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SM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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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SM5
  • 안민희
  • 승인 2012.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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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색 짙던 SM5가 변했다. 프랑스 감각을 덧바른 수준이 아니다. 뼈대부터 완전히 바꿨다. 닛산 맥시마(세피로)와 티아나를 바탕으로 했던 1~2세대와는 달리, 3세대는 르노 라구나를 밑그림 삼아 만들었다. 기본만 르노 라구나를 썼을 뿐 차체와 디자인은 르노삼성이 만들었다. 그래도 영향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는지 디자인은 르노에 가깝다. 해외에서는 SM5가 약간의 변화를 거쳐 르노 래티튜드로 팔린다.




현대 쏘나타는 화려함, 기아 K5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추구했다. 반면 SM5는 단정한 교집합을 선택했다. 무난하고 튀어 보이지 않는 차가 대세를 이끌던 국내 중형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했을까. 개성 강한 르노 디자인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대신 비율을 살렸다. 2세대 SM5보다 차체 길이는 짧아졌다. 하지만 너비와 높이는 늘어났다. SM5의 디자인 중 특별해 보이는 부분은 헤드램프다. 언월도(偃月刀:초승달 모양의 칼. 쿠크리) 모양으로 개성을 살렸다.

실내는 직선 위주의 디자인을 탈피했다. 개성 있어 보인다. 대시보드에 곡선을 더해 둥글리고 가운데에는 우드 그레인으로 선을 그었다. 송풍구 디자인도 마름모꼴로 만들고 테를 둘러 특이함을 강조해냈다.




대시보드 가운데에는 내비게이션을 달았다. 위치가 깊어 햇빛이 반사될 걱정이 적다. 게임기 조이스틱을 닮은 컨트롤러로 조작한다. 하지만 컨트롤러를 이리저리 돌리고 밀어도 내비게이션에 명칭을 입력하기가 은근히 힘들다. 게다가 컨트롤러를 달기 위해 ‘스마트 i 내비게이션’ 옵션을 선택하면 SE 등급부터 제공되는 USB 단자가 빠진다. 대신 내비게이션용 SD카드에 음악을 넣어 들어야 한다. 불편한 방식이다.

내비게이션 아래 2개의 송풍구 사이에 향수를 담는 공간을 두었다. ‘퍼퓸 디퓨저’ 기능이다. 총 6가지 중 2가지 향수를 선택해 공조기를 작동시킬 때 쓸 수 있다. 바람에 섞인 향이 빠르게 차안에 퍼진다.

가족용 중형 세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내 공간의 편안함이다. 인체공학만이 아니라 시각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SM5는 검회색, 연한 갈색의 내장재와 짙은 우드 그레인을 어울렸다. 다만 내장재의 색깔이 조금 옅어 대비가 신선한 반면 강렬하지 않아 아쉽다.

좌석은 딱딱하지 않다. 그러나 말랑하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모자라다. 더도 덜도 말고 중형차에 기대할 정도다. 다만 뒷좌석은 상대적으로 앞좌석보다 착석감이 부족하다. 등을 확실히 맞춰 자세를 잡으니 앉은키가 커서인지 약간 불편했다. 허벅지 받침도 살짝 모자란 기분이다. 그래도 천정이 높아 뒷좌석 헤드 룸은 어느 정도 있다. 체형이 보통이나 조금 작다면 SM5의 뒷좌석에 제법 만족할 수 있다. 창문 바로 아래에 햇빛 가리개도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더하니 안락해 보인다. 다만 파노라마 선루프의 위치는 조금 애매했다. 뒷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치켜들어 하늘을 편히 볼 위치는 아니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가운데를 나누고 그 사이를 내장재가 가리고 있어 아쉽다. 선루프 2개를 앞뒤로 단 듯하다. 수입차의 파노라마 선루프에 비하면 부족하다. 그래도 앞뒤로 선루프를 달아두니 실내에 빛이 가득하다. 뒷좌석 선루프 가리개는 천으로 되어있어 손으로 당겨 걸거나 풀 수 있다.




SM5는 크게 2가지 모델로 나뉜다. 직렬 4기통 2.0ℓ 엔진과 무단변속기(CVT)를 장착한 모델과 V6 2.5ℓ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25모델이다. 직렬 4기통 2.0ℓ 엔진은 141마력(6000rpm)의 최고출력을 내고 19.8㎏·m(480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중형세단 대부분이 직렬 4기통 2.0ℓ 엔진으로 140마력 정도의 성능을 내니 평균적인 수준이었다. V6 2.5ℓ 엔진 또한 178마력(6000rpm), 23.8㎏·m(4400rpm)으로 경쟁차들의 직렬 4기통 2.4ℓ 엔진과 비슷했다.

하지만 엔진과 구동계의 개선이 늦었다. 경쟁차들이 160마력 넘는 출력을 내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2년에 연비를 14.1㎞/ℓ까지 끌어올린 개선 모델을 내놓았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현대기아차가 직렬 4기통 2.0ℓ CVVL 엔진을 출시하며 172마력(6700rpm)에 14㎞/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계속 비교당하는 르노삼성의 속이 끓을만하다.

안전장비로는 스마트 앞좌석, 사이드, 커튼 에어백, 차체자세 제어장치(ESP), 경사로 밀림방지 기능(HSA)이 있다. 20만 원의 추가 비용으로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TPMS)을 더할 수도 있다. 개선을 거치며 이젠 차체자세 제어장치를 전 등급 기본으로 단다.

편의장비로는 퍼퓸 디퓨저, 하이패스 단말기를 품은 전자식 룸미러, 바이제논 어댑티브 헤드램프, 파노라마 선루프 등이 있다. 등급을 올려 택할 수도 있지만, 추가 비용을 들여 선택할 수도 있다. 다만 등급제한이 있어 자유롭게 고르기는 힘들다.




그래도 기본형부터 풀 오토 에어컨, 스마트 키, 오토라이트, 우적감지 와이퍼, 경사로 밀림방지 장치 등 라이벌보다 풍성한 편의장비를 갖췄다. 다만 기본형에 후방 경보장치는 없다.

최고급 사양에는 뒷좌석 독립 풀 오토 에어컨, 바이제논 어댑티브 헤드라이트, 메모리 기능을 갖춘 시트와 사이드 미러 등이 들어가며, 25만 원의 추가 비용으로 운전석에 전동으로 조절하는 마사지 시트를 갖출 수도 있다.

SM5는 꾸준히 팔려나가는 중이다. 2011년 기준, 쏘나타는 8만8983대, K5가 8만7452대 팔릴 때 SM5는 5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수치로 딱히 앞서지 못하지만 SM5는 각 라이벌의 50% 넘는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중형차는 다양한 일을 해야 한다. 스트레스에 쌓인 주인이 달리기를 원할 땐 빠르게 달려야 한다. 가족의 편한 이동도 책임져야한다. 게다가 차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국내 시장에선 이미지를 잘 관리해 품격도 쌓아야한다. SM5는 이 중 대부분을 해낸다. 선호할만한 디자인을 갖췄다. 과하게 느껴질 만한 쏘나타나, 직선의 감각이 돋보이는 K5와는 다르다. 특유의 감성을 갖췄다.

하지만 주행감성은 아쉽다. 닛산의 모델을 바탕으로 했던 1, 2세대와 너무 다르다. 패밀리 세단인 이상 동승자의 편안함을 위주로 한다면 승차감은 아쉽지 않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로 전해져오는 운전 감각이 문제다.

스티어링 휠을 저어 차를 이끌 때의 감각이 맘에 들지 않는다. 차체가 회전할 때 운전자에게 전해져오는 감각이 분명치 않다. 반응도 한 박자 느리다. 가속 감각 또한 부족하다. 출발 가속이 조금 굼뜨다. 이론적으로는 CVT가 훌륭하다. 하지만 부드럽게 주행할 때 연비를 끌어올려준다는 장점을 제외하면 운전 감각에선 손해다.

SM5는 처음 등장했던 때만큼의 파장은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팔리는 차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구매는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2.5L 모델의 가격이 캠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글 안민희│사진 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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