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GS 시승회
상태바
렉서스 GS 시승회
  • 김기범
  • 승인 2012.06.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렉서스 신형 GS가 국내 시장에 데뷔했다. 이번이 4세대 째다. 국내엔 GS250과 350, F 스포트의 세 모델로 나온다. 시승한 모델은 GS350. V6 3.5L 310마력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얹고 뒷바퀴를 굴린다. 안팎 디자인은 송두리째 바꿨다. 외모처럼 성능도 공격적으로 변했다. 특히 ‘스포트 S ’ 모드에선 BMW 뺨치게 민첩하고 단단했다. 



봄비 추적추적 내리던 2월의 어느 날이었다. 난 일본 하코네 인근의 히가시 후지 서킷을 찾았다. 렉서스가 “독일 중형 세단 때려잡겠다!”고 선전포고하는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이날 신차가 공개되었다. 렉서스가 LS로 쌓아온 명성을 이어갈 주인공이었다. 독일 세단의 콧대를 꺾기 위해 렉서스가 단단히 벼르고 만든 야심작이었다. 바로 신형 GS였다.


렉서스는 축제에 바칠 제물도 준비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영문도 모른 채 끌려나왔다. 렉서스는 자신만만했다. 독일산 ‘들러리’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렉서스는 신형 GS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렉서스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반박했다. 디자인 테마부터 ‘대조의 역동성’이었다. 실내는 렉서스의 500가지 기준에 입각해 꾸몄다.


신형 GS의 엔진은 최고 283마력까지 냈다. 스티어링 제어까지 아우른 자체자세제어시스템 VDIM도 달았다. VDIM은 오버나 언더스티어의 특효약이다. 인간의 반사 신경에 반하되 안전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스티어링 조작을 유도했다. 이날 신형 GS는 본때를 보여줬다. 강력하되 편안했고 부드럽되 역동적이었다. 렉서스는 의기양양하게 ‘2005년’을 시작했다.



7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렉서스는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약속대로 하이브리드 차종도 착실히 늘렸다. CT200h부터 LS600hL까지 차급을 가리지 않았다. 판매 또한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빠르게 회복 중이다. 렉서스는 올해 전 세계에서 51만 대를 판매할 계획. 2007년의 52만 대 이후 최대다. 올 초 J.D 파워의 내구품질조사에선 1위를 차지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렉서스에겐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2005년 야심차게 선보였던 GS 때문이다. GS는 단순한 신차를 넘어 렉서스의 자존심이었다. LS처럼 독일 자동차 업계의 허를 찌르고자 했다. 누구나 GS가 뛰어나단 사실은 인정했다. 기막히게 잘 만든 차였다. 하지만 판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엄마 치마폭 속의 수재였다. 명백한 실패였다.


렉서스 GS의 뿌리는 토요타 아리스토다. 1991년 데뷔했다. 북미 시장엔 1993년 LA와 북미 오토쇼를 통해 선보였다. 아리스토는 ‘최고’로 똘똘 뭉쳤다. 일본의 거품경제가 절정을 이뤘던 시절다웠다. 스타일링은 당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던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솜씨다. 아리스토는 직렬 6기통 3.0L 280마력 트윈 터보 엔진을 얹고 시속 250㎞까지 달렸다.



1997년 GS는 2세대로 진화했다. 네눈박이 헤드램프로 얼굴을 화끈하게 뜯어 고쳤다. 엔진은 이전과 같았다. 그러나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인 VVT-i를 달았다. 그 결과 최대토크를 44.0에서 46.0㎏·m까지 높일 수 있었다. 주행안정장치인 VSC도 챙겨 았다. 2000년 9월엔 LS의 전유물이었던 V8 4.3L 엔진까지 얹었다. 렉서스 브랜드의 무서운 2인자였다.


3세대 GS는 2005년 선보였다. GS430과 300 두 모델로 출발했다. GS300은 이전의 직렬 6기통 대신 V6 3.0L 245마력 엔진을 얹었다. 뒷바퀴굴림 이외에 AWD(사륜구동)도 옵션으로 준비했다. 변속기는 새로 개발한 6단 자동. 운전환경 및 운전자의 습관에 발맞춰 변속 패턴을 바꿨다. 나중에 V6 3.5L 엔진을 얹은 GS350과 하이브리드 모델 GS450h도 더했다.



2012년 3월, 4세대로 거듭난 GS가 국내 시장에 출시되었다. 모든 건 7년 전과 같았다. 렉서스는 신형 GS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시승회 역시 서킷에서 치렀다. 장소만 일본에서 전남 영암의 코리안 인터내셔널 서킷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도 세대만 바뀐 메르세데스-벤츠 E 300과 BMW 528i가 끌려나왔다. 이번에도 7년 전처럼 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형 GS는 렉서스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선구적 모델입니다. 차를 구성한 모든 요소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 만들었지요. 보면 멋있고 타면 즐거우며, 사면 만족스러운 프리미엄 차에요. 신형 GS를 신호탄 삼아 올해를 렉서스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입니다.”



빗물 흥건한 서킷에서 신형 GS와 첫인사를 나눴다. 렉서스는 이번 GS의 덩치를 빠듯하게 옥좼다. “몸집을 부풀리면 움직임이 둔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너비는 20㎜, 높이는 30㎜ 키우는데 그쳤다. 심지어 길이는 5㎜ 줄였다. 트레드(좌우 타이어 중심선 사이의 거리)는 앞뒤 각각 40, 50㎜ 더 여유 있게 벌렸다. 몸놀림을 좌우할 요소인 까닭이다.


차체는 이전 세대보다 14% 더 단단하게 다졌다. 이번 GS 개발을 총괄한 카나모리 요시히코 수석 엔지니어는 “용접을 덧붙일 때마다 컴퓨터로 꼼꼼하게 분석한 결과”라고 밝혔다. 또한, 개발팀은 독일 뉘르부르크링, 미국 데스밸리 등 세계 각지를 4년 동안 100만㎞ 이상 달렸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서킷에 전기가 끊겼을 때조차 테스트는 계속 되었다.



외모는 이전과 전혀 딴판이다. 공격적이다. 비로소 스포츠 세단다워졌다. ‘스핀들(방추체) 그릴’로 사납게 찡그린 표정을 담았다. 차세대 렉서스 스타일의 ‘예고편’이었던 CT200h와 닮은꼴이다. 범퍼는 갈기갈기 저몄다. 범퍼는 시커먼 입을 쩍 벌렸다. 흡기구로 빨려온 공기가 앞 브레이크를 식힐 수 있게 통로도 뚫었다. 보닛엔 예리한 각 도드라진 이랑을 팠다.


이번 GS는 실내 또한 전혀 새롭다. 섬세하고 화려하다. 요소요소에 금속성 광택을 띤 패널을 씌웠다. 렉서스 최초로 아날로그시계도 심었다. 기계적인 느낌이 물씬 배어난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납작하다. 스포티한 느낌을 위해 센터터널을 의도적으로 높인 결과다. 앞 유리엔 헤드업 디스플레이, 모니터엔 LG 전자와 공동 개발한 한글 내비게이션을 띄운다.



실내 공간은 크게 디스플레이(표시)와 오퍼레이팅(조작) 구역으로 구분했다.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의 눈높이에 맞췄다. 계기판과 모니터 모두 큼직하고 선명하다. 스위치는 과감하게 줄였다. 대신 ‘리모트 터치 컨트롤’로 대부분 기능에 접근할 수 있다. 마우스처럼 손바닥으로 쥐고 움직여 버튼만 누르면 된다. 한편, 트렁크도 넓혔다. 그 결과 골프백 4개를 삼킨다.


신형 GS는 크게 250과 350, F 스포트 등 세 모델로 나뉜다. GS250은 V6 2.5L 엔진을 얹는다. 최고출력 208마력, 최대토크 25.6㎏·m를 낸다. GS350과 GS F 스포트는 V6 3.5L 엔진을 얹는다. 이전 엔진을 개선해 힘을 살짝 키웠다. 310마력, 38.2㎏·m를 뿜는다. 이전의 GS430를 대신한다. 변속기는 모두 자동 6단, 서스펜션은 앞 더블위시본, 뒤 멀티링크다.



빗줄기는 갈수록 굵어졌다. 트랙은 흠뻑 젖었다. 7년 전 일본에서와 모든 조건은 겹쳤다. GS350 이그제큐티브의 운전석에 앉았다. 시트는 무려 18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몸에 완벽하게 맞출 수 있다. 가속페달을 밟자 예사롭지 않은 사운드를 낸다. 특히 2,500rpm을 넘으면 서슬 퍼런 야성이 두드러졌다. ‘사운드 제너레이터’로 목청을 키운 덕분이다.


가속은 맹렬하다. 렉서스는 성능제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지의 테스트에서 F 스포트가 0→시속 96㎞(시속 60마일) 가속을 5.8초에 끊었다. 이전보다 10분의 몇 초 더 빨라졌다. 6단 자동변속기는 반응성을 높였다. 또한, 스티어링 휠의 패들시프터로 변속을 휘두를 수 있다. 그러나 심지어 매뉴얼 모드에서도 6,400rpm이 되면 자동으로 변속된다.



V6 3.5L 엔진은 2,000~6,400rpm의 넓은 구간에서 최대토크의 90%를 뿜는다. 따라서 재가속과 추월가속 때 스트레스 없이 쭉쭉 뻗어나간다. 신형 GS는 ‘에코’와 ‘노멀’, ‘스포트 S’ 등 세 가지 주행모드를 마련했다. 이그제큐티브와 F 스포트는 ‘스포트 S ’까지 고를 수 있다. ‘스포트 S ’ 모드에서 GS는 최고로 예민해진다. 계기판부터 시뻘겋게 물든다.


엔진은 과잉흥분 상태로 변한다. 살짝만 건들면 버럭 화부터 낸다. 변속기 역시 표정을 싹 바꾼다. 코너 앞에서 속도를 줄이면 알아서 기어를 척척 낮춘다. 그리고 낮은 기어를 꽉 문 채 기다린다. 따라서 곧장 강렬한 가속을 이어가기 좋다. 수동 모드로 기어를 내리면 알아서 엔진회전수를 ‘팡팡’ 띄운다. 서스펜션은 빡빡해진다. 스티어링은 묵직하고 예리해진다. 



그 결과 ‘스포트 S ’ 모드는 핸들링 특성까지 바꾼다. 몸놀림은 신형과 구형을 나누는 결정적 차이. 신형이 한층 민첩하다. 사실 신형 GS의 가속은 사운드 같은 감성적 요소에 기댄 경향이 있다. 엔진이 그대로인 탓이다. 반면 코너링은 이성과 논리만으로 가늠해도 확실히 개선되었다. 서킷에서 과격하게 몰아야 알 수 있는 차이를 담았다. 굉장히 놀라운 변화다.


이날 준비된 독일산 희생양들과 운전감각의 차이는 뚜렷했다. ‘스포트 S ’ 모드에서 GS는 벤츠는 물론 BMW보다 단단하고 민첩했다. 가속과 핸들링의 느낌이 가장 진했다. 아울러 두 희생양보다 자극적이었다. MSG로 감칠맛의 감도를 한껏 높인 음식에 비유할 만했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뼈대와 파워트레인을 대물림했지만 완전 다른 차처럼 와 닿았다.



기존 렉서스는 소비자를 규정하려는 습성이 있었다. 울타리 안에 머물기를 바랬다. 한계를 넘겠다 싶으면 곧장 전자장비가 찬물을 끼얹었다. 잠재능력의 80%에 스스로 빗장을 걸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렉서스는 이전 GS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았다. 독일차와의 결정적 차이는 나머지 20%에 있었다. 렉서스가 평범한 운전에선 쉬 드러나지 않을 20%의 성능과 계량화가 어려운 감성에 주목한 이유다. 7년 전 GS와 가장 차이 나는 점이다.


글 김기범|사진 한국토요타자동차, 렉서스


차보다 빠른 검색, 모토야! www.motoya.co.kr


모토야는 국내에 출시되고 있는 국산차, 수입차 및 다양한 시승기와 유용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자동차 전문미디어 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