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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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4.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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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년 그랜드 체로키가 신형으로 거듭났다. 같은 이름으로 4세대 째다. 코드네임은 WK2.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3세대와 같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동거하던 시절 개발했다. 소음, 진동을 개선하기 위해 포르쉐의 자문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뼈대는 내리 물림했지만 차체강성은 146%나 높였다. 이전보다 스팟 용접은 53%, 아크 용접은 42%나 늘린 결과다.





디 자인은 파격적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파격의 의미는 일반적인 경우와 반대다. 튀어서가 아닌, 무난해져서 파격이다. 모나고 투박했던 이전과 달리, 방금 건진 물미역마냥 미끈한 외모를 뽐낸다. 생김새는 ´보편타당´해졌다. 선과 면은 보기 좋은 비율로 나눴고, 모서리는 부드럽게 둥글렸다. 남성성이 짙었던 과거와 달리, 이젠 예쁘장하단 평도 나올 만하다.

그러나 지프의 개성이 희석된 건 아쉽다. 남다른 개성과 뚜렷한 고집을 희생시킨 결과, 이번 그랜드 체로키는 아름답긴 한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성형미인이 됐다. 그러나 짚에겐 변화가 절실했다. 터프한 이미지만 앞세워선, 고객층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는 까닭이다. "럭셔리한 짚을 추구했습니다." 크라이슬러 그룹의 랄프 질레스 수석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 렇다. 이번 그랜드 체로키의 핵심은, ´고급화´다. 실내에 들어서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대시보드의 형태는 그대로인데, 느낌이 전혀 다르다. 껄껄하고 딱딱했던 플라스틱은 매끈하고 푹신해졌다. 오버랜드 버전은 인조가죽까지 바지런히 펴 발랐다. 업소용 냉장고 문짝처럼 밋밋하고 뻣뻣했던 금속 패널은, 이제 은은한 광택과 부드러운 곡면을 머금었다.

유 저 인터페이스도 개선됐다. 도어 손잡이와 컵홀더는 자연스레 손닿을 위치로 옮겼다. 센터페시아에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심으면서 스위치 개수도 줄였다. 주차브레이크를 페달 식으로 바꾸면서 기어레버 뒤쪽에 스위치 담을 여유 공간도 확보했다. 또한, 우드패널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개성으로 승부하던 짚이, 드디어 감성품질의 개념에 눈을 떴다. 

 



일 단 휘발유 모델이 먼저 선보였다. 엔진은 V6 3.6L 펜타스타 286마력. 호흡기엔 가변밸브 타이밍 기술이 스몄다. 회전이 매끄러운 데다 사운드도 잔잔하다. 그런데 흥건히 넘칠 출력까진 아니다. 성인 넷을 태우고 내뺄 땐 가속의 수위가 빠르게 수그러든다. 변속기의 움직임은 흠잡을 데 없다. 그러나 5단뿐이어서 항속주행 연비가 아무래도 떨어진다.

굴림방식은 풀타임 네 바퀴. 전자식 트랜스퍼 케이스를 물린 ´콰트라 트랙 Ⅱ´다. 앞뒤 토크는 상황에 따라 100:0~0:100까지 변한다. 좌우 구동력은 브레이크와 트랙션 컨트롤로 조율한다. 로 기어도 갖췄다. 시승차는 에어서스펜션인 ´콰드라-리프트´까지 갖춘 오버랜드. 205㎜의 최저지상고를 기준 삼아, 66㎜ 더 번쩍 들어 올리거나 40㎜ 더 낮출 수 있다.

´셀렉-터레 인´을 갖춰, ´길 아닌 길´이 더욱 만만해졌다. 토글스위치로 해당되는 지형을 고르면 엔진과 변속기, 트랙션컨트롤의 반응이 알아서 척척 바뀐다. 따라서 질펀한 진흙탕에서도 허둥대지 않으며 침착한 발걸음을 이어갔다.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시킨 건 반갑다. 한때 오프로드 성능을 소홀히 했다가 팬들의 원성을 샀던 데 대한 반성이 묻어난다.

몸놀림은 좀 더 빠릿빠릿해졌다. 차체강성을 높인 결과인데, 굳이 이 숫자까지 몰라도 운전대를 쥔 손아귀와 시트에 얹은 엉덩이가 먼저 눈치 챈다. 정숙성이 뛰어나 장거리 주행에도 어울린다. 그러나 온로드에서의 승차감은 더 다듬을 여지가 남았다. 앞좌석은 괜찮은데, 뒷좌석에서 제법 튄다. 자잘한 충격의 여운이 찌릿찌릿 남아 아쉬웠다.

무엇보다 이번 그랜드 체로키는 예뻐졌다. 여심(女心)마저 사로잡을 경쟁력을 갖췄다. 감성품질도 개선했다. 대중의 취향에 성큼 다가섰다. 또한, 첨단 장비를 욕심껏 얹었지만 가격은 오히려 저렴해졌다.


글 김기범|사진 크라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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