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말리부 2.4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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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말리부 2.4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4.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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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리부는 6개 대륙 100여 개국에 판매할 쉐보레 최초의 글로벌 중형차다. 이 가운데 한국에 가장 먼저 선보였다. 말리부는 유명 인사의 고급 주거지역으로 알려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지역명이다. 말리부는 1964년 데뷔한 이래 850만 대 이상 판매됐다. 이번 8세대부터 말리부는 무대를 전 세계로 넓혔다. 뼈대는 유럽 GM의 자회사 오펠이 개발했다.




말 리부의 너비(전폭)는 1855㎜로 동급 최대다. 얼굴 생김도 큼직큼직해 라이벌은 물론 가문의 맏형 알페온보다 커 보인다. 길이는 4865㎜로 동급 최대인 르노삼성 SM5를 20㎜ 차이로 뒤쫓는다. 말리부의 높이는 기아 K5에 이어 동급에서 두 번째로 낮다.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휠베이스)는 국산 중형차 가운데 가장 짧다. 무게도 가장 많이 나간다.

실내는 최근 쉐보레 신차의 분위기를 이어받았다. 시승차는 브라운 투톤 컬러로 단장했다. 색감과 디자인 모두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하다. 스위치의 감촉과 조작감, 패널의 맞물림 등 감성품질은 친척뻘인 캐딜락 부럽지 않다. 도어는 묵직하게 여닫힌다. 고무실링은 꼼꼼하고 치밀하다. 경량화와 원가절감에 도가 튼 현대기아차와 차별화된 쉐보레만의 특징이다.




시 승차는 말리부 2.4다. 직렬 4기통 2.4L 170마력 엔진을 얹는다. 2.0보다 출력은 29마력, 토크는 4.2㎏·m 더 높다. 말리부 구입을 앞둔 이들은 두 가지 갈림길에서 망설이게 된다. 알페온과 말리부, 그리고 말리부 2.4와 2.0 사이에서 고민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말리부 2.4가 가장 후회 없을 선택이다. 여유로운 힘은 운전의 질을 좌우할 핵심인 까닭이다.

말 리부는 스마트 키를 쓴다. 키를 주머니에 넣은 채 손잡이만 당기면 도어의 잠금이 풀린다. 편리한 기능이지만 도어 열 때마다 철컥거리는 작동음이 도드라져 아쉬웠다. 시동은 버튼만 눌러 건다. 아이들링 땐 섬뜩한 정적을 유지한다. 점진적인 가속과 정속주행 때도 정숙성은 흐트러짐 없이 유지된다. 특히 바람소리와 밑바닥 소음을 훌륭하게 억제했다.

역시 짐작은 적중했다. 고작 배기량 386㏄ 차이인데,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발걸음이 한결 사뿐사뿐했다. 가속이 한층 매끈했다. 6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좋았다. 엔진의 반응도 눈에 띄게 침착했다. 소금 한 스푼 차이로 맛이 완성된 음식처럼, 말리부의 기능과 감각은 386㏄의 여유와 함께 제 자리를 찾았다. 또한, 같은 엔진의 알페온보다 훨씬 풍요롭다.

말리부 특유의 ‘묵직함’과 ‘우직함’ 또한 제 짝 엔진을 만나 오롯이 도드라졌다. ‘최대’에 집착하지 않은 휠베이스 덕분에 코너링도 경쾌하다. 차분한 고속주행과 반듯한 균형감각은 유럽 혈통 섞인 최신 쉐보레답다. 말리부 2.4는 튼튼해서 믿고 썼던 ‘미제’의 추억을 자극했다. 그러다 문득 하이패스 단말기가 또렷한 한국어로 잔액을 알려줄 때, 기분이 참 묘했다.


글 김기범|사진 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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