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 350 카브리올레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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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E 350 카브리올레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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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 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윗도리를 벗어던졌다. 전동식 소프트톱을 얹은 카브리올레 버전이 등장한 것. 국내에 선보인 모델은 E 350 카브리올레. V6 3.5L 엔진과 자동 7단 변속기를 얹고 뒷바퀴를 굴린다. 성능은 벤츠의 장점이 오롯이 살아날 필요충분조건을 넘어선다. 스타일은 섹시하고, 품질은 정교하다. 벤츠의 차 만들기 내공의 깊이를 보여준다. 




국 내 시장에 선보인 E-클래스 카브리올레는 350이다. 이로써 E-클래스의 스펙트럼은 세단과 쿠페, 카브리올레로 다양해졌다. 에스테이트(왜건)만 빠진 셈인데, 국내 시장의 특성과 맞지 않아 당분간 만나기 어려울 전망. 디젤 엔진을 얹은 E-클래스 카브리올레 또한 소음에 유독 울렁증이 심한 국내 소비자 때문에 아직까진 ‘그림의 떡’ 신세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기원은 모호하다. E-클래스로 불린 건 1984년 선보인 코드네임 W124가 최초. 그러나 벤츠는 그 뿌리가 1947년의 170V라고 주장한다. 벤츠는 지난 E-클래스를 세대로 나누지 않는다. 각각의 코드네임으로 부를 뿐이다. W124 이후 E-클래스는 1995년 W210, 2003년 W211로 진화해 왔다. 국내엔 W124부터 수입되기 시작했다.

현 재의 E-클래스는 지난해 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7년만의 풀 모델 체인지였다. 그런데 굳이 따지자면, 쿠페와 카브리올레는 E-클래스의 직계혈통이 아니다. C-클래스의 플랫폼을 쓰기 때문이다. 과거 쿠페와 카브리올레로 나왔던 CLK의 후속인 셈이다. 코드네임도 쿠페는 C207, 카브리올레는 A207로, W212인 세단과 차이난다.

E 350 카브리올레의 첫 인상은 E-클래스 세단과 확연히 다르다. 아이라인 정도의 차이. 그러나 인상이 한층 날카로워 보인다. 또한, 사진에서 눈치 채지 못한 볼륨감이 그득하다. 부픗한 뒤 펜더와 늘씬한 트렁크 리드의 조화가 멋스럽다. 지루한 세단의 반 토막 버전 정도로 짐작했는데, 직접 보고서 반해 버렸다. 어딜 끌고 다니든, 쏟아지는 시선에 뿌듯했다.




E- 클래스가 직물 지붕을 씌운 건 여러모로 호기심을 모을 만했다. 벤츠는 SLK로 하드톱의 유행을 이끈 주역이었기 때문. 벤츠의 하드톱 사랑은 꾸준했다. 2세대 SLK는 물론 SL에마저 철판 지붕을 씌웠다. 나아가 포르쉐와 하드톱 컨버터블을 개발·생산하는 조인트 벤처, CTS까지 설립했다. 이후 CTS는 포르쉐의 자회사를 거쳐 현재 마그나의 품에 안긴 상태다.

E-클래 스 카브리올레가 소프트톱을 고른 이유는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첫째는 스타일 때문이다. 전동식 하드톱의 아킬레스건은 접었을 때의 부피다. 톱이 수납되는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가 거우듬하게 부풀기 십상이다. 재규어, 애스턴마틴 등이 소프트톱을 못 버리는 이유다. 하물며 4인승씩이나 되면, 지붕 면적이 넓어 훨씬 넓은 수납공간이 필요하다.

둘째는 무게. 하드톱 시스템은 무겁다. 일단 톱 자체의 무게만 상당하다. 그만큼 강력한 유압 관절로 여닫아야한다. 관절의 얼개 또한 복잡해진다. 원가 또한 치솟는다. 나아가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무게배분의 변화가 심한 편. SLK나 SL은 캐빈이 짧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E-클래스는 상대적으로 길다. 따라서 이런 핸디캡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소프트톱을 씌운 결정은 탁월했다. 윗도리를 벗어던졌을 때 늘씬하게 뻗은 꽁무니를 보라. 소프트톱이 아니면 꿈도 꿀 수 없는 디자인이다. 톱은 시속 40km 이하의 속도에서, 스위치만 까딱여 20초 안에 여닫을 수 있다. 소프트톱의 약점은 밀폐성. 벤츠는 자신만만해 하며 껄껄 웃는다. 동급의 직물 톱으로서는 최고 수준의 정숙성을 확보했다면서.

벤츠의 주장에 따르면, 시속 200km에서 핸즈프리로 통화하는데 문제가 없단다. 허풍은 아니었다. 정숙성만 따진다면, ‘쿠페’를 대신한들 불편하지 않을 수준. 게다가 난기류를 줄이는 ‘에어캡’, 목덜미에 따스한 바람을 부는 ‘에어스카프’ 등 기발한 장비도 욕심껏 챙겼다. 나아가 요즘 자동 세차기엔 컨버터블 모드가 따로 있다. 예전보단 관리가 편해졌다. 

안전성도 확실히 챙겼다. 에어백은 듀얼과 사이드가 기본. 여기에 도어의 머리용, 스티어링 칼럼 밑의 무릎용까지 갖췄다. 졸음운전을 경고하는 어텐션 어시스트, 급제동 때 요긴한 어댑티브 브레이크 라이트, 코너링 때 좌우로 눈망울을 휘젓는 액티브 라이트가 기본이다. 나아가 각각의 안전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고를 미연에 막는 프리-세이프까지 더했다.




인 테리어엔 과거 품질 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벤츠의 뼈저린 반성이 묻어난다. 원가절감에 열 올리느라 잃었던 품위를 되찾았다. 물론 보수적인 벤츠답게 혁신이나 파격은 손톱만한 스위치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습성 또한 변함없다. 내비게이션은 여전히 터치스크린 기능이 없다. 안전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전 모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벤츠의 고집이다.

어딜 가나 시선이 집중되는 토플리스 버전인데. 운전이 따분해선 기분이 나지 않을 터다. E 350 카브리올레는 3.5L 엔진을 얹으면서, E300에서 다소 희석됐던 운전의 즐거움이 부각됐다. 쇼트트랙 선수처럼 굽잇길에서 코너 안쪽으로 비스듬히 기우는 앞바퀴는, 벤츠 핸들링의 비밀 열쇠. 구배가 잘 설계된 도로에선 기특하게 알아서 앞머리를 스르르 비튼다.

이렇게 쫄깃한 벤츠의 핸들링을 표현하자면, ‘감칠맛’이 제격이다. 아울러 스티어링의 조작감은 뭉툭한 연필심처럼 곱고 부드럽다. E 350 카브리올레는 위쪽 절반을 도려내고 천 지붕을 씌웠지만, 돌덩이 같은 차체 강성을 뽐냈다. 이렇게 굳건한 느낌은 핸들링과 승차감으로 선순환을 이어갔다. 빠르되 경박스럽지 않고, 여유롭되 늘어지는 느낌이 없다.

운전의 즐거움엔 여러 갈림길이 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최고로 꼽는 길은 나뉠 것이다. 벤츠가 추구하는 방향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벤츠를 우러러보게 되는 건, 하나의 뚜렷한 색깔을 일관되게 지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극적이지 않되 여유로운 운전감각. 섹시한 외모의 E 350 카브리올레에서도, 이런 원칙은 흔들림 없이 지켜졌다. 
 

글 김기범|사진 메르세데스-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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