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300C 디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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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300C 디젤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4.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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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C 는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이른바 ‘세기의 결혼’이 낳은 혼혈이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W210)와 유전자를 나눴다. 그러나 철저한 현지화로 거듭났다. 승차감 역시 겉모습처럼 미국인의 취향에 맞췄다. 물론 흔적기관도 찾을 수 있다. 닭 모가지처럼 얄따란 칼럼과 넉넉한 지름의 림을 어울린 운전대가 좋은 예다.



300C 는 2011년 신형으로 거듭났다. 300C 매력의 핵심인 ‘존재감’은 보다 부각되었다. 근육을 부풀리는 한편 결은 섬세하게 쪼갰다. 차의 모서리는 손톱으로 꾹 눌러 접은 것처럼 뾰족이 잡아 당겼다. 눈매는 가늘게 저몄고, 꽁무니는 빵빵하게 부풀렸다. LED 화장도 더했다. 한층 세련된 마초로 거듭났다. 걸작의 개작은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처럼 예외도 있다.

사실 외모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도어를 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싼티’ 작렬해 누굴 태우고 싶지 않던 과거와 작별을 고했다. 치명적 콤플렉스를 극복했다. 허황되지 않은 소재를 쓰되 나름 촉촉하고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감촉만큼 뻣뻣했던 디자인의 대시보드엔 부드러운 곡선을 녹여 넣었다. 푸르스름한 조명과 매끄러운 가죽, 정교한 맞물림을 어울렸다.

8.4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는 눈이 아릿할 만큼 선명한 화질로 한글 내비게이션을 띄운다. 실시간 도로정보를 반영하는 TPEG도 기본이다. 스티어링 휠엔 열선을 깔았다. 앞뒤 좌석 열선은 기본이요, 앞좌석은 팬까지 품었다. 천정엔 듀얼 파노라마 선루프를 뚫었다. 채광뿐 아니라 빵긋 숨통 틔우거나 완전히 열 수도 있다. 미국차지만 사이드미러도 전동식이다.

에어백은 운전석용 무릎, 앞좌석용 다단계 지능형을 포함 총 7개를 갖췄다. 급제동 지원, 오르막 밀림방지 브레이크, 빗길 제동 지원, 차제자세제어, 앞뒤 감지 센서, 주차 궤적을 보여주는 후방 화면 등 다양한 안전장비를 갖췄다. 참고로 300C는 미국고속도로보험협회가 해마다 발표하는 ‘가장 안전한 차’에 2010년과 2011년 연속으로 선정되었다.




엔 진은 V6 3.0L 디젤 터보로 239마력을 낸다. ‘디젤의 달인’ 피아트와 공동 개발했다. 블록은 강화흑연강, 실린더 헤드와 오일 팬은 알루미늄으로 짰다. 이처럼 움직임 격한 부품을 가볍고 단단한 소재로 만들면 진동과 소음을 줄일 수 있다. 최대토크는 56.0㎏·m로 아우디 3.0 TDI 엔진보다 높다. 가솔린 엔진으로 치면 6천㏄급이다. 변속기는 자동 5단이다.

올 해부터 시행되는 새 연비제도에 따르면, 고속도로는 18.6㎞/L, 도심은 11.4㎞/L, 복합은 13.8㎞/L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4g/㎞로 이전 300C 디젤보다 36.3%나 개선되었다. 연료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가능거리는 630~660㎞ 정도 된다. 주행방식에 따라 이 수치는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300C 가솔린은 400㎞를 넘기 어렵다.

운 전감각은 외모를 닮았다. 육중하고 차분해 유유자적한 운전과 궁합이 좋다. 굽잇길은 노면을 묵직하게 짓누르며 감아 돈다. 롤은 점진적으로 생겨나고 꺼져든다. 차체가 긴 편이라 타이트한 코너에서는 앞뒤 서스펜션의 순차적 반응이 와 닿는다. 상큼하고 발랄한 감각이 자못 아쉬울 수 있는데, 어차피 그쪽 취향의 오너가 300C의 덩치와 외모에 반하기는 쉽지 않다.

승차감은 철저한 미국식 세뇌를 거친 차답다. 시종일관 푸근하고 여유롭다. 다만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긴 차체 때문에 이따금씩 꽁무니가 너울너울 리듬을 탄다. 뒷좌석에 앉은 친구는 연신 하품을 해대더니 끝내 멀미로 뻗었다. 300C의 외모에 반한 오너드라이버라면 귓등으로 듣고 흘릴 푸념이겠다만.

1세대 300C는 벤츠의 우성형질과 크라이슬러의 유서 깊은 차 이름을 알차게 활용했다. 신형은 다시 완성도를 높였다. 장점은 부각시켰고 단점은 지웠다. ‘구성의 묘’가 기막히다. 그런데 한계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다임러와 크라이슬러가 남남으로 되돌아가면서 더 이상의 공동개발은 어려워졌다. 신형으로 거듭났다지만 뼈대와 하체는 2005년에 못 박혔다.


글 김기범|사진 크라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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