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TTS 로드스터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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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TTS 로드스터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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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디 TT는 1998년 처음 선보였다. 당시의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누가 아우디 아니랄까봐 원의 물결로 뒤덮은 것도 모자라, 앞뒤 대칭의 낯섦까지 더한 디자인은 두고두고 뇌리에 맴돌았다. 이마에 콱 박은 엠블럼부터 계기판과 송풍구에 이르기까지, TT의 안팎은 원으로 가득했다. 그야말로 ‘반지의 제왕’이었고, 데뷔와 동시에 디자인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그 러나 TT의 초년운은 험궂었다. 고속에서 꽁무니가 가벼워져 나풀대는 현상 때문에 곳곳에서 사고가 빗발치면서, 아우디는 4만여 대의 TT를 리콜 해야 했다. 디자인 욕심에 공기역학을 꼼꼼히 챙기지 않은 결과였다. 찬사를 이끌어낸 디자인이 공교롭게 비운의 단초 또한 제공한 셈이었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쓰라린 경험 이후 TT는 더욱 단단히 여물었다.

2006년 4월 6일, 독일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 광장에서 2세대 TT가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새 TT의 옆모습은 맹렬하게 전진하려는 느낌이 물씬하다. 꽁무니 역시 귀엽게 아치를 그리던 예전과 달리 엉덩이를 삐죽 내밀었다. 싱글 프레임과 날카로운 눈매로 꾸민 얼굴에서, 이젠 귀여운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다.

덩치는 키웠다. 길이가 137㎜, 너비는 78㎜ 늘었다. 차체는 재질의 하이브리드화를 추구했다. 보닛, 펜더, 루프 등 차체 위쪽의 69%는 알루미늄, 일부 플라스틱을 제외한 나머지 39%는 스틸로 짰다. 무게를 더는 한편 고속에서 꽁지가 가벼워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나아가 시속 120㎞가 되면 스포일러가 자동으로 솟아 다운 포스를 만들도록 설계했다.

실내 구성은 이전과 같다. 쿠페가 2 2, 로드스터는 2인승이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이 290ℓ, 시트를 접을 경우 700ℓ. 스키 스루용 백도 갖췄다. 시트는 버킷 타입이고, 스티어링 휠은 림의 밑을 살짝 잘랐다. 운전석 주변의 각종 스위치나 장식은 1세대 때처럼 원의 테마로 다듬었다. 또한, MMI를 옵션으로 마련해 각종 기능을 쉽고 편하게 매만질 수 있게 됐다.




뉴 TT의 엔진은 직렬 4기통 2.0ℓ TFSI 200마력과 V6 3.2ℓ 250마력 등 두 가지로 첫 선을 보였다. 0→시속 100㎞ 가속 시간과 최고 속도는 2.0이 6.4초, 시속 240㎞, 3.2가 5.7초, 시속 250㎞. 두 엔진 모두 아우디의 6단 수동 변속기를 기본으로 얹고, 옵션으로 S 트로닉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고를 수 있다. 구동방식은 2.0이 FF, 3.2가 콰트로다.

이번 시승의 주인공은 2세대 TT의 고성능 버전인 TTS 로드스터. 톱은 직물로 씌웠다. 가벼운 데다 빠르게 접을 수 있다. 무엇보다 디자인을 흩뜨리지 않아 좋다. 톱은 예전처럼 걸쇠를 풀 필요 없다. 스위치만 꾹 누르면 12초 만에 뚝딱 열린다. 조각조각 나뉘지 않고, 부채 접듯 포개니 순식간이다. 게다가 시속 50㎞까지 작동된다.

파워트레 인은 직렬 4기통 2.0ℓ 터보직분사(TFSI) 엔진과 듀얼 클러치 방식의 S 트로닉 변속기를 짝지었다. TTS 쿠페와 같다. 최고출력은 265마력, 최대토크는 35.7㎏·m. 콰트로사에서 만드는 TT RS의 심장은 직렬 5기통 2.5ℓ 트윈터보 340마력. 결국 TTS의 엔진에, 4기통으로 쥐어짤 수 있는 최대한의 파워를 담았단 뜻이다.

도심을 빠져 나오면서, 변속기를 S 모드에 걸었다. 순간 기어를 한 단 낮추면서 타코미터의 바늘이 팍 치솟는다. 회전수를 높이자 비로소 TTS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일단 과급압을 빵빵하게 채우고 나니, TTS는 돌연 거칠어 졌다. 밟는 즉시 경련하듯 팍팍 쏜다. 엔진은 레드존 가까이에서도 변함없이 쌩쌩하다. 0→시속 100㎞ 가속 5.4초의 제원엔 과장이 없었다.

서스펜션은 감쇠력이 조절된다. 이른바 아우디 마그네틱 라이드 시스템. 스포츠 모드를 고르면, 자기장이 걸려 댐퍼 속 미세한 금속 입자가 오와 열을 맞추면서 돌연 움직임이 뻑뻑해진다. 차체도 10㎜ 낮춘다. 콰트로 시스템은 폭스바겐 4모션의 전기제어식 유압 다판 클러치를 쓴다. 그러나 토센 방식을 쓰는 아우디 다른 모델의 감흥에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TTS 로드스터는 빨랐다. 지붕을 여니 스릴은 곱절이 됐다. 아울러 경쾌했다. 굽잇길에선 휠베이스가 몇 뼘 안 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이다. 차를 완전히 믿고 기댈 수 있을 만큼. 한때 TT는 디자인으로 추앙받았다. 그건 칭찬인 동시에 한계이기도 했다. TTS 로드스터는 그 벽을 훌쩍 넘어섰다. 디자인 아이콘이 아닌, 제대로 만든 스포츠카다.


글 김기범|사진 아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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