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E-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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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클래스
  • 류민
  • 승인 2012.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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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중형세단. 입만 떼면 ‘자뻑’ 발언을 서슴지 않는 메르세데스-벤츠가 E-클래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발언은 왠지 인정하기 싫어진다. 하지만 현행 E-클래스가 데뷔한 해, 독일 내 프리미엄 중형 세단 중 E-클래스 점유율이 55%를 넘었다. 조사결과를 보니 벤츠의 자신감이 오만은 아닌가보다. 이번에 함께한 E 300은 9세대 째 E-클래스, 2009년 등장했다.




현행 E-클래스는 온몸에 힘을 잔뜩 줬다. 매끈한 차체에 부드러운 곡선이 흐르던 이전 세대 모습은 온대간대 없다. E-클래스의 상징, 네 개의 원형 헤드램프는 뾰족하게 오렸다. 보닛을 타고 내려오는 두 가닥 선도 날을 바짝 세웠다. 앞 펜더부터 그은 캐릭터 라인과 뒤 휠 하우스를 따라 불룩 솟은 면으로 견고한 옆모습을 완성했다. 가위로 대충 자른 듯 한 지붕과 창문라인도 단단한 느낌을 내는데 한 몫 한다.
뒷모습도 무뚝뚝하기 그지없다. 네모반듯한 트렁크와 각진 테일램프를 달았고 머플러 팁마저 사각으로 다듬었다.

E-클래스에선 날렵하게 보이려는 기교를 찾을 수 없다. 어깨선을 올리고 지붕을 누르는 흔한 수법도 사용하지 않았다. 길고 낮아 보이려는 경쟁자들과는 대조적이다. 마치 “세단이란 원래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실내 역시 겉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려함 대신 편안하고 단단한 느낌을 택했다. 곧은 선으로 완성한 대시보드와 패널들은 견고해 보인다. E 63 AMG를 제외한 모델은 변속레버를 스티어링 휠 칼럼에 달아 센터콘솔 공간을 확보했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패널에 단 조명은 포근한 느낌을 준다. 계기판엔 이전모델처럼 커다란 시계를 달았다. 실내에 쓰인 소재의 질감과 각각의 패널이 맞물린 수준은 ‘최고’라고 하기엔 조금 아쉽다.




이전모델은 단아하고 잘빠진 외모와 화사한 실내를 자랑했다. 게다가 라이벌들은 날렵한 외모와 화려한 실내를 뽐내느라 숨 쉴 틈 없이 바쁘다. 하지만 현행 E-클래스는 단단한 남성미만 강조해 숨이 턱 막힌다. 대체 E-클래스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E-클래스를 만들며 전혀 다른 노선을 택한 벤츠의 자신감 저변엔 2004년 등장한 CLS-클래스가 있다. 4도어 쿠페라 주장하는 벤츠의 CLS-클래스는 E-클래스 뼈대로 만든 중형세단이다.
CLS-클래스는 빼어난 외모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또 최근 중형세단에 거세게 부는 ‘쿠페 스타일’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길고 낮은 자세, 높게 끌어올린 벨트라인과 낮은 지붕 같은 수법들이 CLS-클래스로부터 시작됐다.

벤츠는 이런 CLS-클래스가 있어 E-클래스를 우직한 세단으로 만들 수 있었다. 둘 다 중형세단이지만 화려하고 날렵한 이미지는 CLS-클래스에, 단단하고 편안한 이미지는 E-클래스에 나눠 담았다. CLS-클래스를 통해 쿠페 형 세단이란 엉뚱한 사고를 쳐 놓고 E-클래스로 시치미 뚝 떼는 벤츠가 얄밉기까지 하다.




시승한 E 300은 V6 3.5L 엔진에 7단 자동 변속기를 달았다.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1.6㎏·m를 뿜는다. 연비 9.2㎞/L, 0→시속 100㎞ 가속 시간 7.1초, 최고속도 시속 250㎞(제한)를 낸다. 대부분의 벤츠가 그렇듯이 빠른 가속감은 느끼기 힘들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아도 시트에 몸이 파묻힌다거나 하는 느낌이 거의 없다. 하지만 체감이 더딜 뿐 실제 가속은 빠르다.

엔진은 부드럽게 회전한다. 고회전까지 끈기 있게 힘을 낸다. 7단 변속기와 맞물려 꾸준하게 차를 밀어낸다. 촘촘히 나뉜 7개의 기어를 의식 못할 정도다. 빳빳하게 서 있는 가속페달은 건드리기만 해도 성을 낸다. 반응이 빠르고 솔직하다. 효율을 위해 가속페달 감각을 희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페달은 밟는 정도에 비례해 답력이 올라간다. 사용하기 편하고 부족하지 않은 제동 성능을 가졌다.

움직임도 생긴 그대로다. 묵직한 거동을 가졌다. 요철 충격은 탄력 있는 관절과 단단한 뼈대에 걸러져 둔탁하게 올라온다. 스티어링 휠을 잡아채면 의도한 만큼 앞머리를 돌린다. 엉덩이도 잘 따라와 코너를 끈끈하게 돌아 나간다. 역시 기본기가 충실한 하체와 섀시 덕분이다. 또 라이벌처럼 휠베이스를 늘리지 않았다는 것도 한 몫 한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휠베이스가 짧은 만큼 코너에서 속도 한계가 낮다. 그래서 자세 제어 장치의 작동이 라이벌에 비해 잦은 편이다. 

전체적인 거동이 라이벌에 비해 스포티하다. 원래 E-클래스의 움직임은 날카로운 편이 아니었다. 현행 모델은 고장력 강판 확대 적용으로 섀시 강성을 늘리는 등 몇 가지 변화를 가졌다. 하지만 운동성이 이전 모델에 비해 크게 바뀌진 않았다. 이런 E-클래스와 달리 라이벌은 휠베이스와 전체 길이를 늘였다.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해서다. 또 효율을 위해 몇 가지 운전감각을 양보했다. 현행 E-클래스를 스포티하다 말 할 수 있는 이유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5종류의 엔진을 단 E-클래스를 국내에 공급한다. 변속기는 모두 7단 자동을 단다. E 200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5㎏·m를 내는 직렬 4기통 1.8L 터보엔진을 단다.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7.9초, 연비는 11.6㎞/L를 낸다.

E 220 cdi는 직렬 4기통 2.2L 디젤 엔진을 단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m를 낸다. 0→시속 100㎞ 가속은 8.4초에 끝내고 1리터로 17.1㎞를 간다.

E 350은 E 300과 같은 V6 3.5L 엔진을 얹는다. 하지만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37.7㎏·m, 연비 10.3㎞/L, 0→시속 100㎞ 가속 시간 6.3초로 더 높은 연비와 성능을 가졌다.

E 63 AMG는 최고출력 525마력, 최대토크 64.2㎏·m를 내는 V8 6.2L 엔진에 7단 멀티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 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을 4.5초에 마치고 최고속도는 시속 250㎞에서 제한한다.




E-클래스는 무뚝뚝한 세단이다. 생김새는 물론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을 들쑤셔도 표정하나 안변한다. 어떤 상황이라도 꿋꿋이 바른 길로 인도한다.
하지만 차갑지는 않다. 특유의 견고하고 포근한 실내는 탑승자를 편안하게 안아준다.

E-클래스가 그들의 주장처럼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중형세단’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충실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라이벌 사이에서 우직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글 류민 |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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