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전기차, 골프 블루 e-모션 시승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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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전기차, 골프 블루 e-모션 시승회
  • 류민
  • 승인 2012.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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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폭스바겐 코리아가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개최한 골프 블루 e-모션 시승회에 참석했다. 골프 블루 e-모션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폭스바겐의 순수 전기차다. 행사에 나선 건 아직 개발단계의 시승차. 양산 차는 2013년 출시 될 예정이며 국내 도입은 2014년으로 계획돼 있다.



골프 블루 e-모션은 6세대 골프를 밑바탕 삼았다. 때문에 겉모습이 6세대 골프와 판박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검정 패널 덧댄 정도의 차이 밖에 없다. 숨겨진 차이점이 또 있긴 하다. 그릴 가운데 붙은 엠블럼을 눌러 열면 충전 소켓이 드러난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전용 충전기를 연결하는 부분이다. 충전 소켓은 뒤 펜더에 있는 ‘주유구’ 안쪽에도 있다.


선루프는 유리 아래쪽에 태양열 패널을 품었다. 태양열 패널은 태양열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골프 블루 e-모션은 더운 곳에 주차 시 쾌적한 실내를 유지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 냉방에 필요한 전력도 태양열 패널이 공급한다.



실내 역시 6세대 골프와 거의 같다. 타코미터 대신 출력 게이지를 단 계기판과 ‘B(감속주행)’라는 생소한 단계가 추가된 변속레버 정도만 눈에 띈다. 작은 변화도 몇 가지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엔 배터리 소모와 충전 상태를 표시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력의 흐름과 배터리 잔량, 주행가능 거리 등을 볼 수 있는 기능이다. 공조장치에는 앞 유리 열선 버튼이 생겼다. 앞 유리에 낀 습기를 제거하는 기능인데, 에어컨을 이용한 습기 제거법 보다 전력 소모가 적다. 변속레버 앞엔 주행모드를 설정하는 버튼도 생겼다.



폭스바겐은 골프의 엔진을 들어내고 최고출력 115마력(85kW), 최대토크 27.6㎏·m의 힘을 내는 전기모터를 달았다. 0→ 시속 100㎞ 가속시간 11.8초, 최고속도 시속 135㎞의 성능을 낸다. 한 번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150㎞다. 최대용량 26.5kWh의 리튬 이온 배터리는 세 부분으로 나눠 센터터널 안쪽과 뒤 시트 아래, 트렁크 바닥 등에 맞물렸다. 배터리를 차체 밑에 숨겨 단 덕분에 실내 공간 손해는 거의 없다. 승객실 크기는 일반 골프와 같고 트렁크는 바닥이 6㎝ 높아지는데 그쳤다. 아울러 낮게 단 배터리는 무게중심 낮춘 효과도 낸다.


열쇠를 비틀어 ‘레디’ 상태로 만들었다. 엔진 차의 시동을 건 것과 같은 상태다. 당연히, 엔진작동 소리는 없다. 변속레버를 D에 두고 가속페달을 건드리자 어디선가 엔진작동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보니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내는 소리였다. 이 소리는 저속 주행 때만 난다. 고속으로 주행 하면 타이어의 소음이 커지기 때문이다. 



가속페달을 들쑤시자 골프 블루 e-모션은 경쾌하게 치고 나갔다. 체감 가속성능이 폭스바겐이 밝힌 수치 이상이었다. 엔진은 회전수에 따라 토크가 높아지는 반면, 전기모터는 작동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특히,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매끄럽게 속력을 유지하는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폭스바겐은 이를 ‘세일링(sailing, 바람을 받아 항해한다는 뜻)’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패들 시프트의 ‘-’를 누르면 세일링은 사라진다. 가속페달에서 발 떼는 즉시 스스로 감속한다. 엔진 차의 엔진 브레이크와 비슷한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다. ‘감속모드’로 들어가면 전기모터가 발전기로 작동해 배터리도 충전한다. 패들 시프트를 통한 감속모드는 총 3단계가 있다. 변속레버를 B(감속주행)에 두면 엔진 브레이크 효과와 그에 따른 에너지 회수는 극대화된다. 일반 골프처럼 패들 시프트로 엔진 브레이크를 걸어 무게중심을 앞쪽으로 보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편, 출력을 제한해 에너지를 아끼는 기능도 있다. 변속레버 앞에 단 주행모드 버튼으로 설정한다. ECO(에코)모드는 85kW의 출력을 70kW로 줄이고 최고속도를 시속 120㎞로 제한한다. Range(레인지)모드는 최고속도를 95㎞/h로 낮추고 에어컨 기능을 멈춰 에너지를 최대한 아낀다. 주행모드에 따라 가속페달의 반응은 확연히 달라졌다. 하지만 에코나 레인지 모드도 가속능력이 충분했다. 에너지를 아끼는 모드임에도 불구하고 0~ 60㎞/h 구간의 움직임이 엔진 차보다 가벼웠다. 아울러, 모드에 상관없이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전기모터는 즉각 최대 출력을 쏟아낸다.


골프 블루 e-모션의 최대 장점은 직진 성능이 아닌 사뿐사뿐한 좌우 몸놀림이었다. 코너에서 속도 한계가 조금 낮지만, 골프 블루 e-모션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움직였다. 스티어링 휠을 통해 느껴지는 깔끔한 손맛도 일반 골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속주행 시 늘어난 무게 때문에 조금 불안한 거동은 타이어와 서스펜션 조율을 통해 해결 될 수준이었다.


비교적 빼어난 몸놀림의 비결은 무게증가를 최대한 억제한 차체와 낮고 넓게 자리 잡은 배터리 위치에 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로 인해 무게가 증가 할 수밖에 없다. 골프 블루 e-모션의 배터리 무게는 315㎏. 하지만 폭스바겐은 골프 블루 e-모션의 공차중량을 1455㎏에 맞췄다. 디젤 엔진의 골프 TDI 블루모션에 비해 불과 205㎏ 무거운 수준이다. 또한 지금까지 선보인 전기차는 차체 뒷부분에 배터리를 차곡차곡 얹었었다. 하지만 골프 블루 e-모션은 배터리를 차체 가운데와 뒤쪽에 나눠 최대한 낮게 붙였다. 때문에 고르고 낮은 무게 배분을 실현할 수 있었다.



시승한 골프 블루 e-모션은 아직 개발 단계였지만 높은 완성도를 뽐냈다. 당장 판매해도 좋을 정도였다. 특히 폭스바겐이 밝힌 주행가능 거리 수치가 실제와 비슷한 점이 매력이었다. 약 60㎞ 거리의 시승코스 중 2/3 가량을 평균 100㎞/h 이상의 속도로 달렸음에도 배터리 잔량은 45%나 남아 있었다. 에어컨도 쉬지 않고 사용했다. 고속주행에서 배터리 소모가 큰 전기차의 특성을 감안하면, 폭스바겐이 밝힌 150㎞의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충분히 달성 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골프 블루 e-모션에선 다른 전기차가 지적 받았던 토크스티어와 중량배분 문제로 인한 뒤뚱거림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골프 블루 e-모션은 내년에 출시 될 예정이다. 한국에는 2014년으로 계획돼 있다. 폭스바겐은 양산차가 완성 될 즈음엔 배터리 기술력이 더 높아져 주행가능 거리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산 될 골프 블루 e-모션은 7세대 골프로 등장할 예정이다. 7세대 골프는 전기차에도 최적화 된 MQB(Modular Transverse Matrix)플렛폼을 밑바탕 삼는다. 때문에 양산형 골프 블루 e-모션의 완성도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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