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M56S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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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M56S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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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시리즈는 인피니티 브랜드의 시작을 함께 했던 주인공이다. 1990년 선보인 M30이 최초였다. 닛산의 일본 내수용 모델 레오파드의 이란성쌍둥이였다. V6 3.0리터 SOHC 162마력 엔진과 자동 4단 변속기를 얹고 뒷바퀴를 굴렸다. 소나(Sonar) 서스펜션 같은 신기한 기능도 갖췄다. 앞 범퍼의 음파탐지기가 노면을 스캐닝해서 댐퍼의 감쇠력을 쥐락펴락했다. 




2005년 M은 2세대로 진화한다. 프론트미드십(FM) 플랫폼을 손질해 밑바탕으로 삼았다. 모델은 V6 3.5리터 엔진의 M35와 V8 4.5리터 엔진의 M45. 나중에 닛산의 아테사 AWD 시스템을 어울린 M35x와 M45x까지 더했다. 2세대에 이르러 M의 사정권은, 렉서스뿐 아니라 유럽의 중형세단으로 확장됐다. 2세대 M은 마이너체인지를 거치면서 출력을 키웠다.

그리고 2011년 M은 3세대로 거듭났다. 모델은 M37과 M56. 이번 M은 201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컨셉트카, ‘에센스’의 디자인 테마가 스며든 첫 번째 양산 모델. G 세단에서 은은하고 섬세하게 물결쳤던 근육은, M으로 스케일이 확장되면서 돌연 개피떡처럼 부풀어 올랐다. 정교한 선의 속도감보단, 부픗한 덩어리의 질감이 시선을 압도한다.

시승차는 M56. M 시리즈 뿐 아니라 인피니티의 정상이다. 첫 인상은 M37과 살짝 차이난다. 헤드램프 안쪽을 검게 물들였다. 휠, 타이어는 M37보다 2인치 더 큰 20인치. 철판을 주무른 곡선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대시보드는 갈매기의 날개마냥 너울거린다. 호를 그리듯 오므리며 운전석과 동반석을 에워쌌다. 날개의 끝자락은 도어 트림까지 착착 휘감았다.

M56의 엔진은 V8 5.6L다. 직분사 시스템으로 효율을 높였다. 흡기 밸브는 유압으로 타이밍이 제어되고, 전자식으로 열리는 깊이가 조절된다. 최고출력은 415마력. 5,200rpm에서 낸다. 가속의 스케일은 블록버스터인데, 기교의 섬세함이 떨어진다. ‘인피니티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갖춰 각 모드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는 물론 스티어링의 반응마저 바뀐다.




기어레버 아래쪽의 다이얼을 돌려, 스포츠 모드를 골랐다. 날카로운 이빨은, 액셀을 밟자 드러난다. 변속기엔 군기가 바짝 든다. 일단 기어를 물면 놓치지 않고 버틴다. 가속도 한결 매섭다. 굴곡이나 멍울도 없다. 자연흡기 엔진답다. 변덕 없이 한결같다. 그래서 자신감이 샘솟는다. 쥐어짜는 느낌도 없다. 여유롭다. 대배기량 엔진 특유의 매력이다.

M56은 굉장히 빠른 차지만, 운전감각은 시종일관 편안하다. 뻣뻣한 답력으로 운전자의 기부터 죽이려 드는 오만함이 없다. 승차감이 대표적. 진동 걸러내는 솜씨가 프리미엄 브랜드답다. 인피니티는 “뒤쪽 서스펜션을 손질하면서, 뒷좌석 소음은 50%, 진동은 36%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핸들링은 끝자락을 적당히 둥글렸다. 적당히 가볍고 수긍할 만큼 섬세하다.

고속도로에서, M56의 무게는 시나브로 잊었다. 다 쓰기조차 버거운 파워 덕분이었다. 반면 굽잇길에서, M56의 덩치는 오롯이 와 닿았다. 스티어링은 예리한 편이지만 묵직한 맛이 떨어졌다. 그건 하체 세팅 또한 마찬가지. 몸놀림과 고속주행안정성에서, 유럽의 ‘화끈이’와 저울질할 땐 2%의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그게 경쟁력의 열세를 뜻하진 않았다.

M56은 최신 장비를 욕심껏 챙겼다. 차선이탈방지 시스템은 깜박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밟았을 때 경고음을 울린다. 그래도 궤도가 수정되지 않을 경우 각 바퀴에 개별적으로 제동을 걸어 자세를 추스른다. 졸음운전이 아닌, 언더나 오버스티어로 차선을 넘는 경우까지 고려한 것. 크루즈 컨트롤은 설정 속도 내에서 제동을 걸어가며 앞차와의 간격까지 유지한다.

말쑥한 세단에 이렇게 큰 엔진을 담아야하나 싶기도 하다. 엔진을 줄여가는 트렌드를 감안하면 더욱 의외다. 하지만 인피니티로선 값 대비 출력의 경쟁력을 포기할 수 없다. 나아가 한 대로 가족과 나의 욕망을 충족시키자면, 이런 세단도 필요하다. 스포츠카의 불편함을 겪어본 이만 알 수 있는 고충인데, 인피니티는 그 교합지점을 절묘하게 짚었다. 


글 김기범|사진 닛산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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