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GT x드라이브
BMW GT는 ‘유전자 섞기’ 전략의 정점을 찍는 모델이다. 찬찬히 살피면 가로지른 선 한 가닥이나 둥글린 철판 한 조각까지 어디 예사로운 구석이 없다. 각 장르의 장점을 챙기기 위한 고민이 묻어난다.
글 김기범|사진 BMW
운전석의 높이는 세단과 SUV의 중간. 때문에 타고 내리기 편하다. 시야도 높직하다. 디자인 때문에 뒤 시야가 다소 빠듯한데, 후방모니터로 위안 삼을 만하다. 두꺼운 도어를 열면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온다. 낯선 외모와 달리 친근한 속살 때문이다. 디자인과 소재, 조립품질이 전형적인 BMW다. GT의 존재당위성은 뒷문 이후에서 찾을 수 있다. 뒷좌석이 예술이다. 등받이를 눕히고 앉으면 7시리즈가 부럽지 않다. 천정도 높직하다. 게다가 지붕도 유리로 씌워 체감 공간은 5시리즈를 성큼 넘어선다.
과장이나 호들갑이 아니다. GT는 5시리즈를 닮았을지언정, 7시리즈의 뼈대를 품었다. 휠베이스가 3,070㎜로 똑같다. 7시리즈의 넉넉한 실내를 가장 저렴하게 누릴 기회인 셈이다. 게다가 트렁크 확장성은 7시리즈 할아버지보다 낫다. 꽁무니의 해치도어는 두 가지 방법으로 열린다. 뒤 유리까지 통째로 들어 올리거나, 테일램프 머금은 뒤 뚜껑만 딸 수 있다.
국내에 소개된 GT는 직렬 6기통 휘발유와 디젤 엔진을 얹는다. 시승차는 BMW GT x드라이브. 3.0L 휘발유 직분사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에 자동 8단 변속기를 물렸다. x드라이브는 사륜구동이란 뜻. 위급으로 익스클루시브도 있다. 다이내믹 및 어댑티브 드라이브와 19인치 휠 및 타이어, 시프트 패들 등의 옵션을 갖췄다.
GT는 꽤 무거운 차다. GT x드라이브의 공차중량은 1,995㎏. V8 엔진 얹고 사륜구동까지 갖춘 550i x드라이브보다 95㎏ 더 나간다. 심지어 V8 4.4L 심장에 휠베이스가 같은 740i보다도 무겁다. BMW가 그동안 갈고 닦은 ‘다이어트 신공’을 아낌없이 발휘했지만, 덩치와 장비의 한계까지 넘어서지 못했다. 만만치 않은 몸무게는 초반 가속에 영향을 미쳤다.
GT xDrive는 뒷바퀴 굴림 GT보단 45㎏ 무겁다. 그러나 성능엔 차이가 없다. 단적인 예로 ‘제로백’이 같다. 일반 주행에선 x드라이브가 오히려 빠르다. 실시간으로 네 바퀴 접지력을 챙기는 까닭이다. 같은 이유로 굽잇길도 한층 잽싸게 감아 돌 수 있다. 하지만 뒷바퀴 굴림 GT와 번갈아 타보기 전엔 x드라이브의 존재를 느끼기 어렵다.
이처럼 첨단 장비는 제 존재를 감추는 게 미덕이다. 승용차용 사륜구동의 진화도 지능을 높이되 낯선 느낌은 지우는 과정이었다. x드라이브는 은밀히 숨어 접지력을 보태고 안정성을 높인다. 그래서 운전이 매끄러워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굽이진 길에선 보다 자신 있게 몰아붙이게 된다. 폭설이 잦은 겨울, 천군만마처럼 든든한 건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몸매를 잊게 만드는 GT의 몸놀림은 근사한 무게배분과 쫀쫀한 서스펜션이 어울려 낸 시너지다. ‘운전재미’에 병적인 집착을 가진 BMW답게 GT x드라이브에 ‘드라이빙 다이내믹 컨트롤’까지 담았다. 기어 레버 왼쪽의 버튼으로 컴포트·노멀·스포츠·스포츠 의 네 모드도 넘나든다. 각 모드에 따라 드로틀 반응과 변속 특성, 스티어링의 답력이 송두리째 바뀐다.
무릇 파격엔 저항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BMW는 진화의 고삐를 늦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BMW는 GT로 다시 한 번 ‘장르파괴’의 지평을 넓혔다. 우성형질을 조합해 쓰임새를 욕심껏 챙겼다. 그 결과 비즈니스 세단과 가족여행 동반자의 경계를 허물었다. 명분도, 결과물도 흠잡을 데 없다. 이제 선입견의 벽을 허물고 가치를 인정받을 숙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