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CT200h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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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CT200h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12.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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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200h는 렉서스의 관문이다.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전용 컴팩트 해치백이기도 하다. 파워트레인은 토요타 프리우스와 공유한다. 그러나 뼈대 및 서스펜션은 프리우스와 다르다. 그래서 차의 성격이 확연히 차이난다. 핸들링과 고속안정성이 프리우스를 성큼 앞선다. 감성품질도 프리미엄 브랜드답다. 프리우스보다 비쌀 이유가 충분하다.



 오늘날 하이브리드카 기술은 토요타·렉서스와 나머지 업체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소수인 토요타와 렉서스다. 다양한 차종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접목시키며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렉서스만 봐도 LS로는 전형적인 기계식 AWD, GS로는 뒷바퀴, RX로는 앞바퀴는 엔진, 뒷바퀴는 모터만 굴리는 AWD를 완성했다.


이제 렉서스는 앞바퀴 굴림과 짝짓기에 열심이다. 프리우스로 충분한 연습을 거쳤으니 가장 자신 있는 조합일 테다. 세단인 HS 250h가 신호탄이었고, 이번에 해치백인 CT 200h가 뒤를 이었다. 위험한 도박이긴 했다. 프리우스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수요가 겹칠 수 있기 때문. 어쨌든 CT 200h는 렉서스의 하이브리드카 농사를 좌우할 기대주다.


렉서스 CT 200h의 외모는 사진으로 짐작했던 것보다 한층 납작하고 근사했다. 눈매를 짐짓 날카롭게 찡그렸다. 지붕은 납작하게 다림질했다. 초식동물처럼 온순한 표정의 프리우스와 대조적이다. 눈매의 아래꺼풀엔 창백한 LED를 심었다. 흡사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망울 같다. 차체의 표면은 부위별로 판판하게 다진 면과 예리하게 접은 선으로 다듬었다.

차가 유독 납작해 보이는 건, 얇게 빚어낸 그린하우스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C필러가 굉장히 두껍다. 시각적으로도 실제로도, 차체 강성이 뛰어날 거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동안 렉서스에 해치백이 없었던 만큼 뒷모습은 유독 낯설다. 테일램프는 언뜻 RX의 분위기고, 범퍼의 뾰족한 주름은 프리우스와 비슷하다. 스포티한 성격을 표방했지만 머플러는 감췄다.


실내 디자인에도 차의 성향이 반영됐다. 센터터널을 높이고 대시보드를 납작하게 다듬었다. 때문에 운전석과 동반석이 깊숙이 파묻힌 느낌이다. 스포츠카 기분이 난다. A8과 A6 등 최신 아우디와 비슷한 구조다. 대시보드에 씌운 플라스틱 질감은 BMW를 떠오르게 한다. 물론 센터페시아의 플라스틱과 스위치는 전형적인 렉서스다. 배치는 전연 딴판이지만.

 
CT 200h는 기존의 렉서스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아울러 프리우스보다 확실히 고급스럽다. 또한 한결 차분하다.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카의 ‘알림이’ 역할을 자청했다. 정보창의 현란한 그래픽로 대표되는 낯선 감각으로, 여느 내연기관차와 차별을 꿈꿨다. 반면 CT 200h에서는 그렇게 낯설고 인위적인 장식을 찾기 어렵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내는 이전 렉서스와 확연히 다르다. 센터터널을 높이고 대시보드를 납작하게 다듬어 스포츠카 기분을 냈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가죽을 덧대고 질 좋은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무엇보다 스티어링 휠의 포지션이 유럽 지향으로 바뀌었다.>


실내에서 가장 피부에 와 닿은 건 낮은 천장이다. 스티어링 휠은 지름이 작을 뿐 아니라 두툼하다. 엄지가 파고들 부위를 도려내는 등 굴곡을 줬다. 시트도 허리를 쥘 날개가 제법 솟았다. 스포티한 분위기가 물씬하다. 무엇보다, 스티어링 휠을 거의 수직으로 맞출 수 있다. 유럽 차의 운전자세다. 지금까지의 렉서스는 스티어링 휠이 앞쪽으로 비스듬히 누웠다.


뒷좌석은 아늑하게 파묻힌 분위기다. 뒷문의 윈도가 워낙 납작한 데다 C필러가 두꺼운 탓이다. 휑한 느낌이 드는 공간까진 아니지만, 수긍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하다. CT 200h는 차급과 브랜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갖췄다. 렉서스의 엔트리급인 만큼 뒷좌석 전용 송풍구나 온도조절장치는 편의장비는 없다. 그러나 가죽과 마감재 모두 고급스럽다.


차는 버튼을 눌러 깨울 수 있다. 물론 그런다고 곧장 엔진이 켜지진 않는다. 아주 춥거니 배터리가 거덜 나지 않았을 경우 조용히 전원만 들어온다. 여기서부터의 감각은 프리우스와 고스란히 겹친다. 저속에서는 전기모터만으로 달린다. 계기판은 가운데 속도계, 왼쪽이 전력량계다. 짤막하고 P(주차)가 따로 없는 기어레버 또한 프리우스와 판박이다.

 

<센터 터널에 위치한 조그 다이얼을 누르고 돌려 드라이빙 모드를 고른다. EV 스위치를 눌러 전기모터만으로도 달릴 수 있다.>


페달을 지그시 밟아 가속에 살을 붙여 가면 어느 순간 엔진이 스르르 깨어난다. 그러나 이 시점은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 한 거의 느낄 수 없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진화의 궁극점은 이처럼 스스로의 존재를 완전히 감추는 데 있다. 여기에 ECVT 덕분에 가속의 단절감도 없다. 모든 건 매끄럽게 이어진다. 복잡하고 귀찮은 건 차가 알아서 다 해준다.


CT 200h는 센터터널의 조그 다이얼로 드라이빙 모드를 고를 수 있다. 왼쪽은 에코, 오른쪽은 스포츠다. 다이얼은 돌렸다 놓으면 제 위치로 돌아온다. 다이얼을 누르면 노멀로 바뀐다. 다이얼 옆의 EV 스위치를 누르면 최대한 전기모터만으로 달린다. 배터리의 충전량과 주행환경이 이상적일 경우, 속도는 시속 45㎞까지 거리는 최대 2㎞까지 달릴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프리우스와 같다. 직렬 4기통 1.8L 99마력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82마력짜리 전기모터를 어울렸다. 두 동력원은 토요타의 전매특허인 직병렬식으로 엮었다. 따라서 따로 또는 같이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속도를 줄일 땐 모터가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국내 공인연비는 25.4㎞/L. 국내에서 프리우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계기판의 분위기 또한 반전된다. 연비운전을 재촉하던 전력량계는 타코미터로 바뀌고 조명은 붉게 물들어 운전자를 충동질한다.>


스포츠 모드를 고르면 계기판의 구성이 바뀐다. 푸르스름한 조명이 돌연 붉게 물든다. 전력량계는 타코미터로 바뀐다. 전기모터가 합세한 가속은 기대 이상 강렬하다. 하이브리드카는 허약할 거란 선입견을 뒤집는다. 0→시속 97㎞(60마일) 가속 시간은 9.8초로 프리우스와 같다. ‘제로백’은 10.3초인데, 고작 몇 눈금 가는데 0.5초씩이나 더 걸리는 진 의문이다.


가속성능은 비슷할지언정 주행감각은 프리우스와 완전 딴판이다. 프리우스는 경량화에 초점을 맞춘 차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승차감과 고속주행안정성이 다소 희생됐다. 도심주행 땐 별 상관없지만, 고속도로에서 시속 140㎞를 넘나들 때 적잖이 불안했다. 꽁무니가 들뜨는 느낌에 종종 등골이 서늘해졌다. 소음도 상당해서 장거리 운전은 썩 달갑지 않았다.


반면 CT 200h는 이 같은 콤플렉스를 꼼꼼히 개선했다. 유럽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니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CT 200h는 경량화보다 강성확보에 힘썼다. 손에 착 감기는 스티어링 휠과 몸을 오붓이 감싸는 시트가, 차의 성격을 암시하는 단서였다. 차선을 가로지르고, 요철의 충격을 걸러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고속에서도 차분히 가라앉은 자세를 유지했다.


CT 200h는 프리우스보다 차체 강성을 키웠다. 하지만 고장력 강판의 비율과 용접 포인트를 늘려 무게는 최소화했다. 뒤 서스펜션의 방식도 다르다. 토션 빔을 쓰는 프리우스와 달리 CT 200h는 더블 위시본이다. 아울러 앞쪽 서스펜션 마운트를 야마하제 퍼포먼스 댐퍼로 단단히 엮었다. 스트럿바와 비슷한 개념인데 댐퍼를 더해 신축성을 키웠다. 



토요타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카의 부자연스러운 주행감각을 지워내는 데 앞장 선 주인공이다. 3세대로까지 거듭나면서 실제로 많은 진화를 이뤘다. 양산 하이브리카 가운데 최고 수준의 메커니즘과 자연스러운 감각을 뽐낸다. 렉서스 CT 200h는 프리우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하이브리드카에 운전의 즐거움을 불어넣고자 했다.


렉서스의 의도는, 보도 자료의 홍보문구가 아닌 제품 그 자체로 드러났다. 렉서스 CT 200h는 어디서든 뿌듯할 수 있을 만큼 고급스러웠다. 아울러 하체가 탄탄하고 운전이 즐거웠다. 유럽산 프리미엄 해치백의 맞수로 손색없다. 프리우스와의 가격 차이는 최소 400만 원. 그러나 그 액수를 더 치르는 게 전혀 아깝지 않다. 번갈아 타보면 바로 판단이 선다.

글 김기범|사진 렉서스



<렉서스는 CT200h에 F-스포츠 버전을 더해 스포츠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다. 현재 렉서스의 F-스포츠 버전은 GS, RX, CT의 3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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