다. 일부 부분에서는 아반떼가 시빅을 앞서는 부분도 있다. 200cc 적은 엔진 배기량으로 동일한 마력을 뽑아내는 직분사 엔진, 장거리 순항 연비를 올려주는 6단 자동 변속기, 실내의 넓은 공간 구성과 다양한 옵션 구성은 아반떼가 시빅을 앞선다.

하지만 아반떼는 시빅을 완전히 이기지 못한다. 숫자로 표현하는 주행 성능이 아닌 주행 감각의 차이다.

자 동차는 늘 노면에 발을 붙이고 도로의 요철의 충격을 받아내며 달리고 있다. 때문에 차를 타고 고속도로의 직선 구간을 달리면서 요철 충격이나 노면에 핸들이 조금씩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감각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약간씩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조정을 해주게 된다. 하지만 사실 거의 주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조향 성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스티어링 휠이 운전자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차들이 그랬는지 전부 말할 수는 없지만 세팅 실력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빅에서는 그런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핸들을 잡고 연비에 집중할 뿐이었다.

이 번 세대 시빅의 디자인과 실내, 옵션으로 비교되는 상품성은 솔직히 맘에 들지 않는다. 2690만원에서 2790만원에 달하는 가격은 준중형 차를 사기에는 솔직히 부담스럽다. 타입 R 기종이 아닌 이상 혼다의 네임밸류는 약하다. 그렇다고 다른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 지만, 장거리 주행이 잦고, 휘발유 엔진을 얹은 준중형차가 필요하다면 시빅을 권할 수 있다. 조금 더 저렴한 가격의 국산차라는 대안이 있긴하다. 하지만 오랜 주행에 느끼는 피로도가 달라지는 경험은 대단히 중요하다. 동승자에겐 큰 차이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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